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5.05.28 00:30 ㅣ 수정 : 2025.05.28 00:30
[기사요약] 싱가포르‧일본 기반의 ‘우미트론(Umitron)’, “지속 가능한 양식업 정착”이 목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위성 원격탐사 기술의 융합 통해 사료 절감, 어류 성장 관리 및 생산성 향상 실현 회전초밥 체인, 새우 양식장, 국제기구와의 파트너십 통해 기술의 우수성과 다양한 환경에의 적용 가능성 입증 초기 투자비용, 전통 운영 방식 고수, 장비 내구성 확보 등 도전과제 많지만, 기술 혁신, 신사업 확장으로 지속 성장 기대
최근, 인공지능(AI)이 제조, 의료, 금융, 교육, 농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X’로 불리는 이 융합을 선도하는 주역은 바로 AI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기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며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 시리즈에서는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AI 스타트업들의 혁신 사례와 프로젝트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출처=umitron]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양식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수산물 수요를 충족시키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여전히 비효율적인 운영 체계, 환경오염, 질병 확산 등 여러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전통적인 경험 중심의 운영 방식은 과학적 관리와 정밀한 예측을 어렵게 만들어 생산성 저하와 자원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위성 원격탐사 기술을 융합해 양식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양식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딥테크 기업 ‘우미트론(Umitron)’이 주목받고 있다.
• 싱가포르‧일본 기반의 ‘우미트론’, “지구 환경과 조화 이루는 지속 가능한 양식업 정착”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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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트론은 2016년 오카모토 타쿠마, 야마다 마사히코, 후지와라 켄이 공동 창업한 싱가포르 및 일본 기반의 딥테크 기업이다.
이 회사는 양식어가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양식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궁극적으로는 지구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양식업의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미트론은 싱가포르의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역량과 일본의 양식 기술 전문성을 결합한 이중 거점 전략으로 기술 개발과 시장 확장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설립 이후 IDEO, INCJ, ENEOS 그룹 등으로부터 총 2040만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그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위성 원격탐사 기술의 융합 통해 양식업의 디지털 전환 선도
우미트론의 핵심 경쟁력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위성 원격탐사 기술을 융합해 양식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데 있다. 특히 머신러닝과 컴퓨터 비전 기술을 적극 활용해, 양식어가들이 직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해상이라는 물리적 제약이 큰 환경을 고려해, 제한된 통신 대역폭에서도 안정적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도록 엣지 컴퓨팅 기술을 도입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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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트론이 제공하는 주요 제품과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 UMITRON CELL: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피더(Smart Feeder)로, 어류 식욕 지수(FAI)를 분석해 사료 공급을 자동화하고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대 20%의 사료 절감 효과를 실현할 수 있다.
- UMITRON PULSE: 위성 원격탐사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수온, 용존산소 등 실시간 해양 환경 정보를 제공하며, 최대 48시간 전의 위험 요소를 예측해준다.
- UMITRON LENS: 수중 스테레오 카메라와 AI 기술을 활용해 어류의 크기와 생체량을 자동 측정함으로써 성장 관리의 효율화를 지원한다.
- UMITRON Remora: 기존 카메라 시스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로, FAI 기반 급이 최적화와 함께 사료 낙하(어류가 먹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료) 감지 기능을 제공한다.
- Umitron Eagle: 혼탁한 수질 환경에서도 새우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새우 양식 특화 AI 솔루션으로, 고난도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우미트론 렌즈(Lens)는 모바일 앱과 연결된 휴대용 카메라를 사용해 수중에서 물고기 크기를 자동으로 측정하며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에서 접근할 수 있다. [출처=umitron]
• 개별 솔루션 넘어, 양식장 전반의 통합 데이터 생태계 구축
우미트론은 개별 솔루션을 넘어, 다양한 제품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양식장 운영 전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CELL, PULSE, LENS, Remora, Eagle 등 각 제품은 독립적으로도 기능하지만, 상호 연결된 데이터 흐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예를 들어, LENS로 측정한 어체 크기 데이터는 CELL의 FAI 기반 급이 전략 수립에 활용되며, PULSE가 제공하는 해양 환경 데이터는 어류의 행동 변화 원인을 분석하는 데 활용된다.
이러한 통합 플랫폼 전략은 고객의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높은 고객 충성도를 유도하고 경쟁사 대비 진입 장벽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FAI는 다수의 알고리즘을 단일 인덱스로 결합했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 조건과 수중 및 수면 위를 포함한 여러 카메라 장착 위치에서 사용할 수 있다. [출처=umitron]
동시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알고리즘을 정교화함으로써, 양식 보험용 데이터 서비스 등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우미트론은 기술의 적용성과 확장성을 핵심 설계 원칙으로 삼고 있다.
Remora처럼 기존 장비에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는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가 하면, CELL을 페루의 송어 양식 환경에 맞게 현지화하는 등 다양한 양식 환경, 어종, 기술 수준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 회전초밥 체인, 새우 양식장, 국제기구와의 파트너십 통해 기술의 우수성과 다양한 환경에의 적용 가능성 입증
우미트론은 뛰어난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트너십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일본의 대형 회전초밥 체인 ‘쿠라 스시(Kura Sushi)’와의 협력은 우미트론 기술의 상업적 효용성을 입증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쿠라 스시의 양식 자회사 ‘쿠라 오사카나 팜(Kura Osakana Farm)’은 UMITRON CELL을 도입해 참돔 양식 과정에서 사료 사용량을 20% 절감하면서도 어류 품질을 유지하고, 출하까지의 기간을 기존 12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UMITRON CELL을 활용해 ‘AI 스마가츠오(삼치류)’ 양식에 성공하고 이를 상품화함으로써, 기술 기반의 지속 가능한 수산물 공급 모델을 현실화하고 있다.
우미트론은 세계 최대 새우 양식 기업인 태국 CP Foods(CPF)와의 협업을 통해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양사는 새우 양식 전용 AI 솔루션인 ‘Umitron Eagle’을 공동 개발해 질병 관리, 건강 상태 모니터링, 환경 대응 등 새우 양식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미트론은 지난 2022년 3월 “새우 양식을 위한 세계 최초의 실시간 AI 기반 분석 솔루션”을 출시했다. [출처=umitron, shutterstock]
한편, 미주개발은행(IDB) 혁신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페루 티티카카 호수 송어 양식 프로젝트는 우미트론 기술의 개발도상국 적용 가능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프로젝트로 우미트론은 20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바탕으로 UMITRON CELL을 현지 중소 양식어가에 보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 소득 증대, 환경 지속 가능성 제고에 기여한다.
• 초기 투자비용, 전통 운영 방식 고수, 장비 내구성 확보 등 도전과제 많지만, 기술혁신, 신사업 추진 등 통해 지속 성장 기대
우미트론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양식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존재한다.
가장 큰 도전은 양식업계의 낮은 기술 수용성이다.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 전통적인 운영 방식의 고수 등으로 인해 첨단 기술 도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해상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요구되는 장비의 내구성 확보, 유지보수 문제, 통신 인프라의 제약 등 기술적 과제에도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출처=umitron]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미트론의 전망은 매우 밝다. 세계적인 수산물 수요 증가와 자연산 어획의 한계로 양식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AI 기반 양식 시장은 2031년까지 연평균 12.7%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우미트론은 확보한 투자 자금을 바탕으로 북유럽과 칠레의 연어 양식 시장, 동남아시아·중국·인도 등 주요 새우 양식 시장으로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시에, 위성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블루카본 매핑, 양식장 보험용 데이터 서비스 등 신사업도 추진하며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 블루카본 매핑은 해양 생태계가 흡수한 탄소의 분포를 시각화해 기후 대응에 기여하는 기술이다)
기술 혁신, 전략적 시장 확장, 환경적 가치 실현을 아우르는 우미트론의 행보는 “지구상에 지속 가능한 양식업을 정착시킨다”는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