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칼럼] 바이든 정부의 시사점, 첨단 IT 기업과 민간 CEO 참여하는 신속무기획득 필요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1.05.03 09:39 ㅣ 수정 : 2021.05.03 11:01

미국, 일관된 국방혁신 정책 추진하면서 혁신 인사 중용과 민간 전문가의 정책 제언 적극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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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3월 글로벌 IT 공룡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는 미 육군과 향후 10년간 약 220억 달러 규모의 첨단 가시장비(IVAS, Integrated Visual Augmentation System)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홀로렌즈 및 클라우드, 증강현실(AR) 기술 등을 적용해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3차원 지형정보 제공, 실시간 통신 및 번역, 야간 및 악천후는 물론 건물 뒤에 숨어있는 적까지 식별 가능한 최첨단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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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더욱 놀라운 점은 방산업체가 아닌 민간 IT 업체가 주계약자라는 점, 2018년 11월 신속 시제품 개발사업(Rapid Prototyping) 이후 불과 2년여 만에 수의계약 형태로 군 전력화를 포함한  대규모 계약(Rapid Fielding)을 체결했다는 점, 실제 장비를 운용하는 장병들의 개선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기존 무기획득 계약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일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 육군의 차세대 소총(NGSW)과 첨단 야간투시경(ENVG-B) 등을 포함하여 기존 전투기와 무인기를 통합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 군집드론, 무인수상정, 사이버보안 장비에 이르기까지 수십여 개 사업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미군은 5차원 전장(육·해·공 우주 및 사이버)을 주도하는 다양한 게임체인저들을 보유한 강력한 미래군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 초당적이고 일관된 국방혁신 정책 추구해 대변신 가능

 

이러한 미군의 혁신과 대변신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요약해 보면, 21세기 중국과 러시아와의 ‘강대국 경쟁(Great Power Competition)’ 시대에 맞서 2014년 3차 상쇄전략과 2018년 국가국방전략, 최근 바이든 정부의 국방부 내 혁신인사 중용 등에 이르기까지 초당적이고 일관된 국방혁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띤다.

 

게다가 2016년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등 순수 민간인 위주로 구성된 국방혁신자문위원회(Defense Innovation Board)를 중심으로 국방부 혁신정책관(CIO) 신설, 인공지능군(AI Ready Force) 도입, 5G 국방생태계 조성 등 70여건 이상의 지속적인 정책 제언이 주효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기존 무기획득시스템(PPBEES)의 대대적 혁신으로 신속무기획득, 소프트웨어 획득, 서비스 획득 등 빠르고 다양하며 사업 추진이 용이한 새로운 무기획득시스템(AAF, Adaptive Acquisition Frameworks) 도입과 함께 국방혁신센터(Defense Innovation Unit), 피치 데이(Air Force Pitch Day) 등 민간 첨단기술에 대한 대폭적인 수용 노력 등이 종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미 CSIS 부소장 캐서린 힉스의 국방 부장관 임명에 이어 지난 4월 2일 미 국방부 서열 3위인 획득운영유지 차관에 실리콘 밸리 소재 현 국방혁신센터(DIU)의 마이클 브라운 센터장을 지명했다. 그는 사이버보안업체 시만텍의 전 CEO로서 약 2년간 신속무기획득사업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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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미 육군과 향후 10년간 약 2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첨단 가시장비(IVAS). 군용 홀로렌즈라고 불리는 증강현실(AR) 기기이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

 

미국, 신속무기획득 활성화 추진…한국, 시범사업 도입으론 한계

 

이에 따라, 향후 미 방산획득 정책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추격을 뿌리치고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의 접목을 확대하여 전투승수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신속무기획득 정책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미 국방예산 중 신속무기획득예산(OTA Budget)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미 CSIS 및 현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5년 7억 달러에 불과했던 신속획득 예산은 2020년 무려 200억 달러 수준으로 거의 30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2022년도 국방예산(핵 및 행정예산 포함) 요구액이 전년 대비 1.7% 증가한 7530억 달러 수준임을 고려해 볼 때, 향후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의 무기체계 적용을 위한 신속무기획득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의 신속무기획득 활성화 정책은 수요자인 군은 물론 의회와 정부, 나아가 산·학·연 전문가들로부터도 환영받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 무기획득시스템의 복잡한 의사결정, 장기간(10~15년) 소요, 고비용 구조를 대체한다는 점,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발 빠르게 접목할 수 있다는 점, 시제품 개발 간 운용하는 장병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점, 2~5년 내에 완벽하진 않아도 전장에서 사용하기 충분한 최신 장비를 군에 제공한다는 점 등이다. 

 

지난해에 비로소 신속시범획득사업을 도입한 우리나라도 최근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드론, 로봇 등의 단순 구매로부터 신속 연구개발 방식 도입, 유무인 복합체계 적용 등으로 활성화하는 노력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일부 시범사업 도입만으로 무기획득 정책을 혁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첨단 IT 분야 우수기업 방산 진입 적극 유인하는 노력 확대해야

 

따라서 향후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위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먼저, 기존 방산업체 중심의 생태계에서 첨단 IT 분야 우수 민간기업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노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불과 1400여개의 지정방산물자와 10여개의 체계종합업체, 연 방산매출 3억원 이상인 300여개의 협력업체 만으로는 충분한 신기술 도입과 국방분야 적용이 크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처럼 국내 유수한 민간 대기업과 IT 기업들에게도 방위사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장벽들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미국 DIU와 피치 데이 등과 같이 국내 유망 민간기업들이 무기개발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사업 참여가 원활하며, 보유 기술들의 시연과 시제품 개발(prototyping)이 가능한 다양한 무기획득 방식을 제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4년(2016~19)간 DIU는 166개 민간기업과 72개 신속무기획득 사업을 수행했다.

 

DIU 발표에 따르면, 72개 중 46%인 33개 사업은 완료됐으며, 사업 당 평균소요기간은 불과 1년(362일)이 걸리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이 지난해 새로 도입한 AAF를 벤치마킹하여 현행 신속시범획득사업의 전면적 확대와 아울러, 기존 무기체계 성능개량 및 무인이동체와 통합 개발, SW 업그레이드 등에 이르기까지 보다 쉽고 다양한 무기획득 방식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민간 CEO 위주의 ‘국방혁신자문위원회’ 신설 적극 고려해야

 

아울러, 4차 산업혁명 기술 관련 민간 CEO 위주로 구성된 ‘국방혁신자문위원회(가칭)’ 신설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방부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국방 혁신을 추진 중이나, 급변하는 안보 환경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추진 그리고 첨단기술 변화 추세를 고려해 볼 때, 우리도 첨단기술을 보유한 민간기업 CEO 및 전문가들의 공식적인 국방정책 제언 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 국방혁신자문위원회(DIB)가 지난 3~4년간 국방장관에게 제안한 70여개 정책들은 미 국방부 및 육·해·공군에 고스란히 반영돼 민간 IT 기업과 국방 간 장벽을 크게 완화하고 첨단기술의 무기체계 및 장비 적용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우주기업 CEO를 역임한 전문가(Mark Sirangelo)가 위원장으로 취임해 우주전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준비 중이란 후문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로 바이든 정부는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신속무기획득 정책의 전면적 확대와 극초음속 유도무기 등 첨단 무기체계 개발로의 ‘선택과 집중’, 안정적인 방위산업 공급망 유지 정책 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방위산업도 굳건한 한미동맹 강화의 틀 속에서 새롭고 다양한 무기획득 방식과 민간 전문가의 활용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방위산업 기반을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연구원,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前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前 국방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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