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02)] 시험・평가는 평생을 함께하는 고질병임과 동시에 밀착 관계(하)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04.30 11:37 ㅣ 수정 : 2021.04.30 16:16

교관의 모든 발언에는 교범의 행간에 숨어있는 교리를 깨닫게 하고 시험출제의 방향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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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당시 진해 육군대학의 정문과 학교본부, 아파트 그리고 뒤쪽에 학생장교들이 등산을 하며 좋은 인연을 쌓았던 장복산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육군대학에 입교했을 사관학교 동기생들 뿐만 아니라 타출신 장교들의 눈빛도 보통이 아니었다. 정규과정에 선발된 우수한 장교들답게 모두들 필자보다 똑똑하고 탁월해 보였다.

 

학급 조편성이 끝난 뒤에 그동안 준비했던 소양시험을 치루었다. 시험준비 자료인 고추가루를 전해준 선배들의 조언은 소양시험 성적이 과정 끝까지 지속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주일 즈음 지난 뒤에 소양시험 성적표를 받았는데 실망이었다.

 

육군대학 정규과정에 입교한 기쁨보다 소양시험 성적에 실망한 필자는 끝없는 '경쟁사회' 대한 비애와 회의감까지 들기도 하였다.

 

이어 계속된 일반학과 참모학 과정에서도 사단작전장교로 경험한 야전실무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준비하고 발표하며 시험을 치루었지만 결과는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공부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어린 시절에 시냇가에서 고기 잡을 물웅덩이를 발견하면 상류쪽에 흙을 쌓아 물을 막고 하류 쪽마저 막은 후에 물을 모두 퍼내면 물이 빠진 웅덩이에서 물고기를 쉽게 건져 올릴 있었던 것을 참고하여 실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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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대학 교육과정에서 과정별 시험 평가 후 시험장 밖에 게시돤 정답을 관찰하는 학생장교들과 각자의 과정별 시험 성적표 및 벌점 통지서가 분배되는 교실 밖 복도에 비치된 모자함  [사진=육군대학 정규45기 졸업 앨범]

 

■ 성공하는 직업인은 상황과 조건이나 상급자 의도를 고려해 정의롭게 결정하고 수행

 

무식한 전법으로 웅덩이의 위와 아래를 막고 물을 퍼내어 물고기를 잡는 낚시 방법이었던 ‘막고 푸는 방법’을 택하자 몹시 바빠졌다. 그 날 교관이 강의하며 강조했던 교리는 조사까지 그리고 농담까지도 모두 기록하며 모두 암기하기로 했다.

 

선배들의 고추가루(참고자료)를 기초해서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된 것만 쌓아가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머리 속에 꽉꽉 눌러서 마구 쑤셔 넣기식” 학습으로 전환했다.

 

물론 이방법은 학습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다음 시험부터 달라졌다.

 

단지 혼자서 교범을 읽고 숙지하는 것은 나름의 지식을 배양할 수 있었으나 가르치는 교관의 의도를 읽을 수는 없었다. 막고 푸는 식으로 강의 및 토의시 한마디씩 던지는 교관의 모든 발언에 초점을 맞추자 교범의 행간에 숨어있는 교리를 깨닫게 해 주었다.

 

수업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농담은 당시 교리를 암기하는 중요한 연상도구가 되었고 이러한 것들은 시험장에서 강의시 교관이 이야기했던 토시까지도 기억하여 적어낼 수 있었다.

 

시험평가가 끝나 시험장 밖을 나오면 상단의 사진처럼 모범답안이 복도에 게시되어 그날 시험의 성패를 바로 짐작할 수 있었고,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교실 입구에 비치되 모자함에 각 개인의 성적표가 꽂혀있어 그날은 진해 시내 술집엔 학생장교들이 모여 시험 후 회포를 푸는 시간이 되곤 했다.

 

교육 역시 인간이 가르치고 그 사람이 평가하는 법이다. 따라서 가르치는 교관의 의도에 맞춰서 공부하고 작성한 시험 답안지는 해당 교관이 요구한 정답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실은 참모학 과정 시험결과부터 달라지기 시작했고 마지막 종합평가 후에는 우등은 아니었지만 미소를 띄울 수는 있었다.

 

특히 시험을 앞둔 취준생이나 직업인들을 위해 한가지 추가로 팁을 제공한다면 각종 업무 및 방안에 대한 발표시에는 그동안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 있는 의견 제시가 높은 평가를 받지만, 시험평가는 기발한 창의성 보다는 교관의 의도를 고려하여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예를 들면 전술학과정에서 공격시에 곧장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과 우회나 포위기동으로 적을 공격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각자의 의견 발표시 어느 방법을 택하던 그 방법에 부합된 여건을 제시하면 오히려 창의적이라고 칭찬 및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험에 임할 때는 시험 문제에 제시된 조건들을 면밀히 분석하면 교관의 의도가 세가지 방법 중에 어느 것에 해당한다는 것을 식별할 수 있었고 그 교관의 의도에 맞게 그 기동 방법으로 답안을 작성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바른 정의길을 가야하는 것은 진리이지만, 당시에 처한 상황과 조건이나 상급자의 의도 및 요구를 고려하여 결정하고 수행할 때 성공하는 직업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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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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