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메일 전송
공유하기

[창업 인터뷰] 원자력공학과 나와 코딩 교육업체 ‘휴먼 하이테크’ 차린 한형태 대표

오지은 기자 | 2016-11-04 15:54 등록 (12-02 16:09 수정) 4,164 views
▲ 이공계 출신으로 코딩 교육, 창의융합교육을 가르치는 '휴먼 하이테크'의 한형태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지은 기자]

(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인문계는 졸업 후 치킨집을 차리고 이공계는 10여년 직장생활 후 치킨집을 차린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떠도는 ‘우리 모두 결국엔 치킨집 사장’ 우스갯소리는 심각한 청년 실업률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젠 이공계도 반드시 취업이 보장되진 않는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이공계 출신 예비창업가들도 늘어 가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투데이는 휴먼 하이테크 한형태 대표(32)를 만나 이공계 출신의 창업 과정을 들었다. 


물리학자 꿈꾸던 공대생, 공기업에 흥미 못 느끼고 바로 창업 결심

 
Q. 휴먼 하이테크 회사는.
 
- 2018년 초·중·고등학교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돼 학부모와 교육자들 사이에 ‘코딩교육’이 트렌드다. 휴먼 하이테크는 코딩 교육뿐 아니라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ematics)’ 창의력수업도 병행하려 한다. 교육과정엔 UC버클리 교육공학 이장익 박사도 참여한다. 이 밖에 ‘사이언스북스’를 후원하고, 한국이공계포럼도 주최하고 있다.
 
Q. 창업 계기는.
 
- 원래는 물리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수능 공부만 하며 경희대 원자력공학과에 들어갔는데 생각했던 대학 생활과 분위기가 달랐다. 교수님이나 동기들도 다 취업준비에만 매진해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쉽게 들어갈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 학과였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돈 많이 받으며 편하게 살 수는 있지만, 무료하고 재미없어 공기업 취직은 처음부터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
 
완전히 공부를 포기한 후 졸업 전부터 창업을 생각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친척이 카이스트에서 창업 동아리를 구성해서 같이 참여했는데, 나중에 보니 나 빼고 다 취직했더라(웃음). 그렇게 20대 중반부터 창업을 계속 해왔다.
 

병원 SNS 마케팅, 줄기세포 은행 등 돈을 좇다가 회의감 커져


Q. 창업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나?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 2008년에 처음 회사를 차렸을 때 사업의 모토는 ‘최첨단 과학기술정보를 다루자’였는데, 돈을 너무 좇았던 것 같다. 병원 SNS 마케팅으로 시작했는데 한 달에 300~500만원 정도 벌었지만 지속가능하진 못했다. 내 미래의 가치를 여기에 맡겨도 되나? 이런 회의감이 들었고 DB 퀄리티도 점점 떨어져 한 달 매출도 줄어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줄기세포 은행’ 일을 했는데, 기술을 빙자해 고객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8개월간 매출은 거의 나지 않았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내가 재미있는 일을 추구…‘프로그램 코딩과 창의력 결합 교육’ 개발  


결국 ‘내가 재밌어야 한다’고 방향을 잡았다. 실패 사례를 겪으며 고객을 속이면 안 될뿐더러, 스스로 계속 공부도 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수익은 조금씩 발전할 수 있으면 되지만, 일단 내가 재밌어야 한다.
 
그래서 2014년에 차린 ‘휴먼 하이테크’에서는 재미있는 아이템을 잡으려고 했다. 진행하는 코딩·STEAM 창의력수업은 내가 준비하는 과정 자체도 재미있었다.  과학기술 일선에 있는 것들을 배우고 포럼도 참석하는 등 나에게도 공부가 되어 일석이조다.

그런 삶이 내가 추구했던 것과 맞아떨어져, 이 수업들은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딩은 어떻게 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창의력수업은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될 것이라고 본다. 계속 공부하며 그 시대에 맞는 창의력 수업으로 개발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휴먼 하이테크'의 한형태 대표. [사진=오지은 기자]


2018년부터 초중교에서 배우는 ‘코딩’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무기 ‘스팀’을 융합

 
Q. 코딩·STEAM(스팀) 교육이란.
 
- 코딩교육은 2018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정규 과목이다. 프로그램을 짜거나 게임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은 지난해 대통령이 직접 코딩 교육을 권장하고 ‘일주일에 1시간 코딩하기’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으며, 중국도 오래전부터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교육을 시행해왔다.

우리나라의 코딩 교육은 교육부가 지정했는데, 교과 내용은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또 직접 컴퓨터나 태블릿 PC를 갖고 실습하는 체험 활동 위주의 학습 내용도 추가된다. 수업 시간은 중학교의 경우 1년에 34시간으로 일주일에 1시간씩 수업을 받게 돼 현재 가장 핫하다.
 
STEAM(스팀) 교육은 ‘융합인재교육’이라고도 불리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새로운 수학·과학 교육 패러다임이다. 미국이 수학·과학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던 ‘STEM’ 교육에 예술적 요소를 추가해 창의성을 지닌 과학기술인재로 키우려는 것이 목표다.
 
이 두 가지가 현재 교육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왜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실생활 어디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이 중요해진다.
 

1년 과정으로 불완전한 코딩 공교육을 보완…스팀교육은 호기심과 사고력 배양의 요체


Q. 휴먼 하이테크가 시행할 코딩/STEAM(스팀) 교육 커리큘럼은.
 
- 월 4회 중 코딩 교육 3회, 스팀 교육 1회로 구성된다. 코딩 교육에서는 MIT 스크래치 프로그램 사용 방법을 익히고, 간단한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1년 과정으로 진행한다. 스팀 창의력 수업에서는 종이와 펜, 사색을 기본으로 다른 기자재 사용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침으로써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 계획이다.
 
스팀 교육에서는 빙고게임, 트럼프카드를 활용해 스스로 게임의 법칙 만들어보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를 통해 사고 확장 및 글쓰기 수업도 유도할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드론, 3D 프린팅에 대해서도 설명하려 한다.

특히 휴먼 하이테크에서는 한 클래스당 10명 내외의 소수정예로 코딩 교육 전문가들이 가르친다는 장점이 있다. 관련학과를 나온 강사 또는 안철수연구소에서 코딩강사 연수교육을 받은 강사도 있다.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강사는 공교육이 코딩 실무 교육보다는 소프트웨어 교양수업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휴먼 하이테크는 불확실한 미래에 공교육을 보완하고, 다른 사교육 업체들과 경쟁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코딩 사교육의 선발 주자…조만간 시장 급팽창 자신


Q. 코딩·STEAM(스팀) 교육 시장 현황과 전망은.
 
- 코딩 교육은 주로 컴퓨터학원에서 가르칠 것으로 예상하는데, 수업료도 천차만별이고 특히 강남에서는 단기간에 수백만원을 상회하는 고액과외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공교육에서 컴퓨터 수업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학교에서 진행했던 컴퓨터 수업에서 학생들이 다들 게임만 하는 광경이 다들 익숙할 것이다. 게다가 한 반에 30~40명 정도 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사교육 시장에서 코딩교육은 바로 돈이 된다. 예를 들자면 삼성에서도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과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부터 5년간 1700억원을 투입해 대학생 1만명, 초중고생 4만명 총 5만명 대상으로 소프트웨어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년 소프트웨어 인력이 2000명 이상, 5년간 총 1만명 이상 채용 예정으로 소프트웨어 분야 일자리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휴먼 하이테크에서도 코딩교육으로 주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고, 지금 현재 병행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연구자 매니지먼트, 한국 과학자 후원 캠페인)들은 수익이 나지 않지만, 사회적 미션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스팀 교육 또한, 정의를 내리는 것도 제각각이다. 경시대회처럼 어려운 수학 문제만 가르치면서 ‘창의력 교육’이라는 업체들도 너무 많다. 한국어로는 주로 ‘창의융합교육’이라고 부르는데,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게 창의력을 키우고 기술융합을 잘할 수 있는 산업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수업료는 한 달에 12만원이고 지역당 30~40명을 모집해 내년 초까지 경인지역 4개의 그룹을 형성하는 게 목표다. 직접 가르치니까 매출액이 거의 순수익인데 다음달까지 매출액이 1000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
 
▲ 휴먼 하이테크 한형태 대표가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오지은 기자]

 
창업 8년차의 교훈, “한 방을 노리지 말고 작은 지역에서 적더라도 꾸준히 수익 내는 게 중요”

 
Q. 창업 성공 조건은.
 
- 창업가 부류 중 금수저 혹은 정부사업에 너무 의존하는 ‘모범생’ 스타일은 진정한 창업가라고 여기지 않는다. 전자에겐 소위 ‘빽’이 있으니 창업이 너무 쉽고, 후자는 정부 지원금만 받고 정작 창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창업에서 제일 중요한건 필드에서 적게라도 바로바로 돈을 뽑아낼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R&D가 들어가야 한다면 오래 걸리겠지만, 청년창업가에겐 쉽지 않은 문제다.
 
청년창업가라면, 필드에서 고객들과 부딪혀 봤을 때 실제로 그 주머니에서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작은 지역에서 100~200만원 정도 조금이라도 수익성을 낸다면 의미가 있다.
 
창업경험 8년을 되돌아보며 그럴듯하게 준비해도 절대 고객이 가치를 지불하지 않는 케이스들을 많이 봤고, 스스로도 경험했다. 덧붙이자면 청년창업가들이 ‘한탕’을 노려서 그런 것 같다. 정부지원자금도 한 번에 주니까 벌써 20대부터 돈세탁, 주식사기 등으로 허비해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악용사례를 정부, 언론, 방송 등에서 자제시켜야하지 않을까.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창업이 큰돈을 가져다준다고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창업 가이드 라인 맹신은 곤란…다양한 플랫폼 활용이 중요


Q. 창업 도움은 어디서 찾나.
 
- 한국은 정부에서 제시하는, 또는 성공사례의 가이드라인이 너무 많다. 창업하기 위해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좋다. 너무 정돈된 정보를 취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지푸라기 헤치듯 찾고 나서 정리를 하라. 너무 짜임새 있게 시작하려면 창업은 될 수가 없다. 정보는 모든 게 정보다. 관련된 사람들도 만나보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책도 좋다. 창업관련 사례집도 보다 보면 다양한 간접 경험이 가능하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요즘엔 워낙 플랫폼이 다양하기 때문에 시작해서 성장하면 독자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기존에 있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 꼭 큰 비용을 들여 웹사이트를 만들 필요까진 없다는 얘기다. 파워블로거, 중고나라 같은 블로그나 카페 만으로도 큰 사업체가 된다. 다양한 플랫폼들을 활용하고, 콘텐츠와 전문성 가지길 바란다.


대우자동차 임원출신 서정진의 셀트리온 창업에 영감 얻어 

 
Q. 특별히 이공계 출신들에게 창업 관련 조언을 해준다면.
 
- 생각보다 창업 아이템이 많다. 이공계 출신이라면 IT, 페이스북, 구글 같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학교육이 전부가 아니고 결국에는 필드에서 부딪혀야 하니 아이템을 너무 사회에서만 찾지 말고, 모든 분야를 통틀어 독특하고 이색적인 걸 찾아서 경쟁력을 더 가질 수 있는지, 키울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게 이공계 창업에서는 중요하다고 본다. 사람들이 안하는 다양한 직종도 많이 봤다. 식용곤충이나 파력에너지, 태양광 LED사업 등. 좋은 학교나 학과를 나오지 않았어도 개의치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
 
또, 전공에만 매몰될 필요도 없다. 융합시대이기 때문에 전공이 포함되면서 다른 걸 결합할 수 있다. 나도 이공계 출신이지만 교육, 인문쪽 창업을 하게 됐다. 이공계 출신이 사회복지 쪽 창업을 할 수도 있고, 기계공학과 출신이 휠체어 기능을 보완한다든지, 요양센터에 납품할 수도 있지 않나.
 
최근 셀트리온의 서정진 대표 강연을 들었는데, 대우자동차 임원이 의약업계 톱으로 성장하는 걸 보고 놀라웠다. 40대 중반에도 이종, 이직에 뛰어들어 3년간 의학공부를 독학했다고 한다. 이공계 출신 예비창업가들도 그런 정도의 도전정신을 가진다면 가능하다.
 
Copyright ⓒ 뉴스투데이.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주요기업 채용정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