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요구불예금으로 누린 시중은행 호황의 그림자는 '경제 불균형'

최정호 기자 입력 : 2021.07.30 07:36 ㅣ 수정 : 2021.07.30 11:48

풍부해진 유동성이 실물경기에 긍정적 영향 못 줘 / 고소득자 대출 증가는 부동산 및 주식 투자에 집중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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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대출을 통한 순마진이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아지고 있어 고신용자들만 대출이 가능해졌다. 이들은​​ 대출받은 자금을 부동산 및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경제 구조의 불균형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사상 초유의 호실적 올리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불균형으로 경제 불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올 상반기 5대 금융그룹의 순이자이익은 20조4994억원이다.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었다. 지난 해 동기 18조4282억원보다 11.24%나 많다.  시중은행의 순마진(NIM)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예대마진을 뜻한다. 따라서 순마진이 증가하려면 대출총액이 늘거나 아니면 예금에 대한 지출이자가 적어야 한다.

 

이번에 시중은행들의 예대마진이 상승한 것은 후자의 경우이다. 요구불 예금 비중이 높아져서 순마진이 올라갔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평균 요구불예금 잔액은 374조2654억원이다. 지난해 동월 294조9777억원보다 27%가 증가한 수치이다.

 

시중은행관계자들은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짐에 따라 금리가 낮은 요구불 예금이 많아졌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요구불 예금이란 무엇일까. 기업·기관등이 유상증자 및 채권 발행 등으로 확보한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요할 경우 순발력있게 찾아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금융감독원이 20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주식·회사채의 발행 실적은 역대 최대 규모인 122조766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2%(31조2539억원) 증가한 수치다. 주식 발행은 12조6361억원으로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급증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486.9% 증가했다.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110조1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23.2%(20조7708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올 상반기 말 회사채 잔액은 607조825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1.3%(61조5379억원) 증가했다. 

 

이들 유동성을 요구불예금으로 받은 시중은행의 대출영업은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유동성이 기업이나 고신용자 중심으로 공급됨에 따라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신용자는 시중은행 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대출문턱을 높였다.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한 탓이다.  요구불예금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의 혜택을 중저신용자들은 받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이다.  생계자금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은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야 한다. 

 

통계상에도 이 같은 '양극화 심화' 현상이 드러난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올 상반기 은행권 가계대출은 41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증가액인 40조7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제2금융권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1조70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만해도 제2금융권 대출액은 2019년 대비 4조2000억원이 감소했었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장에 유동성이 커지면 실물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서 "풍부해진 유동성이 서민보다는 고소득자들에게 쏠려 있다”고 말했다. 빈  교수는 “고소득자들이 은행 대출을 받아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다보니 실물경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낮은 금리의 요구불 예금이 늘어남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순마진이 커지는 현상  이면에는  이 같은 경제구조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그림자가 숨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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