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진화(1)] 4차산업혁명의 핵심 협동로봇·반도체로 新성장 꿈꾼다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3.06 16:48 ㅣ 수정 : 2024.03.17 10:09

두산로보틱스, 업계 최다 라인업 기반으로 65조 시장 공략 가속화
두산테스나, AI 시대 대비해 83조 반도체 후공정 분야 공략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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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여 년 동안 플랜트(발전소), 건설기계 중심의 사업으로 성장해온 두산그룹이 협동로봇과 반도체 영역을 개척하면서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성장 전략의 혁신과  성장성 높은 사업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 두산그룹은 협동로봇과 반도체라는 4차산업혁명 핵심 분야를 선택하고 기업공개(IPO),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의 발굴과 육성에 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은 성장동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성장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에너지로 평가받는 원전 사업에 총력을 가하는 한편,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기술 확보에 전념하는 것도 비약을 위한 도약의 에너지 축적 단계로 평가받는다.  두산의 성장을 위한 혁신을 두 차례 나눠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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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두산그룹은 협동로봇 기업 두산로보틱스와 반도체 후공정 기업 두산테스나를 육성해 그룹의 신(新)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두 분야에 진심을 쏟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두산로보틱스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협동로봇 분야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22년에는 테스나(현 두산테스나)를 인수해 반도체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지난 수십여 년 동안 플랜트(발전소)와 건설기계 사업에서 매출을 올린 두산그룹에게는 전인미답의 새로운 길이었다. 이처럼 새로운 영역에 두산그룹이 발을 들여놓자 재계와 증권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테스나가 속해있는 협동로봇과 반도체 후공정 분야의 시장규모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들 분야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두산그룹 경영진의 판단은 적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츠앤마켓츠(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9억81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2026년 79억7200만 달러(약 10조61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21년 512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인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시장은 2025년에는 649억 달러(약 8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새로운 성장을 위한 미래 먹을거리로 협동로봇과 반도체 후공장 분야를 낙점했음은 여러 사례에서 확인된다.

 

박정원 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서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관람하면서 "두산의 제품은 중국산 제품보다 퀄리티가 있으며 이에 따라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앞서 테스나 인수 직후인 2022년 중순에는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로서 기존 핵심 사업인 에너지·기계 분야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성장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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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로봇과 산업용 로봇 비교 [사진=KDB미래전략연구소]

 

■ 두산로보틱스, 세계 최다 협동로봇 라인업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두산로보틱스틱스가 제조하고 판매하는 협동로봇은 사람과 작업공간을 공유하며 협업이 가능한 로봇이다. 두산의 협동로봇은 넓은 범용성을 기반으로 제조업뿐만 아니라 의료업과 서비스산업, 식음료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이 가능한 제품이다. 

 

산업용 로봇이 안전펜스 등으로 작업자를 분리시킨 공간에서  반복업무에 주로 투입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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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라인업 [사진=유진투자증권]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기준 두산로보틱스는 H-시리즈, E-시리즈 등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13개 제품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오는 2026년까지 4개 제품을 추가로 출시해 다양한 고객사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축 회전 축에 토크센서(힘 센서)를 내장해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안전성을 구현한 M-시리즈는 총 4종으로 구분돼 제조·판매되고 있다. 업계 최고 속도를 구현한 A시리즈는 6개의 모델이 나와 있다. 가반하중(로봇이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 25kg으로, 전세계에 현존하는 협동로봇 중 가장 무거운 중량을 운반할 수 있는 H시리즈는 2개 모델이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처음 출시된 최신 모델 E 시리즈는 F&B(식음료) 산업에 특화된 협동로봇이다. 이 로봇은 △협동로봇 모든 연결 축 간의 틈새 밀봉 △청결 유지를 위해 흰색 디자인 적용 △세척이 용이하고 오염이 잘 되지 않는 성분의 도료 적용 등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위생 수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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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한 글로벌 협동로봇 기업 비교 [사진=유진투자증권]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글로벌 협동로봇 1위 기업이라는 덴마크의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은 5개의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 화낙(Fanuc)은 7개, 대만 테크맨 로봇(Tehcman Robot)은 10개로 두산로보틱스의 라인업 보다 다변화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협동로봇 시장에서 두산로보틱스가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선 다양한 라인업을 기반으로 다분야의 고객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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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기준 협동로봇 글로벌 시장점유율 [사진=뉴스투데이 / 자료=유진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유니버설 로봇은 세계 시장점유율 34%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화낙 11%, 중국 아우보(Aubo) 7%, 테크맨 로봇 5%, 스위스 ABB 5%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시장 점유율 4%로 글로벌 6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2026년까지 협동로봇 라인업을 17개로 늘리고 판매채널 역시 2022년 89개에서 2026년 273개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생산 역량도 2023년 연산 3200대에서 2026년 1만1000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 연구원은 "앞으로 글로벌 1위와 2위 업체인 유니버설 로봇, 화낙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으나 협동로봇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로의 침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이에 따라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530억 원, 영업손실 191억 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아직까지 큰 흑자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두산로보틱스는 당장의 흑자보다 미래 성장 발판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확고부동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지난해 12월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 다트 스위트(Dart Suite) 개발에만 누적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했다"면서 "당장 사업 수익을 낼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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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테스나 서안성사업장 전경 [사진=(주)두산]

 

■ 두산테스나, 인수후 호실적 이어져... 반도체 역량 강화 지속

 

두산그룹의 다른 신성장동력으은 반도체 사업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2022년 3월 테스나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두산테스나는 현재 국내 반도체 웨이퍼(반도체 핵심 재료인 원형의 판) 테스트 분야 1위 업체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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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테스나는 반도체 후공정 분야 가운데 패키징과 테스트(검사) 사업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반도체 산업은 칩 설계와 웨이퍼 가공을 포함하는 전공정 분야, 패키징과 테스트 등을 포함한 후공정 분야로 구분돼 있으며 두산테스나의 사업 영역은 후공정 분야에 속한다. 두산테스나는 후공정 가운데서도 시스템 반도체(SoC), 이미지센서(CIS),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관련된 웨이퍼 테스트를 담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사업은 고가의 테스트 장비를 사용해 사업을 진행하는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선투자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이에 따라 매출이 감소할 경우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다만 두산테스나의 매출은 해마다 안정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차입금 상환과 이자상환을 하더라도 충분한 이익을 실현하고 있고 이는 기업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두산테스나는 지난 2021년 매출 2076억 원, 영업이익 541억 원 2022년 매출 2777억 원, 영업이익 67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3386억 원 영업이익 609억 원이라는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두산테스나가 두산그룹에 인수된 이후 꾸준히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기업의 매출 90% 이상을 차지하는 웨이퍼 테스트 분야의 성과가 꾸준히 견실한 덕분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두산테스나의 웨이퍼 테스트 공장의 가동률은 2021년 68.7%, 2022년 71.1%, 2023년 3분기 69.7%를 기록하고 있다.

 

웨이퍼 테스트의 누계 수주 물량 역시 2021년 1913억 원, 2022년 2569억 원, 2023년 3분기 2422억 원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증권가는 웨이퍼 테스트 수주물량이 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 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1분기를 저점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꾸준히 회복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물량 또한 분기마다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궁현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11억7000만 대에서 6% 증가한 12억4020대가 예상된다"면서 "올해도 웨이퍼 테스트 물량이 증가해 두산테스나의 실적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두산테스나는 사업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평택에 신규공장 건설을 하고 있다. 이 공장의 용도는 아직까지 공개된 게 없지만 업계에서는 두산테스나가 주력해온 웨이퍼 테스트 분야의 설비가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산테스나는 지난달 CIS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 엔지온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후공정 역량 강화도 계속하고 있다. 

 

두산테스나 관계자는 "두산과 엔지온 모두 CIS 반도체와 관련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두 회사 간 긍정의 시너지가 발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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