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하스님의 카이스트 수행기] 누구나 한번 출가를 한다 ②

권수진 입력 : 2015.01.29 10:38 ㅣ 수정 : 2015.01.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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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이 겪는 경험 가운데 스님들과 유사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부모님과의 의견충돌이 그것이다. 스님들의 출가에 대해 부모님께서 환영하고 지지해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어느 날 내가 스님이 되어 돌아오자 반갑게 맞아주시지 않으셨다. 내가 살던 동네는 작은 시골마을이었는데, 내가 출가한 사실이 마을 어르신들과 아낙네들의 구설수에 오르게 될 것을 크게 염려하셨던 것 같다. 게다가 부모님께서는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이교도인 불교에 귀의한 자식을 고운 시선으로 보실 수 없었을 것이다.

스님들이 출가하면 가깝게는 부모님과 형제들이 반대하고 주변지인들과의 사이도 멀어진다. 추측컨대 출가사문이 되기 전 그에게 걸었던 기대와 바람이 무너지게 되고 적잖은 이질감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세상의 보통 청소년들이나 청년들도 자신 스스로 어떠한 뜻을 세우고 그 길을 가려고 하면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이 반대를 한다거나 마찰이 생기게 된다.

그동안 부모님의 말씀을 잘 따르고 부모의 바람대로 잘 살아온 자녀일수록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그 마찰과 저항이 더 크다. 기성세대의 많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자녀가 법대에 가서 변호사, 검사, 판사가 되라고 하고 의대에 들어가서 돈을 잘 벌수 있는 의사가 되라고 부추기는 광경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정작 진로를 고민하고 자신의 길을 가야할 자녀들은 하고 싶은 일과 진로가 부모님의 희망사항과는 다를 때가 많다. 법대에 가서 법조인이 되는 것 보다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을 수도 있고, 돈을 잘 버는 의사가 되기보다는 자신의 혼이 실린 예술작품을 창조해내는 화가가 되고 싶을지도 모른다.

자녀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데 부모님들은 보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자리가 보장되는 삶을 재촉하시는 경우에 대부분의 자녀들은 부모님과의 마찰에서 자신들의 뜻을 굽히게 된다. 하지만 드물게 자신의 소신대로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 독립심이 강한 그 청년은 스님들의 출가에 버금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출가를 세가지로 분류하면  몸적인 출가, 마음적인 출가 그리고 정신적인 출가로 구분된다. 첫째로, ‘몸의 출가’란 경제적 지원이나 거주지에 대해 부모로부터 독립한 경우를 일컫는다. 곧, ‘경제적인 독립’이다. 둘째로, ‘마음의 출가’란 부모의 정서적인 보살핌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정서적 위안처를 찾고 귀의하는 경우를 말한다. 곧, ‘정서적인 독립’이다. 신앙이나 수행을 하는 사람의 경우 하느님이나 부처님과 같은 신적 존재에게 자신의 마음을 의탁하게 되는데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게 된다. 세 번째로, 정신의 출가란 자신의 새로운 가치관의 형성을 위해서 영적스승이나 멘토를 찾는 경우이다. 곧, ‘가치관의 독립’ 이다.

스님들의 출가는 이 세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승가라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1)경제적 살림살이를 해결하고 (2)부처님께 귀의하여 새로운 마음의 의지처에 둥지를 틀게 되고 (3)은사스님이나 사형스님을 모시고 관계하면서 가르침을 받고 새로운 가치관으로 자신을 탈바꿈 한다.

이 세상의 청년들도 스님들과 같이 이 세가지 출가를 모두 경험하거나 부분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스펙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도전하는 사람은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이끌어 줄 수 있는 멘토를 만나서 배움을 얻는다. 즉, (3)‘가치관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정신적 요소에 새로운 에너지를 투입시킨다. 이를 위해 멘토와 선배의 가르침을 듣고 실천한다. 다음으로 (2)‘정서적인 독립’을 실천하는 젊은이들은 집안에서 받았던 부모님으로부터의 보살핌과 정서적인 안정을 뒤로하고 신앙생활을 하거나 수행을 실천하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1)‘경제적 독립’을 실천하는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일자리를 찾으면서 그동안 부모님으로부터 받아왔던 경제적 지원을 끊고 부모님의 간섭을 덜 받으면서 자신이 원하고 할 수 있는 그 일을 찾아 전진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처럼, 출가를 한 스님이든 독립선언을 한 청년이든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가치를 위해 자신만의 외길을 걷기 시작한다. 나는 카이스트에 다니는 10년 동안 학업과 수행을 병행해 왔다. 학교 안에서는 부모로부터 독립한 학생이었고 학교 밖에서는 수행 정진하는 스님이었다. 그동안 겪어왔던 스님과 학생이라는 이중생활(?)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가끔은 엉뚱하고 조금은 진지한 석하스님의 카이스트 수행기가 이제 시작된다.


(석하스님  seokha36@gmail.com)

출가사문 /  카이스트 기술경영학 전공
서울시 위탁형 대안학교 ‘숲속작은학교’ 교육·행정
외교부산하 비영리법인 에이트참밍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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