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레이더 연동 AI 경계시스템 사업 ‘무산 위기’ 이유 밝혀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1.08.02 13:56 ㅣ 수정 : 2021.08.02 13:56

1차 공고 유찰되고 재공고도 취소된 상태…비현실적 사업예산과 특정제품 내정 의혹 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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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존의 GOP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된 최전방 부대에서 상황병이 CCTV로 철책선 주변을 감시하는 모습. 오경보 빈발과 성능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국방부가 기존의 GOP과학화경계시스템의 오경보 빈발과 성능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이 추진하는 ‘레이더 연동 AI 경계시스템’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안요청서 요구사항에 비해 사업예산이 적은데다, 레이더 요구 성능이 특정 제품만 가능해 입찰에 응한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서욱 국방부장관은 지난 7월 19일 동부전선 GOP 대대를 방문하여 과학화경계시스템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사업의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을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현장토의에는 과학화 경계시스템 사업과 관련이 있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육군본부, 방위사업청, ADD 등의 주요 부서장과 현장 지휘관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경계시스템의 오경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감시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적용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고려사항과 제한사항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신속시범획득사업을 통해 ‘레이더 연동 AI 경계시스템’을 도입하고, 6개월 동안 ‘AI 실증랩’을 시범 운영하여 군 운용 적합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런 기대와는 달리 지난 5월 4일 공고된 ‘레이더 연동 AI 경계시스템’ 사업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7월 2일 재공고를 했다가 공고 내용에 하자가 있어 다시 취소된 상태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제안요청서 요구사항에 비해 책정된 사업예산(31억여원)이 너무 적다는 반응이다. 

 

이 사업은 광망센서와 CCTV로 구성된 기존의 과학화경계시스템이 갖고 있는 오경보 과다 등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대안으로 구상됐다. 관련 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레이더를 경계시스템의 주장비로 사용하겠다는 접근은 이전보다 진일보한 것이지만, 레이더 요구 성능이 잘못 설정되면 AI 분석을 통한 경계시스템 보강은 무용지물이 될 소지가 많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업의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레이더 요구 성능을 보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우선 레이더는 방해신호(clutter)를 제거해 오경보율을 낮추는 것이 핵심기술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방해신호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을 경우 허위 표적이 다수 발생하고 이로 인한 데이터 오류로 AI 분석을 하더라도 의미 없는 결과만 도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이더의 오경보율 최소화 능력이 매우 중요함에도 제안요청서의 요구 성능에는 필수조건이 아닌 일반 요구조건으로 명시돼 있다. 오경보 과다를 보완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임에도 데이터 오류를 막는 오경보율 최소화 능력이 가볍게 취급된 느낌이 든다. 반면, 다른 성능은 필요 이상으로 과도히 요구해 특정 제품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예를 들어, 200m 이내에서 최대 255개 이상의 표적을 동시 추적해야 한다는 요구 성능은 실제 경계근무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과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인다. 소수의 침투 또는 귀순하는 인원을 정확히 포착하는 것이 주목적인 경계시스템에서 이런 특별한 숫자의 요구 성능이 왜 필요할까? 이 성능을 충족하는 것은 특정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 성능 가운데 표적탐지속도의 범위를 0.3∼30m/sec로 명시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초당 30m로 이동하는 표적이라면 시속 108㎞에 해당한다. 전방 산악지역이나 해안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이동속도다. 일반적인 지상감시레이더의 표적탐지속도는 0.5∼10m/sec로서, 이 정도 속도면 충분히 추적 가능한데 왜 지나치게 과도한 기준을 제시했는지도 의문이다. 

 

방위각의 요구 성능도 120도 이상을 제시했다. 대다수 고정형 레이더가 90도의 방위각을 갖고 있는데, 120도 이상을 요구한 이유가 무엇일까? 레이더 간격에 따라 90도 혹은 180도 성능으로 구성하면 운용이 가능함에도 말이다. 이로 인해 다수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일반적 기준이 무시되고 특정 제품만 가능한 성능을 요구한 이유도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이 경계시스템은 산악지역인 GOP 부대, 해안소초 지역 그리고 실증랩 1개소까지 총 3개 부대에 구축될 예정이다. 주요 장비는 레이더 15대, 실영상 및 열영상 카메라 각 30대, 분석제어부 15세트 등이며, 관제시스템과 부수장비·시설이 포함된다. 이중 가장 핵심인 레이더 성능에 대한 기준이 앞서 언급했듯이 특정 제품에 맞춰진 것 같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제안요청서에서 요구하는 레이더 성능이 이와 같이 특정 제품만 가능한 상황이어서 다른 업체들은 입찰에 참여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1차 공고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없어 유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편, 당연히 참여할 특정 업체까지 응찰하지 않은 이유는 책정된 사업예산이 적기 때문이란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사업들도 이번과 비슷한 상황의 연속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즉 기술식별 능력이 부족한 실무자들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 기술로 영업하는 일부 업체의 말에 현혹돼 잘못된 방식이 도입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업은 시범 운용을 통해 군 운용 적합성을 검증하는 신속시범획득으로 추진된다. 따라서 시범구매 대상 제품이 먼저 선정된 후 입찰 공고가 이뤄진다.

 

따라서 방사청 실무자는 시범구매 대상 제품으로 선정된 업체의 주장을 중심으로 제안요청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소조항이 들어갈 수 있지만 실무자들은 이를 식별할 능력이 없어 이번과 같은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지금이라도 관련 업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경청하고, 의혹 해소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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