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시족을 위한 변명]③ 7급 공무원 ‘평생 총소득’, 삼성전자직원보다 8억원 이상 많아

한국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 ‘공무원 시험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해 소위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은 25만7000명을 기록했다. 2011년 18만5000명에서 5년 만에 5만2000명이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공시족 열풍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비판적이다. 공시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을 총 21조7689억원으로 추정한다. 공시족들이 경제활동을 할 경우 거둘 수 있는 생산효과 15조 4441억원과 이들의 예상되는 가계소비지출액 6조3249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해도 우수 인재의 공시족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게 기성세대의 분석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론은 부당한 측면이 많다.
한국청년들이 공시족에 합류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이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비합리적 선택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공시족이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변화할 때, 공시족 증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사회의 공시족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7·9급 공무원의 평생 총소득(연봉·연금 수령액)은 각각 28억 7155만원과 24억 1980만원
뉴스투데이, 행자부 공무원 봉급자료 및 납세자연맹 공무원 연금 자료 등 3대 자료 근거로 분석
흔히 한국 사회의 ‘공무원 쏠림 현상’을 두고 청년들이 낮은 소득을 감수하는 대신 ‘직업적 안정성’을 선택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뉴스투데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익성’ 측면에서도 공무원이 대기업 직원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투데이는 이번 조사에서 ‘봉급’과 ‘연금’을 합친 ‘평생 총소득’의 개념을 적용했다. 20대 후반의 한국 청년이 7급 혹은 9급 공무원이 되는 것이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같은 국내 최고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 ‘평생 총소득’ 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시족은 ‘안정성’ 측면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평생 주기를 놓고 기본적인 연봉 수준과 연금 수령 등을 고려했을 때 공무원은 사기업보다도 높은 소득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공시족’이라는 용어는 행정고시등을 통해 선발하는 5급보다도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공시족들은 통상 7·9급을 동시에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와 올해 기준으로 7·9급 지원자는 26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5급공채 지원자 1만5725명에 비해 16배를 넘는 규모이다.
뉴스투데이는 행정자치부의 공무원 봉급자료, 대통령령인 공무원 수당 지침, 납세자연맹의 공무원 연금 자료 등 3가지 자료를 종합해 7·9급 공무원의 ‘평생 총소득’을 산출했다.

먼저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2017년 지방공무원보수업무 등 처리지침’에 따르면 9급 공무원은 전체 31호봉 가운데 대략 평균이라고 볼 수 있는 16호봉이 월 242만8200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연봉은 2913만8400원이 된다.
단, 이는 각종 수당 및 성과급을 포함하지 않은 기본급 금액으로, 현재 인사혁신처 및 행정자치부 등은 부서별 특성 및 개인 재량에 따라 수당 및 성과급 등 지급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공무원 총보수를 고시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령인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명확하게 명시된 수당 등을 미뤄보면 대략적인 추산은 가능하다. 현재 △ ‘직급보조비’ 12만5천원 △ ‘정액급식비’ 13만원 △ ‘초과근무수당 정액분’ 7만8030원 △ ‘명절휴가비’ 기본급의 60% △ ‘정근수당’ 근무연수 10년 이상 최대 월봉급액의 50%(정근수당가산금 제외) 등, 그리고 여기에 일반적으로 공무원 성과급이 기본급의 100% 가량 수준으로 지급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를 종합해 보면 연간 1055만2500원 가량이다.
그 외 개인 및 부처별 다를 수 있는 연가보상비,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육아휴직수당, 특수업무수당, 특수(지)근무수당 등은 추산이 어려워 제외한다.
또한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6년 9급 합격자의 평균연령이 28.3세인 것을 감안, 현행 정년 60세까지 근속기간은 약 31.7년이 된다.
따라서 평균연봉 2913만8400원과 각종 수당 및 성과급 등 1055만2500원을 31.7년간 수령한다고 했을 때 9급 공무원의 총 연봉수령액은 12억5820만1530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해 한국납세자연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연평균 연금액은 2904만원으로, 향후 평균연령 100세 시대를 가정했을 때 약 40년 간 수령하는 총 연금수령액은 11억6160만원이다.
따라서 9급 공무원의 평생주기 연봉 및 연금 총 수령액은 24억1980만1530원이 된다.

한편 한국납세자연맹이 2017년 서울 중구청 예산서를 토대로 산출한 7급 공무원(16호봉 기준)의 총보수는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제시한 ‘공무원 1인 연간 예산 소요액(7급 16호봉)’에 의하면 과세분에 한해 7급 공무원이 받는 기본급 및 각종 수당·성과급 등을 합한 수령액을 유추해보면 연간 5463만1143원이다.
같은 방법으로 평균연봉 5463만1143원, 평균 근속기간이 31.3년인 7급 공무원의 총 연봉수령액은 17억995만4776원 가량이다. 또한 총 연금수령액은 9급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11억6160만원이라고 했을 때, 7급 공무원의 평생주기 연봉 및 연금 총 수령액은 28억7155만4776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직원의 평생 총 소득은 20억5440만원
7급 공무원이 삼성전자 직원보다 8억1700만원 더 높아
그렇다면 사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 수준을 보이는 삼성전자를 기준, 같은 방법으로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받을 수 있는 연봉 수령액과 차후 국민연금 수령액을 계산해보면 이렇다.
작년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삼성전자 일반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700만원으로 매우 높았지만 같은 해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0.8년에 그쳐 근속기간이 대단히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10.8년 간 삼성전자 직원이 받을 수 있는 총 연봉수령액은 11억5560만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감사원 발표에 따라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은퇴 전 평균소득의 약 24%라고 할 때, 삼성전자의 연간 연금수령액은 2568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 수령 가능 연령인 만 65세부터 100세까지 대략 35년 간 연금을 수령한다고 할 때 총 연금수령액은 8억9880만원이 된다.
따라서 삼성전자 직원의 평생주기 연봉 및 연금 총 수령액은 20억5440만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직원이 회사를 퇴사한 이후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에 올릴 수 있는 소득은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공백기간’ 동안에 더 큰 소득을 올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사업 실패등으로 퇴직금을 까먹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 입사라는 확정된 사실만을 근거로 올릴 수 있는 평생 총소득을 따지는 조사의 목표에 비추어 볼 때도 공백 기간의 소득은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렇게 따질 경우, 삼성전자 직원의 평생주기 연봉 및 연금 총 수령액은 9급 공무원보다 3억6540만1530원 가량 적으며, 7급 공무원보다는 무려 8억1715만4776원 가량 적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보다 낮은 연봉 수준의 대다수 사기업들은 평균근속연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7·9급 공무원보다 낮은 소득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7·9급 공무원이 대기업 직원에 비해 ‘안정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갑’
결국 사기업은 짧은 근속연수에 따른 소득 공백의 위험이 큰 반면 공무원은 조기 퇴임 눈치나 과도한 성과주의에서 자유로운 동시에 정년 이후 공무원연금 수령으로 소득 공백의 위험이 없어, 평생 주기를 두고 봤을 때 공무원이 가지는 경제적 이익이 결코 무시 못 할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청년들 입장에서 사기업의 유례없는 ‘고스펙’ 요구, 암묵적인 취업연령 마지노선, 채용과정에서의 불공정성 등을 고려할 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준비비용 측면에서도 합리적 선택임은 아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경제적 조건이나 사회적 지위가 취약한 흙수저 계층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