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출 막힌 중국산 재고 몰려오나…韓 유통업계 '동상이몽'

남지유 기자 입력 : 2025.04.25 06:45 ㅣ 수정 : 2025.04.26 07:47

美 관세 폭탄에 C커머스 직격탄…한국시장 우회 가능성 ↑
서용구 교수 "한국 저가 시장 미완성 ...C커머스에 기회"
"가격 무기로 영향력 확대" vs "품질 문제로 영향력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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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미·중 관세 전쟁 여파로 중국계 e커머스(이하 C커머스)가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C커머스의 제품 신뢰도가 낮아 한국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거란 관측도 있지만, 초저가를 무기로 저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104%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800달러(약 114만원) 미만 수입품에 적용되던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부터는 중국발 소액 소포에도 12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C커머스 업체인 테무와 쉬인은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에 대응해 최근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광고비를 줄이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들 플랫폼의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중국산 초저가 상품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 시장이다.

 

현재 테무는 한국 시장 공략과 관련해 공식 의견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C커머스 기업들의 시장 공략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한국의 저가 유통 시장은 다이소 외에는 뚜렷한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고성장을 이어온 한국은 전 세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소비가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였으나, 저가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며 “반면 일본은 30년간의 장기 불황을 겪으며 돈키호테 등 다양한 저가 유통 채널이 발달해 저가 시장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인구는 적지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객단가 높은 소비자들이 밀집해 있어 시장 밀도가 매우 높다”며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저가 시장이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만큼 C커머스 기업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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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이커머스 앱 월간 활성 이용자수 [그래프=뉴스투데이/자료=와이즈앱·리테일]

 

테무는 이미 한국 시장에 대한 직접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테무는 경기도 김포에 대규모 물류센터와 장기 임차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국 현지 인재 채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커머스의 국내 영향력도 점차 확대되는 중이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월간 이용자 수(MAU)는 912만9000명으로 쿠팡(3361만8000명)에 이어 종합몰 중 2위를 기록했다. 테무도 830만7000명으로 4위에 오르며 빠른 속도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C커머스의 한국 시장 진출 전망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하지만 저가 시장에서 C커머스가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는 분위기다.

 

A사 관계자는 “C커머스가 올해 본격적으로 상품을 팔더라도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이 국내 진출을 본격화했지만 거래액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커머스가 품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 시장에서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호기심에 한 번 구매하지만 품질에 실망한 이후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고가 브랜드 중심의 신뢰성 높은 상품을 취급하는 쇼핑몰에서 C커머스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그러나 캠핑용품과 휴대폰 케이스 등 일부 공산품 카테고리에서는 C커머스가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업체의 핵심 위기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C커머스 진출이 맞물리며 위기로 지목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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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 한국 사이트 [사진=테무]

 

C커머스의 한국 진출을 예의주시하는 업체들도 있다. ‘초저가’를 무기로 한국 시장에 전력을 다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C사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처음 한국 시장에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성장세가 가파를 줄 몰랐다”면서 “핸드폰 케이스와 의류 등 저가 카테고리에서 만족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C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양말 셀러들이 C커머스로 타격을 입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만큼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큰 메리트다. 소비자들은 언제든지 가격이 더 저렴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이커머스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 전문가들은 C커머스의 국내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에 대한 사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C커머스도 불법 제품 유통을 원하지 않지만, 플랫폼 특성상 수많은 제품이 유입되다 보니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만큼 사전에 불법 제품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차단 보다는 사후 관리가 핵심”이라며 “불법 제품이나 마약류 등이 유통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어떤 징계를 취할지 시나리오별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 C커머스를 적대시하기 보다는 한국 정부가 소비자들을 위해 협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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