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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칼럼] 수능 개혁이 학교 창의성 교육의 출발점

박희정 기자 | 2017-02-02 11:56 등록 (02-02 14:04 수정) 3,175 views

(뉴스투데이 릴레이기고=장나슬/한국외국어대 서양어대학 독일어과 신입생)
 

한국의 ‘강의식 수업’은 12년간의 정답 찾기 훈련 과정
 
장점 많은 ‘토론식 수업’ 도입의 최대 걸림돌은 오지선다형 수능
 
“내가 진짜 3년 내내 대학 합격 소식을 받기 직전까지 얼마나 고생했는데….”
“3년 내내? 계속 대학입시만 준비한 거야?”
“뭘 그렇게 놀라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거든.”

얼마 전 오랜 만에 재미교포 친구와 만났다. 서로 어떻게 지내냐고 묻는 도중 한국 고등학교 학생들의 생활을 들려주자 '감옥 같은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나란히 있는 책상 구조, 12년 동안 대학만을 위해 사는 인생, 이 모든 것이 친구의 눈에는 ‘감옥’처럼 보였던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학교 수업은 차이가 많다. 한국은 강의 위주이다. 반면에 미국은 학생 참여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 수업 주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한 다음 교사의 개입은 최대한 줄인다. 학생들이 직접 이끌어가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 나간다. 교사는 학생들의 발표를 들은 뒤에 부족한 부분만 보충해 준다.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과정을 통해 지식만 배우지 않고 창의력과 사고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일석이조이다.

나의 유학생활 시절, 미국 초등학교의 첫 수업 시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선, 책상의 배치 구조부터 달랐다. 5명씩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물론 강의를 듣는 시간보다 학생끼리 토론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영어를 잘 알아듣지도 못했던 내가 가장 먼저 자연스럽게 습득한 단어가 ‘토론’이라는  의미인 ‘discuss'였을 정도였다. 중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ㄷ’자 모양으로 배치된 책상에 앉았고, 교사는 그 사이에서 서서 수업을 진행했다. 칠판은 대부분 학생들이 그날 배우면서 토의한 내용을 적기 위해 사용되었다.
 
귀국을 한 뒤 겪게 된 한국의 수업 방식은 전혀 달랐다. 학생들은 초, 중, 고등학교 12년 동안 ‘수학능력시험’을 목표로 생활한다. 수능은 학생들이 입학하는 대학의 서열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험이다. 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학생들은 그 동안의 배운 내용을 철저하게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학교는 많은 양의 지식을 단기간에 가르칠 수 있는 강의식 방법을 채택한다. 학생들은 일렬로 늘어선 좌석에 앉아 맨 앞의 교단에 서서 교사가 제공하는 ‘정답’을 이해하면서 받아 적기에 바쁘다. 
 
이러한 한국의 교육 방식의 문제점은 분명하다. 우선, 학생들에게 정해진 ‘답’을 알려주며 그 외의 것은 ‘틀린 답’이라는 경직된 사고방식을 심어준다. 이러한 학습 방법에 길들여지면 무서운 현상이 발생한다. 한국 학생들은 심지어 유희를 위한 게임을 하면서도 ‘예시 답안’으로 나와 있는 방식대로 하지 않으면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공교육의 핵심 목표로 창의력과 사고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교육방식에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여전히 ‘강의식 수업’에 매달려야 하고, 새로 배운 내용을 되새김질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학생들은 40~50분이라는 수업 시간 안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지식을 학습하기 위해 허덕인다. 그 양을 한 번에 소화하는 ‘뛰어난’ 학생은 극소수이다. 결국 학생들은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보다는 주입식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한국 교육의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활동 위주 수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글보다 실제 체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실현 가능한 구체적 대안은 토론식 수업이다. 그 효과는 검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입증돼 있다. 토론식 수업이 학생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증진시킨다는 조사 결과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식 수업이 한국의 학교 현장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수학능력시험(수능) 덕분(?)이다. 수능 고득점은 대입의 성패를 좌우한다. 강의식 수업은 수능 득점을 위해 최적화된 교육 시스템이다. 오지선다형 수능이라는 시대착오적 제도를 대폭 개혁해야 학교교육이 질적 변화를 향한 출발선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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