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87)] 88을지연습 워게임 실시단 파견서 깨달은 미군의 힘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01.26 15:21 ㅣ 수정 : 2021.01.26 15:21

‘타산지석(他山之石)을 넘어서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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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연습을 대비해 워게임 연습을 하는 필자(연대장 재직시) 및 참모들의 모습과 88을지연습에 참가하기 위한 사단 워게임 실시반의 한미연합사 파견명령서 [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타산지석(他山之石)’ 이라는 고사성어는 ‘시경(詩經) 소아편 학명(鶴鳴)’에 나오는 시의 한 구절로 직역하면 ‘다른 산의 돌’이라는 뜻이다. 이는 다른 산에서 나는 거칠고 나쁜 돌이라도 숫돌로 쓰면 자기의 옥(玉)을 갈 수가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이라도 자기의 지덕을 닦는 데 도움이 됨을 비유하는 의미이다. 

 

또한 ‘본립도생(本立道生)’이란 근본이 바로 서지 않으면 도리에 어긋나고 규칙과 체계가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이는 ‘논어’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중국 한(漢)나라 때의 학자 유향은 그의 저서 ‘설원(說苑)’에서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확립되면 도(道)가 생기는 법이다’라며 군자는 근본 세우는 일을 귀중히 여기고 처음 시작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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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서울 올림픽 열기가 뜨겁던 1988년 여름에 필자는 육군대학 입교를 앞두고 후임자까지 받은 상태로 현직의 작전업무는 후임자에게 인계하고 88을지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7월2일부터 23일까지 사단의 워게임 실시반을 이끌고 한미연합사로 파견됐다. 

 

을지연습은 북한군의 불법 남침에 대비하여 한국에 주둔하는 전 미군과 미 본토에서 증원된 요원들도 포함하여 한국군 전체와 정부기관까지 참가하는 훈련으로 일부의 실제훈련을 제외하고는 전부대가 실병력 기동이 아닌 컴퓨터에서 모의된 상황에 따라 조치하는 워게임 훈련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 정도로 예상했던 미군은 기본에 충실한 옥(玉)

 

필자는 예하 각연대의 대대장 대표와 작전과장, 사단 참모부의 주무 장교들과 함께 한미연합사에 도착해서 사전 교육을 받고 나름대로 실습을 했다. 

 

예하 연대에서는 중령급 대대장이 참가하여 책임을 지고 연대를 운용하였지만 사단은 각 참모부의 실무 장교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88을지연습이 시작되자 사단에서 조치할 사항은 원거리로 이격된 사단 사령부와 통화하여 조치를 함으로 제한이 많았다. 결국 시간을 요하는 급한 위기 상황에서 조속한 판단이 필요할 경우에는 필자가 사단장 역할을 대신하며 신속히 결정하고 사전 조치를 했다.

 

따라서 사단작전장교로 근무하던 필자는 예하 연대처럼 3교대 근무가 불가능했다. 주요한 국면의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필자가 있어야 사단 전체 운용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었고 필자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인접 부대에 적의 공격이 집중되어 사단 상황이 한가해질 때에는 사단의 워게임 요원들은 종종 자리를 이탈해 휴식했고, 심지어 심야 시간에는 책상에 엎드려서 졸고 있는 경우도 발생했다.

 

반면에 인접에서 워게임을 하고 있는 미군들의 사무실을 살펴보니 24시간 중 어느 때라도 근무를 이탈하는 요원은 전혀 없었고, 심지어 식사 시간에도 간편하게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으로 해결하며 상황조치에 전념했다.

 

게다가 미군 간부 및 지휘자들은 미동도 없이 모니터를 주시하며 지침을 하달하고 있었으며 예하 요원 중 일부 만이 간혹 느슨해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근무 교대 시간을 준수하며, 대부분 요원들이 책임 시간에는 임무에 열중하는 등 기본에 충실한 자세를 견지했다.

 

연합사로 파견 나오기 전에 알고 있었던 군기가 문란하고 해이해진 미군이 아니라 모든 요원들이 법과 규정을 준수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미군이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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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작사령부를 방문한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과 최병혁 연합사 부사령관 그리고 당시 지작사령관 남영신 대장(현 육군참모총장)이 한미 연합작전 협조회의를 하는 모습과 예하부대의 장갑차 지휘소내에서 워게임 훈련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방사청]

 

■  미군이 세계 최강의 군대인 이유는 본립도생(本立道生) 자세 때문

 

미군이 세계 최강의 군대라는 이유를 또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미군들은 충분한 휴식 시간 보장을 위하여 별도의 공간에 숙소를 준비했다. 전방에서 야외 숙영할 때보다도 훌륭하게 당시 캠프 킴에 야전 침대를 충분하게 배치하여 취침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식사는 최상의 상태로 제시간에 제공하는 등 훈련 여건이 완벽히 보장되었다.

 

이러한 여건하에서도 미군들은 가장 효율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했으나, 적은 인원이 파견된 우리의 사단 요원들은 12시간씩 2교대 근무를 하여 피로감을 가중시켜 능률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이라도 자기의 지덕을 닦는 데 도움이 됨을 비유하는 의미인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고사성어가 무색하게 오히려 본립도생(本立道生)이란 말처럼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는 미군들의 근무 모습이 세계 최강의 군대를 만든 근원이라는 좋은 교훈으로 얻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 한국군도 모든 훈련과 작전에서 충분한 여건을 보장해주도록 발전시키며, 각자는 부여된 임무 완수를 위해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요령을 피우지 말고 전념하여 최선을 다하는 기본에 충실해야 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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