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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칼럼] ‘우리의 꿈’을 겨눈 ‘학과 통폐합’의 칼끝

이재영 기자 | 2017-01-24 10:52 등록 (01-24 11:20 수정) 2,342 views

(뉴스투데이 릴레이 기고=이혜민 /연세대 국문학과 3학년)


교육부 프라임 사업이 초래한 대학의 현실은? →

‘내 친구’, ‘취업교육’이라는 폭력적 단어 앞에 무릎 꿇어

재작년 즈음이었을 것이다. 서울 모 대학의 학과 통폐합과 관련하여 한창 시끄럽던 때였다. 하루는 그 대학에 다니고 있던 친구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 예술계에 한 획을 긋겠다는 당찬 꿈을 가지고 눈물겨운 노력 끝에 oo과에 들어갔던 친구였다. 나는 친구가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oo과와 xx과의 통폐합 반대 시위에 매일같이 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국 통폐합된대. 소식을 전하는 친구의 한 마디는 간결했지만 목소리가 갈라졌다. 수화기를 붙잡은 나는 그저 침묵하는 수밖에 없었다. SNS에는 학과 통폐합을 반대한다는 게시물이 빗발쳤고 군대에 다녀왔더니 학과가 사라졌더라, 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돌았었다. 역시 침묵하던 친구는 한숨처럼 한 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이건, 누구를 위한 대학일까.
 
교육부가 제시한 프라임(PRIME; Program for Industrial needs-Matched Education) 사업의 골자는 산업 수요와 대학 교육 간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에 일정 예산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달콤한 제안에 대학들은 앞 다투어 대학 구조조정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는, 특히 인문계와 예술계 학생들에게는, 참담했다.
 
대학은 학생들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소위 비인기 학과인 인문학과와 예술학과 위주의 통폐합을 강행했고, ‘효율성과 취업률이라는 잔인한 잣대’ 앞에서 많은 학생들이 전공을, 학과를 잃었다. 소통과 합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에 분노한 학생들이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도 대학들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수많은 학과들이 저마다 다른 특성을 깡그리 무시당한 채 하나로 통합되거나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누가 무슨 권리로 학생들의 꿈을 빼앗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나라를 이끌어갈 참된 지식인들을 양성하는 참된 상아탑으로서의 대학은 어째서 ‘취업 교육’이라는 폭력적인 단어 앞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는가. 
 
나는 국문학과 학생이다. 그 언제라도 다른 어문학과와 묶여 학과가 사라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국 근대문학을 공부하고 싶어 국문과에 간 학생도, 영화감독을 꿈꾸며 영화과에 진학한 학생도, 제 2의 앙드레 김이 되겠다며 패션디자인과를 선택한 학생도, 그 누구도 학과 통폐합이라는 이름의 칼끝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겨누어진 칼끝을 향해 우리는 묻고 싶다. 정녕, 누구를 위한 대학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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