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ESG금융포럼 2025⑫] “ESG ETF, ‘형식’ 아닌 ‘실질’이 핵심”…지속가능 투자 실질적 해법 모색
염보라 기자 입력 : 2025.05.15 16:13 ㅣ 수정 : 2025.05.16 08:26
전문가들 “전략·제도·평가 고도화 시급” 한목소리 수익률 증명 필요…G·E 중심 고도화 전략 제시 장기 ESG 투자자 과세 이연 등 정책 지원도 주문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연합회(FKI)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ESG 금융 포럼 2025’ 경영진과 발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희 뉴스투데이 편집인, 김윤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ESG지원부 공시팀장,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강남욱 뉴스투데이 대표이사,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 ESG팀장, 민병두 뉴스투데이 회장, 윤병호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 본부장, 권택인 한화손해보험 사이버RM센터장.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ESG 투자는 이제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요구받고 있다.”
뉴스투데이(대표 강남욱)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연합회(FKI)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ESG 금융 포럼 2025’에서 발표자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포럼은 ‘ETF와 ESG의 만남: 지속가능한 미래 투자전략’을 주제로 열렸으며, ESG 상장지수펀드(ETF)의 고도화와 국내 제도 현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 “ESG 투자, 충실의무와 충돌”… 전략적 세분화 필요성 제기
첫 주제발표를 맡은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ESG 투자가 기대만큼의 수익률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다 정치·사회적 반발과 신뢰 약화가 맞물려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제는 ESG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블랙록, 뱅가드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ESG 관련 주주제안 지지율 하락과 ESG ETF 출시 감소 등 ‘탈(脫) ESG’ 흐름을 언급하며, 수익률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선순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500명 이상의 글로벌 기관투자자 대상 설문에서도 다수가 충실의무 이행을 이유로 ESG보다 수익률을 중시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ESG가 장기적으로 투자 수익성과 연계돼야 충실의무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ESG 개념을 E(환경)·S(사회)·G(지배구조)로 전략적으로 분리하고,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강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왼쪽)와 윤병호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 본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 “ESG 투자 확대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윤병호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 본부장 역시 “국내에 상장된 주식형 ESG ETF는 상품 수와 시가총액, 거래대금 측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본부장은 국내 ESG ETF 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위축됐으며, 최근 3년간 신규 상장도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패시브 ETF는 여전히 수요가 있지만, 액티브 상품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상품별 차별화 노력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윤 본부장은 “국내 ESG ETF 상품의 차별화나 시장 대비 낮지 않은 수익률을 봤을 때 투자를 위한 기본 환경은 완비돼 있다”며 “국내 투자 환경이 2020년 대비 우호적인 점을 감안할 때 장기 ESG 투자자에 대한 과세 이연이나 상장 기업에 대한 ESG 인센티브를 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그동안 ESG 분야에서 소외됐던 방산주가 일부 ESG ETF에 편입된 사례를 들며 “ESG 평가 기준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ESG 공시, 책임경영의 관문… 2026년 전면 의무화 진입”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윤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ESG지원부 공시팀장은 국내 ESG 공시제도의 현황과 과제를 짚었다.
김 팀장은 “ESG 공시는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자본시장과 지속가능 투자를 잇는 핵심 고리”라고 강조하며, 코스피 상장사의 지배구조보고서 제출이 2026년부터 전면 의무화된다는 점을 주목했다.
현재 국내 ESG 공시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무)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자율)로 나뉜다. 2024년 기준 지배구조보고서는 526개사, 지속가능보고서는 204개사가 제출했다. 특히 지속가능보고서는 자율 공시임에도 참여 기업 수가 2019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하며 빠르게 확산 중이다.
다만 공시 제도의 실질적 정착을 가늠할 핵심지표 준수율은 여전히 미흡하다. 김 팀장은 “CEO 승계정책,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여부, 집중투표제 채택 등이 2023년 대비 하락했다”며 “공시 관련 실무자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임원들의 인식 제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ESG지원부 공시팀장(왼쪽)과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 ESG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 “G와 E에 주목하라”… 지배구조·친환경 혁신이 해답
네 번째로 발표에 나선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 ESG팀장은 “한국 ESG ETF는 숫자는 늘었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흡하다”며, 지배구조(G) 개선과 친환경(E) 혁신을 중심으로 한 고도화 전략을 제시했다.
이 팀장은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충실의무 확대와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한국형 ESG 전략의 전환점으로 보고 “지배구조 개선은 단순한 기업 윤리 차원을 넘어 자본효율성과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ESG ETF 역시 단순 스코어 추종형에서 벗어나 ‘G 중심의 주주가치 제고형’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팀장은 친환경 성과 역시 핵심 요소로 제시했다.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제품 개발 등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을 중심으로 테마형 ESG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팀장은 “이러한 방향성은 좋은 기업을 넘어 실질적인 투자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진정성 있는 ESG 투자모델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ESG+C 시대…사이버 복원력도 지속가능 경영의 일부”
마지막 특별 세션에서는 권택인 한화손해보험 사이버RM센터장이 ‘ESG시대, 기업의 사이버복원력 강화와 사이버보험 활용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권 센터장은 “리스크 관리는 ESG의 핵심 중 하나로, 사이버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고객에 대한 신뢰와 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업의 ESG 전략에 C(사이버)를 포함한 ‘ESG+C’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센터장은 실제 통신사 정보유출,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해킹 사례 등을 언급하며 “고도화된 사이버 공격은 보안 솔루션만으로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사이버 침해사고로 인한 피해에 신속히 대응하는 사이버보험의 활용을 ESG 연장선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택인 한화손해보험 사이버RM센터장이 특별세션을 맡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 ‘K-증시 활성화’ 조명한 포럼에 큰 관심...정치권도 “입법·정책 반영 노력”
한편 이날 포럼에는 관계 기관과 학계, 기업 등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정치권 역시 ESG 투자 전략의 실질적 재정비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입법 활동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뉴스투데이와 이번 포럼을 공동주최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ETF와 ESG라는 두 축이 만날 때 더 넓은 투자 생태계를 형성하고,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다만 ESG가 단순히 투자 상품의 라벨링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정량적 평가 기준과 실질적 사회적 책임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포럼 공동주최)은 서면 축사에서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미래 투자 전략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 금융산업이 지속가능한 투자 전략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서면 축사에서 “단기적 유행에 편승한 상품 개발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진정한 ESG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ETF 투자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며 “저 역시 국회에서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금융투자업계와 국회, 금융당국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서면 축사에서 “단기 수익을 좇는 근시안적인 접근을 벗어나 ESG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협회는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ESG 관련 상품이 다양하게 출시 및 판매되고 투자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회원사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연합회(FKI)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 금융 포럼 2025’에서 참석자들은 ESG ETF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전략·제도·평가 고도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사진=뉴스투데이]
민병두 뉴스투데이 회장은 환영사에서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ESG에서 돈이 보인다’고 했으나 최근에는 ‘ESG가 과연 돈이 될까’라는 의문이 있다”며 “ESG가 형식적인 기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기업의 행동과 투자자의 판단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체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기준과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남욱 뉴스투데이 대표는 개회사에서 “ETF는 시장의 성장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ESG 투자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지만 ESG의 실질적 반영과 기능적 역할을 둘러싼 질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며 “오늘 포럼은 ESG 투자와 금융의 미래 전략을 진단하고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대한민국 ESG 금융 포럼 2025’는 환경부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한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은행연합회, 한국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평생교육연구소 등이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