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한국경제의 경기순환, 어떻게 변해왔나? (7)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5.05.20 00:30 ㅣ 수정 : 2025.05.21 06:21

[기사요약]
IMF 구제금융 받은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기업, 금융, 노동시장 등 여러 부문에서 전방위적인 개혁 추진
IMF의 고금리·긴축정책 등으로 경제 급속히 냉각.. 거시정책 전환 힘입어 한국경제는 1998년 3/4분기 저점으로 회복 시작
세계 경제의 디지털 붐에 힘입어 IT 관련 제품 중심으로 수출 확대되고 투자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 본격화
제7순환기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구조조정과 재건의 시기
IMF 차입 자금, 당초 일정보다 3년 앞당겨 상환하면서 IMF 체제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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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추세를 중심으로 바다의 파도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데, 이를 경기순환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경기순환은 경제라는 바다에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가계, 기업, 그리고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는 이러한 주기적인 환경변화 속에서 적합한 방법으로 헤엄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밀물과 썰물을 구분하지 못한 채 무작정 수영을 시도하면 물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현재 경기국면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혜로운 대비와 행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과거 한국경제에서 나타난 경기순환의 양상과 주요 특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리즈에서는 1972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한국경제에서 발생한 총 11차례의 경기순환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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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순환기는 디지털 경제가 부상하는 시기였다. [출처=pikwizard]

 

[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제7순환기는 1998년 8월부터 2001년 7월까지의 경기순환으로, 경기 확장국면(1998년 8월~2000년 8월)은 24개월, 수축국면(2000년 8월~2001년 7월)은 11개월 동안 지속했다.

 

이는 한국 경기순환 역사상 가장 짧은 순환으로, 평균 순환 기간이 53개월인 것에 비해 35개월에 불과하다. 확장국면(24개월)과 수축국면(11개월)의 지속 기간이 평균 확장국면(33개월)과 평균 수축국면(20개월)보다 모두 짧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축국면의 지속 기간은 역대 한국 경기순환에서 가장 짧은 기간이었다.

 


• 제7순환기: 대대적 구조조정과 개혁 추진, 그리고 디지털 경제의 부상

 

제7순환기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개혁이 추진된 시기이다.

 

당시 기업, 금융, 노동시장 등 여러 부문에서 전방위적인 개혁이 이루어졌다. 특히 대기업 구조조정과 부실기업 정리, 금융시장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졌다.

 

IMF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연착륙(soft-landing)을 목표로 하는 것은 사실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구조조정을 실행하려면 경착륙(hard-landing)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이에 따라 IMF는 재정 및 금융 긴축과 고금리 정책을 통해 과잉투자를 억제하고 저축증대를 유도해 경상수지 개선과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 또한, 외화자금 유출을 방지하고 신규자금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IMF와 합의한 초기 정책 프로그램이 금리 급등, 기업 경영난, 고용 불안을 가중시키면서 외환위기 첫해인 1998년 국내 경기를 지나치게 냉각(over-kill)시켰다.

 

IMF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과 국제적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IMF는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계기로 고금리·긴축정책을 완화하는 등 거시정책 부문의 여러 요소를 수정했다. 이러한 거시정책 전환에 힘입어 한국경제는 1998년 3/4분기를 저점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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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한편, 당시 디지털 기술이 경제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경제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 상무성은 1998년과 1999년에 연속으로 ‘떠오르는 디지털 경제(The Emerging Digital Economy)’라는 제목의 공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디지털 경제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 소비, 유통 등 모든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제 시스템을 의미한다. 즉,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 발전과 함께 새롭게 창출되는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경제이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경제는 디지털 기술이 촉매 역할을 했으며, 그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산업, 즉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전자상거래(E-commerce), 핀테크(FinTech), 디지털 콘텐츠, 온라인 플랫폼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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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citraining]

 

세계 경제의 디지털 붐에 힘입어 IT 관련 제품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고 투자가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었다. 외환위기로 인한 심리적 공황이 진정되면서 소비도 회복되었다.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1998년 -2.8%에서 1999년 8.6%, 2000년 19.9%로 반등했다.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1998년 -11.8%에서 1999년 12.2%, 2000년 9.0%로 회복되었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도 1998년 -4.9%에서 1999년 11.6%, 2000년 9.2%로 반등했다.

 

그러나 2001년 들어 미국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가 일으킨 9·11 테러가 발생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IT부문의 과잉투자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었으며, 이에 따른 투자조정으로 세계 IT경기가 침체에 빠졌다.

 

그 결과, 해외수요 감소로 우리나라의 IT제품 수출이 둔화되었고, 설비투자도 크게 위축되면서 국내 경기는 다시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2000년 19.9%에서 2001년 -12.7%로 급락했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2000년 35.9%에서 2001년 -5.7%로 크게 위축되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2000년 9.2%에서 2001년 4.7%로 크게 줄어들었다.

 

< 제7순환기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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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경제성장률은 2020년 연쇄가격 기준 [자료=통계청, 한국은행]

 

제7순환기는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구조조정과 재건의 시기였다. 1998년의 혹독한 경제위기를 지나 1999년의 재건기를 거친 후, 2000년에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며 국제적으로도 신뢰를 회복한 시기였다.

 

우리나라는 2001년 8월 23일, IMF로부터 차입한 자금을 당초 상환 일정보다 3년 앞당겨 전액 상환하며 3년 8개월 만에 IMF 체제를 완전히 졸업했다.

 

한편, 이 시기는 디지털 혁명이 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사석에서 디지털이라는 한글 표기가 ‘디지털’인지 ‘디지틀’인지 등의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디지털 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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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digitise]

 

주식시장에서는 기업 실체가 없더라도 ‘디지털’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주가가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기는 ICT산업과 함께 한국경제 및 사회의 디지털화가 본격적으로 진전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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