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캐즘 파고에도 '고급 인재' 확보 총력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업황 악화에도 조직 규모를 계속 늘려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는 일시적 불황으로 인재 확보 노력을 소홀히 하면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패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어 선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K-배터리'가 경쟁국 대비 우위를 보이는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계는 산·학 협력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인재 수혈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전기차 캐즘·中 공습’ 실적 악화에도 조직 규모 더 커져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임직원 수는 총 2만9529명으로 2023년 12월(2만8211명) 대비 4.7% 증가했다. 지난 2022년 12월 말(2만5904명)과 비교하면 14%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12월 말 임직원 수를 회사별로 살펴보면 삼성SDI가 1만341명으로 가장 많았고 △LG에너지솔루션 1만2635명 △SK온 3553명 순이다. 전년동기 대비 임직원 수 증가율은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7.1%, 3.8%로 집계됐다. SK온은 소폭(-1.1%) 감소했다.

배터리 업계는 지난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전기자동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전기차 판매 감소세로 탑재되는 배터리 공급도 줄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보여주듯 올해 1분기 삼성SDI와 SK온 영업손실은 각각 4341억원, 1633억원에 이른다. 특히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2567억원) 대비 영업손실 규모가 커졌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3594억원)에 비해 영업손실이 줄었지만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저가 공세도 국내 배터리 업계 위기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 넝더스다이(CATL)와 비야디(BYD) 등은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CATL(29.6%)과 BYD(6.9%) 합산 점유율은 36.5%에 이른다. 이들은 △LG에너지솔루션(21.8%) △SK온(10.1%) △삼성SDI(7.8%) 등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 39.7%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중국 배터리 기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가 기업에 직접적으로 지원을 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미국과 관세 문제로 대립하고 있지만 유럽 지역에서는 여전히 영향력이 크고 설비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고급 인재’가 향후 패권 경쟁 좌우...산·학 협력으로 적극 수혈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대내외 불확실성과 재무적 부담을 안고 있지만 최근 조직 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것은 배터리 패권 경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밑거름을 다지는 행보로 풀이된다.
고부가가치 상품 포트폴리오로 기술 우위를 점하려면 '우수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제조와 소재·부품, 장비, 재사용·재활용 등 2차전지 산업 전체의 산업기술 인력이 연평균 7% 증가해 오는 2032년 11만791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기술 인력은 고졸 이상 학력자로 사업체에서 연구개발(R&D)·기술직 또는 생산·정보통신 관련 관리자와 임원 등으로 근무하는 인력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고급 인력 수혈을 위해 공략하고 있는 것은 산·학 협력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국내 주요 대학에 계약학과 또는 전문교육 과정을 만들어 숙련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몇몇 배터리 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현장을 찾아 인재 수급에 앞장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부터 서울대학교와 손잡고 운영해 온 ‘산학협력센터’를 최근 확대 개편했다.
협력 대상으로 서울대 화학부·화학공학부·기계공학부로 확대하고 수행 과제로 13개로 늘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서울대외에 고려대와 연세대에도 졸업 후 입사 기회를 주는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삼성SDI도 지난 2021년부터 포항공과대학교(POSTECH)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 한양대 등과 배터리 우수 인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는 내년에는 성균관대에 첫 계약학과를 개설해 매년 30명 규모의 신입생을 받는다. 이 학과 입학생들은 배터리 소재부터 셀, 모듈, 팩까지 다양한 배터리 맞춤 교육을 받는다.
SK온 역시 국내 주요 이공계 대학과 산학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와 KAIST, 성균관대 등 계약학과로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하고 공동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는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결국 기술 인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업계는 글로벌 전기차 캐즘 파고가 사라진 뒤에는 경쟁 판도가 기술 차별화로 좌우될 수 있어 인재 육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리튬망간리치(LMR) 등 미래 먹거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기술 역량 강화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신입 인재 수혈 뿐만 아니라 재직자 역량 강화에도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구성원의 직무 전문성과 리더십 향상을 위해 자체 교육 프로그램·플랫폼 운영 등 다각도의 사내 인재 개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R&D(연구개발) 인력들이 국가 공인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회사 차원에서 보상하거나 경영학 석사(MBA) 과정 지원, 연수센터 운영 같은 것도 병행해 직원 자기개발을 돕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