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트럼프 리스크에도 미국으로 몰리는 역대급 자금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5.27 02:09 ㅣ 수정 : 2025.05.27 02:09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4300억달러 이상 자금 순유입, 코로나 시기 역대급 유동성 장세 경험한 투자자들이 관세전쟁에 따른 변동성을 기회로 인식하고 자금유입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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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미국 ETF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뉴욕증시가 패닉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역대급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금융정보업체 TMX 베타파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21일까지 ETF 시장에는 약 4370억 달러(약 600조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는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세 번째로 자금 유입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2년 연속 최고치 경신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인한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왜 투자자들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ETF에, 그것도 미국 ETF에 열광하는 것인지 배경이 궁금해진다.

 

WSJ는 "ETF가 세금 혜택과 낮은 수수료 등 구조적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들어 더욱 두드러진 자금 유입의 배경에는 저가 매수 기회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가 급격한 조정을 받으며 시장의 변동성이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을 때, 미국 대표 ETF 중 하나인 뱅가드의 S&P500 ETF에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금액이 유입된 바 있다. 뱅가드 그룹의 CIO 그렉 데이비스는 “4월 초 격동의 기간 동안 매수 대 매도 비율이 5대 1 수준이었다”며 “투자자들이 막대한 현금을 들고 시장을 지켜보다가, ‘투매가 나오면 바로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반응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유례없는 유동성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현금의 힘’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의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변동성이 곧 기회라는 인식이 ETF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ETF는 개별 종목에 비해 리스크가 분산되어 있고, 거래 유연성도 높다. 이는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베타파이의 리서치 디렉터 토드 로젠블루스는 “ETF는 본질적으로 포트폴리오 헤지 수단이면서 동시에 장기 투자 전략에도 적합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 미중 갈등 재점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주식 시장이 출렁일수록 오히려 ETF가 자산 배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군별로 보면, 전체 자금 유입 중 주식형 ETF가 2687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채권형 ETF에도 1416억 달러가 유입됐다. 이 외에 원자재와 기타 자산군에도 각각 135억 달러, 134억 달러가 들어왔다. 이는 ETF가 단순히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도구를 넘어서 자산 전체의 위험을 관리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캐나다와 멕시코, 그리고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경고하며, 자신이 요구하는 게임의 룰을 따르지 않을 경우 무차별적인 관세폭탄을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다가 미중 관세협상을 통해 90일간 고율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관세전쟁의 긴장도가 완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주 다시 유럽연합(EU)를 겨냥한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역전쟁 불씨를 되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발언으로 인해 세계 주식시장, 특히 신흥국 증시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발언은 미국 자산에 대한 상대적 신뢰도를 높이며, 미국 내 ETF 시장으로 자금을 유입시키는 역설적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ETF 시장에 유입된 자금의 상당 부분은 해외 투자자 자금으로 추정된다. 투자자들은 자국 통화가치 하락과 지정학 리스크 확대 속에서 ‘기축통화 기반 자산’인 미국 국채나 대형주 중심 ETF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단기 국채 ETF(SGOV)는 올해에만 170억 달러(약 23조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글로벌 전략가 루이스 하딩은 “미국이 정치적으로 혼란스럽더라도 여전히 가장 신뢰받는 시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관세 전쟁은 세계 시장에는 혼란이지만, 상대적으로 미국 내 대형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 속에서도 회복력을 입증해 왔다”고 말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까지도 ETF에 대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ETF는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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