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00)] 3대 전술학파의 혈전이 전개된 육군대학(하)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04.11 14:22 ㅣ 수정 : 2021.04.19 14:22

윤용남 전 육군참모총장이 저술한 ‘기동전’둘러싸고 지상군 전술에 대한 치열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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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남 대장(육사19기, 합참의장 및 육군총장 역임)이 준장시절 기술한 ‘기동전’을 기초로 육군대학에서 분임조별로 토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육군대학 정규45기 졸업 앨범]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윤용남 장군(육사19기, 전 합참의장 및 육군참모총장)이 준장시절인 1987년에 저술한 "기동전 : 어떻게 싸울 것인가"란 책은 한반도 전장환경을 고려하여 기술한 최초의 군사서적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미 육군의 공지전투 교리에 입각한 논문을 한국육군 장교들이 다수 발표했었다.  

 

서적 ‘기동전’은 윤 장군이 사단장, 군단장, 군사령관, 육군참모총장을 거치면서 육군의 모든 장교가 필독했다. 더욱이 합참의장이 되면서 한국군의 미래 군 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상기 책자의 내용을 참고하여 육군의 군 구조와 교리를 대폭 수정하면서 육군 장교들의 의식구조에 깊숙이 각인되었다.   

 

윤용남 장군에 대한 육군 장교들의 평가는 다양하다. 혹자는 윤 장군의 ‘도로견부위주 종심방어작전’에 입각하여 사계가 좋은 장소에 위치해 있던 진지를 2부 능선 이하로 끌어내렸을 뿐만 아니라 육군 교리를 대거 바꾸는 등 육군을 일대 변모시킨 반면, 윤 장군이 군을 떠난 즉시 이들 대부분이 원위치 되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한국육군을 대거 후퇴시켰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문제에 관해 연구하며 전문성이 있는 육군 장교들은 공통적으로 윤 장군이 한국 육군에 대단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육군 장교의 경우 당시까지 만해도 교육받은 사람들은 혜택 받았다고 취급하며 진급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던 반면, 윤 장군을 기점으로 교육이 잠재역량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또한 미군 교리에만 의존하지 않고 한반도 전장환경을 고려하여 독자적인 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군 장군 가운데 윤용남 장군처럼 전쟁의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한 장군은 많지 않았다. 당시 한국육군 장교들에게 창의적으로 전쟁의 문제를 연구했던 ‘기동전’이 너무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이 책자는 지상군 중심 사고에 입각한 단일 서적에 불과한데, 공지전투 또는 입체고속기동전 교리에만 입각하여 지난 20여 년 동안 4세대 전쟁과 비대칭전력 등 신개념을 고려하지 않고 국방개혁을 추진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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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대학 교실에서 지도하는 교관과 함께 분임조 토의를 하여 선정된 각반의 작전계획을 강당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육군대학 정규45기 졸업 앨범]

 

혈전토의 중 예리한 질문에 당황했고 또 능숙하게 답변을 하여 임석한 교관들마저도 감탄

 

당시 육군대학 전술학 교육시간에 모든 토의의 중심이 되었던 윤용남 장군이 저술한 ‘기동전’과 더불어 미 육군의 ‘공지전투(Airland Battle)’ 교리를 적용한 개념들이 모든 공격 및 방어전술의 핵심이었다

 

3명의 전술담임교관이 책임지고 교육시키는 각반은 다시 4개의 분임조로 구분하여 토의를 진행했다. 각 분임조에는 중・소령급 전술교관의 개별 지도아래 좌상단의 사진과 같이 조원들은 정보, 작전, 인사, 군수, 공병, 통신 등 참모직을 분담해서 맡았고 조장은 사단장 역할을 했다.

 

부여된 작전지역에 대한 조별 작전계획이 완료되면 각 분임조의 작전참모 또는 사단장이 전술담임교관에게 발표를 했고 4개조에서 가장 우수하게 수립한 작전계획은 다시 3개반 전체가 모인 가운데 발표를 하고 신랄한 토의를 했다.

 

육군대학 3대 전술학파의 혈전이 전개된 것이다. 이때 필자는 사단작전 장교의 경험이 있어 분임조 작전참모를 맡아 토의를 거쳐 반 토의시에 발표를 했으나 타 분임조가 보다 잘 준비하여 전체 3대 전술학파의 혈전시에는 타 분임조가 2반 대표로 발표를 했다.

 

육군대학 학생장교들은 전후방 각지에서 소령으로 진급한 장교 중에 평정, 지휘추천, 시험 등을 종합한 성적순으로 정규, 단기, 통신과정으로 구분되어 입교한다. 그래서인지 당시 ‘정규 45기과정’으로 입교한 동료들은 세련되며 매너도 좋아 도무지 흠 잡을 곳이 없는 우수한 장교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전체 3대 전술학파의 혈전시에는 동료들의 매너 등 인간미 뿐만 아니라 언제 이렇게 뛰어난 기동, 화력, 장애물 운용 및 기만작전에 대한 전술지식을 습득했는지 놀랄 정도였다. 

 

기갑부대 운용에 정통한 1반이나 화력운용에 탁월한 3반 등 각반의 발표자들은 참관한 학생장교 중의 숨은 진주들의 예리한 질문에 당황했고 또 능숙하게 답변을 하여 임석한 교관들 마저도 감탄할 정도로 혈전 토의가 진행됐다.

 

심지어는 퇴근 시간을 지나 저녁을 거르고 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한 밤이 다가온 것도 잊은 채‘기동전’과 미 육군의 ‘공지전투(Airland Battle)’ 교리를 적용한 전술학에 대한 치열한 논쟁은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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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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