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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가 보는 세상]① 시급 3400원…학생 울리는 대학의 ‘현장교육실습’과목

한아린 인턴기자 | 2016-10-28 14:49 등록 (11-11 16:17 수정) 1,667 views
▲ 대학생 인턴사원들이 현장교육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일을 하고도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인턴들이 용역업체 관계자들과 한강에서 제일 오래된 다리인 한강대교에 대한 안전점검 실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결혼, 연애 등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N포 세대'로 불리웁니다. 하지만 그들은 젊은 만큼 예리합니다. 시선이 무뎌진 기성세대가 무심코 지나치는 대학과 사회의 모순을 발견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은 해결책의 시작점입니다. 때문에 뉴스투데이는 다소 설익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생생한 대학생의 시선으로 교육과 취업 현장의 실태를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한아린 인턴기자)


수강비 내고 자원했지만  직무와 무관한 허드렛일로 혹사

최근 일부 대학교에서는 여름·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기업과 연계하여 ‘현장교육실습’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 및 현장 경험을 위해 만들어진 ‘현장교육실습’이 청년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현장교육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이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일을 하고도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현장교육실습’ 교과목을 통해 한 기업의 인턴으로 일했던 정 모씨(23)는 청년들의 열정을 헐값에 착취하는 이른바 '열정페이'의 희생자 중 한명이었다. 인턴이었던 그의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서류 복사나 문서 정리 같은 허드렛일이었다. 직무와 관련 된 업무는 그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또한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는 일도 많았지만, 월급은 고작 60만 원에 불과했다.

정 모씨(23)는 “실습을 가장한 노동 착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너무 힘든 것에 비해 돈이 적지만 교육생 신분이다 보니 어디다 하소연 할 데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정 씨를 비롯한 실습생들은 실질적인 교육 효과는 거의 없이 사실상 잡일에만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참여 학생 이 모씨(24)는 “저 같은 경우는 복사하고 매일 물건 옮기고 해서 택배 상하·차 일을 하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소 4주에서 8주간 이루어지는 현장교육실습은 계절학기 교과목으로 구분되어, 기간에 따라 학교 측에 최소 9만 원에서 최대 18만 원의 수강료를 학생이 지급해야 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이 소개한 인턴사원 시급이 편의점 알바시급의 절반도 안 돼

실제 4주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 씨의 경우, 해당 프로그램이 끝나고 60만 원을 받았지만, 학교에 지급한 수강료 9만 원을 제하고 나면 실제로 받은 임금은 51만 원이며, 근무시간으로 계산하면 시간당 3400원에 불과한 돈을 받았다.

최근 알바몬의 발표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시급의 경우 치킨 전문점은 7124원, 패밀리레스토랑 7025원, 패스트푸드점 6890원 등이다. 정부가 정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도 6030원이다.

학교가 소개한 기업에서 일하는 대학 졸업반 학생의 인턴 시급이 편의점 알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학생들은 직무관련 훈련도 받지 못하고 편의점 알바보다 수익성도 떨어지는 대학의 ‘현장교육실습’ 과목을 수강하면서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향후 취업전선에서 인턴 체험이라는 경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해야 한다.


학교 믿고 수강했다가 ‘노동 착취’ 당하는 불쾌한 경험

결국 학생이 학교를 믿었다가 ‘노동 착취’를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다.  오히려 기업은 이득을 보는 구조이다. 대학의 ‘현장교육 실습’ 프로그램을 활용해 인터사원을 받으면 단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학력이나 성실성도 더 믿을만하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구조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현장교육실습’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학교 관계자는 “급여나 조건이 미리 공지된 상황에서 지원한 학생들만 실습하고 있어 문제 되지 않는다. 현장 실습 과정은 학기 수업의 일환이고 근로자가 아닌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되는 만큼 등록금을 내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학생들의 경우, 현장교육실습이 부당한 것을 알지만 참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8월 여름 현장교육실습을 한 안 모씨(23)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부당한 것을 알지만, 취업난이 심하다 보니 인턴 자리도 없으므로 학생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청년실업률 12% 시대.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에게 기회라는 명분으로 학교가 또 다른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현장교육실습’에 대한 다각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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