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돋보기 (中)] 지역의료 돌봄서비스 ‘간호사 독점’ 우려…"체계적 협업 필요"
尹 "간호법, 지역의료 돌봄서비스 독점"...거부권 행사
개정된 간호법, 지역사회 돌봄 종합계획 수립으로 변경
의료 전문가들 "의료체계에 따른 분업화·협업 필요"
진통 끝에 탄생한 간호법이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진료 지원 활용 방안, 간호 업무 범위 지정 등 관련 시행령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간호사가 대체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가이드 없이 간호법이 시행되면 의료계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간호법 시행령이 어떤 방향으로 제정돼야 하는지 취재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간호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지역사회 의료 돌봄 체계 강화’를 놓고 간호사들이 독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간호사 단체와 연관된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역사회 간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돌봄 체계 강화를 위해 간호종합계획에 지역 간호를 반영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이 발언이 간호법 시행령에 반영될 경우 간호사의 지역 의료 돌봄 체계 독점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26일 의료 관련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역사회 의료 돌봄 서비스의 목적은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하면서 이들에 대한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있다. 이는 지자체와 보건당국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지역 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을 통해 △방문건강관리 △건강 약자 지원 △건강검진 결과 조회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오는 2026년 시행된다.
건강관리는 보건소 내 전문 인력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건강 상담과 만성질환 관리, 복약 지도 등을 수행한다. 건강 약자 지원은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건과 의료, 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것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투입된다.
문제는 의료 인력 부족과 재정 지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간호사를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간호사는 의료기관 근무 경험과 다수의 의료 처치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을 이용하면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52만70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28만2000명이다. 타 직종에 종사하는 간호사는 4만4800명이다. 비활동(유휴) 간호사가 12만명에 달한다.
정부가 유휴 간호사를 지역 의료 돌봄 체계 구성에 활용한다면 일자리 창출에도 일부 도움을 줄 수 있다.
■ 간호사로 지역 의료 돌봄 체계 확립은 위험한 발상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역 의료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지역사회 돌봄에 있어서 다른 직역과의 역할 충돌이나 중복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라는 것이었다.
이는 다른 직군들이 간호법을 반대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간호사가 지역 의료 돌봄이라는 이유로 의사 면허자에 한정되는 일부 진료 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지역 의료 돌봄 체제 구축에 다른 직군은 배제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간호법이 다시 제정되는 과정에서 “지역의료 강화 및 필수 의료 분야에 필요한 간호사의 양성, 확보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간호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하는 것”으로 수정 반영됐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 직군 고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간호사가 지역 의료 돌봄 체계를 독점하는 게 아니라 의학적 레벨을 갖고 분담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료적 돌봄 레벨은 크게 4가지로 분류가 되는데 △의사가 필요한 경우 △의사·간호사가 필요한 경우 △간호조무사만 필요한 경우 △의료 행위 없이 요양보호사만 필요한 경우다. 이렇게 분류해 전문적인 의료 돌봄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지역 의료 돌봄 서비스는 기본적 시스템은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것들의 연장선상에 있다”면서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병원을 가지 않고도 의료서비스를 받게 해달라는 요구가 반영된 것인데 이를 간호사가 다 한다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 돌봄 센터가 만들어져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다양한 전문가들이 포진되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정치적 효과를 내기 위해 간호사만을 이용하는 것은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며, 자칫 의료 직군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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