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선판, 다시 금융 포퓰리즘 바람이 분다

[뉴스투데이=최병춘 경제부장] 조기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대권을 노린 각 당 후보들이 금융 관련한 공약들을 쏟아내자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거진 관세 리스크와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 변수가 거듭되면서 우리 경제는 내수침체 장기화와 저성장을 피할 수 없는 환경에 놓였다.
결국 금융정책을 통한 경제 성장 전략이 주요 공약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이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체제인 만큼 금융정책은 핵심 대권 공약으로 다뤄져 왔고 당선 후에도 정권을 유지하는 동력으로 활용돼왔다.
문제는 이 같은 금융공약과 정책이 금융권 압박을 기반으로 한 ‘포퓰리즘’ 논란에 취약해 왔다는 점이다.
당장 앞선 윤석열 정부도 취임 전 소상공·자영업자 채무조정, 청년도약계좌 도입 등 ‘서민금융 지원’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취임 후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에 앞서 각종 차별 논란과 금융사 부담 확대 논쟁 등에 시달려야 했다.
윤 정부는 이후에도 ‘금융’을 활용한 정치를 지속해왔다. 특히 ‘이자장사’ ‘종노릇’ 발언으로 대변되는 은행 때리기가 대표적이다. 시중은행은 당국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을 받아왔고 동시에 ‘상생’을 테마로한 이자 환급, 경감 등 수조원대 민생금융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했다.
금융사를 압박하거나 앞세운 금융 지원 정책이 주를 이루면서 ‘금융권 팔 비틀기’ ‘정치금융’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결과가 좋았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압박 논란에도 이자장사 비판의 핵심이었던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크게 줄지 않았다. 또한 금융사에 막대한 재원을 요구하는 입법이나 제도화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조원에 달했던 민생금융 지원 규모도 올해 7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민감 금융사를 동원한 ‘상생금융’ 또한 결국 시끄러운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윤 정부는 금융시장의 구조적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철저히 계산된 정책적 접근이 아닌 민심에 기댄 ‘포퓰리즘’적 대응과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금융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제 기대는 다음 바통을 이어갈 정권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주요 대권후보들이 최근 내놓은 공약 상당수가 또다시 ‘포퓰리즘’ 도마에 오르면서 기대보단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 누구에게나 1000만원을 연 3% 금리로 빌려주는 기본대출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도 이번 대선에서 유사한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금융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막대한 규모의 정책 대출에 대한 재원과 저신용자 부채 리스크가 은행 등 금융사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정 최고금리의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코로나 부채를 전액 탕감하겠다거나 대부업을 폐지하겠다는 구상 또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부채 전액 탕감을 위한 재원 마련부터 대부업 폐지로 인한 불법사금융 시장 쏠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집권당이었던 국민의힘 후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부동산 대출 관련 청년층 등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한동훈 후보, LTV에 더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없애고 부동산 정책을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홍준표 후보의 공약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계부채 급증의 위험성을 외면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책 없는 무분별한 대출은 금융소비자는 물론 금융사의 부실을 가중시킬 수 있다.
대선후보에게 공약은 대권을 잡기 위한 주요한 수단이지만 다음 시장 환경을 결정지을 지표이다. 따라서 공약 단계부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더욱이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인 만큼 다음 정권이 내놓은 금융정책이 가진 중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우리는 민심 잡기에만 기댄 정부의 실패를 경험했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변수로 대선 후보나 유권자 모두 시간이 촉박하다. 주어진 시간이 짧다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순 없다. 정치권은 금융공약을 대권을 잡기위한 손쉬운 선물로 활용해선 안된다. 시장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합리적 약속과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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