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64)] 군대 골프, 테니스, 종교활동은 심신단련과 통제(?) 목적
남자들 술자리의 가장 좋은 안주는 힘든 군생활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담과 당시 상급자 흉보기
배재학당의 당훈인 ‘욕위대자 당위인역(欲爲大者 當爲人役)’은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겨라’는 뜻
심신단련과 더불어 휴무일 유사시 군사작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간부들의 무단이탈을 통제하려는 의도

[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화두 중에 하나는 군생활 이야기이다. 주로 유격·행군 등의 훈련 또는 고통스럽고 땀을 흘렸던 얼차려를 받으며 겪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담과 함께 당시의 상급자 흉을 보는 것으로 훌륭하고 재미있는 술안주가 되기도 한다.
비행단이나 해군기지에 설치된 골프장은 해·공군출신 간부들이 대기 또는 휴일이나 휴가 및 행사시에 신체단련 개념으로 란딩을 하여 일반 골프장을 GC이나 CC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체력단련장이라고 호칭한다.
육군은 주로 부대내에 설치된 테니스장을 주로 이용하여 체력단련을 한다. 뿐만아니라 육해공군 모두는 일요일이 되면 거의 반강제적으로 종교활동을 하고 있다.
이 모두는 심신을 단련하는 좋은 기회이고 상하급자 간에 우의를 돈독하게 만드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군대라는 특성을 고려한 숨겨진 필수 목적이 있다. 이는 불시에 발생할 북한의 군사도발을 대비해 군인들은 휴일 및 퇴근 후에도 유사시엔 부대 인접에 위치하다가 최대한 빨리 출동하여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단장의 지침을 받은 인사참모는 체력단련일인 수요일이나 휴무일이 되면 무조건 영내 테니스장에 모이도록 사단 참모 및 직할대장들에게 전달을 했고, 불참한 사람들의 사유도 확인했다. 주로 열외한 사람은 상황근무 및 업무가 과중한 작전참모였고, 간혹 사단장은 안타까운지 단 1시간이라도 운동하고 업무하라는 강요도 했었다.
하지만 테니스장과 종교활동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목적은 심신단련과 더불어 유사시 군사작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휴무일에 참모 및 직할대장들의 위수지역 무단이탈을 자연스럽게 통제하려는 숨겨진 의도이기도 했다.

■ 필자의 저조한 테니스 경기수준의 반복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필자가 진해의 육군대학에서 대대장반 교육을 받으며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입원치료와 퇴원후 재활치료를 받은 후 목발을 짚고 시작한 대대장 근무기간동안 너무도 많은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며 감사함을 간직했었다.
하지만 회복중인 필자의 체력는 아직 완전한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원래부터 부족한 운동신경 때문이기도 하여 테니스 경기중에 실책을 유발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필자의 저조한 경기수준의 반복은 정신적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해서 새벽에 인근 테니스 연습장을 예약하고 렛슨을 받기 시작했다. 다치기 전에도 군대 테니스를 치면서 잘한다는 소리를 못들었는데 렛슨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달동안 코치가 보내준 볼을 친 횟수가 그동안의 전체 군생활 동안 테니스장에서 볼을 친 횟수보다도 훨씬 많았다.
두달 동안의 테니스 렛슨을 통해 테니스를 잘 못하는 원인은 결국 노력과 관심 부족이 교통사고 후 재활치료로 인한 요인보다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걸음마 수준에서 사단 참모들과 직할대장과 함께하는 경기의 승률은 당연하게 최저 수준이었고 은근히 짜증이 섞인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갔다.
3월 어느 토요일도 참모 및 직할대장의 부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친선 경기가 있었다. 모두들 최저 수준인 필자와 한 팀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사단장팀과 게임이 있었는데 직접 상대하는 사단장에게까지 역시 실력이 떨어지는 수준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했다.
결과는 뜻하지 않게 우리팀의 승리였다. 최저 수준의 필자팀이 사단장팀을 간신히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죄송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승리의 쾌감을 맛보았다. 더불어 새벽 5시부터 새벽공기를 마시며 테니스 개별지도를 받은 성과를 얻었지만 소외되지 않도록 보이지 않게 배려한 사단장의 깊은 심정을 느끼며 감사했다.
성경 마태복음 20장에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 종교계와 독립운동 등에 많은 인재를 배출한 배재학당의 당훈인 ‘욕위대자 당위인역(欲爲大者 當爲人役)’은 성경과 같은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겨라’는 뜻이기도 하여 함의하는 바가 크다.

■ 골프, 테니스 운동과 종교활동은 군인의 자긍심을 높히며 좋은 인연도 만들어 인화단결시키는 촉매제
충용사단의 사령부 울타리안에 충북 동원사단과 함께 있어 당시 흔하지 않게 2명의 장성이 지휘하는 사단급 부대가 같이 근무했다.
각 사단의 테니스장은 별도로 있었으나 종교시설을 함께 사용했다. 그동안 전에 근무했던 부대에서 일부 참모 및 직할부대장들의 종교는 해당 지휘관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경우도 가끔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지휘주목을 너무도 잘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순수한 종교의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변신을 잘하는 사람중에 일부는 종교활동 덕분에 진급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 개종한 필자는 그들만큼 즉각적인 변신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다만 교통사고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빛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준 신께 오직 감사하며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저녁에 신부님 사제관에서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새롭게 부임한 인접 동원사단 부사단장이 신부님께 인사차 들렸다. 첫 대면자리였지만 서로가 놀라움에 두사람의 눈동자는 부엉이 눈처럼 확대됐다. “충성, 훈육관님”하고 인사를 하자, 동원사단 부사단장 장선일 대령(육사26기)은 “니가 웬 일이냐?”하며 반갑게 손을 잡아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가운 만남의 해후였다. 장 대령은 20여년 전인 육사생도 시절 중대훈육관으로 군인기본자세를 지도해주었고, 10년 전에는 승리부대 사단작전장교 근무시에 예하 연대장으로 취임하여 돈독한 인연을 맺었는데 이렇게 다시 또 함께 근무하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고 군생활이 좁다는 것을 재삼 깨달았다.
여든 노인이 세 살 어린이에게 배운다는 말도 있지만, 군복을 처음 입을 때 지도해준 훈육관을 다시 만났고, 지금은 정보참모로 근무하며 새 스승인 김선필 사단장(육사27기)를 통해 새로운 관점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했다.
심신단련과 통제(?) 목적의 골프, 테니스 운동과 종교활동은 24시간 부대에 얽매이게 되는 점도 있지만, 변화에 적응하며 군인으로서 자긍심을 높힐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들어 인화단결 속에 군을 발전시키는 촉매제였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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