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철강업계 덮친 미국 관세 폭탄에 새 정부 ‘통상협의’ 시험대

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6.04 05:00 ㅣ 수정 : 2025.06.04 05:00

트럼프, 석달 만에 韓 철강 관세율 2배로 올려
관세율 상향하면 현지 가격 경쟁력 약화 가능성
정부·철강업계, 관세 영향 및 대응방안 등 논의
새 정부, 미국과 통상협의 때 철강 우선순위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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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50% 관세 부과’ 예고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25% 관세 여파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철강 관세율이 기존 대비 2배 수준으로 뛰어오르면 대미(對美) 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력 산업인 철강이 미국의 연이은 관세 폭탄에 맞을 것으로 보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 간 통상 협의 성과를 조속히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협상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철강 수출 이미 21% 급감...관세 상향하면 직격탄 불가피 

 

4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US스틸 공장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이달 4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철강사에게 충격파로 다가온 것은 관세율 인상폭과 시행 시점이다. 미국은 지난 3월 12일부터 철강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관세율이 한 순간에 두 배로 껑충 뛰었고 갑작스런 발표에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국내 철강 산업은 이미 미국 관세 충격에 영향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대미 철강제품 수출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2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품목의 대미 수출 실적이 8.1%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두 배가 넘는다. 

 

지난해 한국 전체 철강 수출액 332억9400만 달러(약 46조원) 가운데 미국(43억4700만 달러· 약 6조원) 비중은 13.1% 수준이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 브라질에 이어 한국 철강업계 4위 수출국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수출 과정에서 비용 증가 뿐만 아니라 전체 수출 실적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관세 25%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대미 철강 수출이 11.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4억9990만 달러(약 6860억원)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50% 관세율을 반영하면 감소폭은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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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제품이 경기도 평택항수출 야적장에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숨죽인 철강업계, 美 가격 동향 예의주시...“영향 제한적” 평가도 

 

일단 철강업계는 미국 관세율 상향 조치가 임박한 만큼 발효 전후의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관세 부과의 최대 악영향인 가격 경쟁력 하락과 관련해 미국 시장 내 유통되는 철강 가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보통 관세 영향은 계약과 생산, 출하를 반영해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데 25% 관세 영향을 수습할 시간도 없이 50% 관세가 떨어져 당혹스럽다”라며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거래되는 철강제품 가격 등락 여부에 따라 한국 철강사 실적도 좌우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25% 철강 관세 부과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미국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50%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자국 내 철강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제품 가격이 오르면 한국을 비롯한 수입산 제품의 가격 인상 여력이 생겨 관세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다만 관세가 현행 대비 2배 수준으로 치솟으면 한국 철강사의 가격 경쟁력 약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내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관세 충격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약 8조원을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짓고 포스코도 지분 투자로 생산량을 확보하기로 했지만 완공까지 적어도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국내 주요 철강업체 수출 포트폴리오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관세로 매출이 당장 크게 휘청거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미국 수출품의 수익성과 기타 지역으로 수출이 연쇄 감소하는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작은 것은 25% 관세를 내지 않는 수출량을 265만톤(t)으로 정해놓은 쿼터(할당량) 영향이 있는데 지금은 폐지되고 그대로 관세를 받고 있다”라며 “미국이 자체 철강 생산을 늘리면 수입량을 조절할 것으로 보여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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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5월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 가운데(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새 정부 통상 협상력 시험대에 올라...美 관세 압박 대응책 서둘러야

 

산업부는 지난 2일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 통상 담당 임원들과 함께 미국 관세율 상향에 대한 긴급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50% 관세 시행 후 나타날 철강업계 영향 및 대응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철강업계는 정부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대미 네트워크 가동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주미 공관과 현지 진출 업체 등 가용 가능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그동안 한국은 조기 대통령 선거 체제로 접어든 탓에 미국과 원활한 통상 협상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대선 이후 곧바로 새 정부가 구축된 만큼 한·미 통상 협의도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철강업계는 갑작스러운 미국 관세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 정부가 발 빠른 통상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주력 수출품목 중 사실상 최고 수준의 관세를 부여받는 철강 분야를 우선 개별 협의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호 한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미·중간 한시적 관세 인하 합의에도 관세 정책 불확실성은 상존한다”라며 “정부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양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비(非)관세 장벽을 해소하며 국내 기업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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