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쏟아지는 서바이벌… 창작의 부재

백수원 입력 : 2012.05.07 16:57 ㅣ 수정 : 2014.06.2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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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백수원 기자) 최근 공중파 방송국과 케이블 방송국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이 단순한 관객의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브라운관의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간접경험에서 직접경험이라는 매력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던져 주는 한편 1등과 탈락자가 명백히 가려지는 ‘서바이벌’에 ‘도전’과 ‘성공’이라는 것에 묘한 감동과 전율에 대리만족하고 있다.

이러한 열풍에 힘입어 ‘서바이벌’을 포맷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다. 가수 오디션은 기본이요, 패션디자이너, 패션모델 등을 뽑거나 각 분야의 재주와 재능, 끼 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탤런트(talent) 오디션까지 등장했다. 일반인들이 스타가 되는 과정을 그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이처럼 당분간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양적 팽창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이 창의성 없이 ‘비슷하게’ 따라 하는 모방이거나 아니면 아예 해외 프로그램의 판권을 구매해 포맷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경우도 허다해 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시즌2로 다시 돌아온 ‘댄싱 위드 더 스타2’는 영국 BBC 인기 프로그램 ‘스트릭트리 컴 댄싱(Strictly Come Dancing)’을 미국 ABC 방송국에서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로 리메이크한 샐러브리티 댄스 쇼.

한국 버전 ‘댄싱 위드 더 스타’는 가수, 배우, 건축가, 운동선수, 아나운서 등 유명인이 국가대표 댄스 스포츠 선수들과 한 팀을 이뤄 라이브 댄스에 도전해 점수에 따라 매주 한 팀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Mnet ‘보이스 코리아’(The Voice of Korea)는 오직 목소리로만 승부하는 슬로건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 역시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보이스’(The Voice)의 프로그램 포맷을 정식 구매해 제작한 오리지널 한국 버전으로 네덜란드 지상파 방송사인 rtl4에서 2010년 9월 ‘The Voice of Holland’라는 프로그램으로 처음 만들어졌으며, 지난 2011년 4월에는 미국 지상파 방송 NBC에서 팝 디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마룬 파이브 보컬 아담 리바인, 세계적인 프로듀서 씨로 그린, 미국 컨트리 음악의 히트메이커 브레이크 쉘튼이 코치로 참여한 가운데 시즌1이 방영됐다.

지난해 종영한 tvN ‘코리아 갓 탤런트(이하 코갓탤)’는 전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린 ‘브리티시 갓 탤런트(이하 브갓탤)’ 포맷을 빌린 한국 버전으로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독특한 재능을 가진 스타를 발굴하는 글로벌 재능 오디션이었다. ‘브갓탤’은 폴 포츠, 수잔 보일, 코니탤벗 등 평범한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유명인사로 만들었지만, 한국에서 방영된 ‘코갓탤’은 이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한계점을 드러냈다.

이외에 온스타일의 ‘도전 슈퍼모델’ ‘프로젝트 런웨이’는 모두 미국 프로그램에서 포맷을 가져왔다.

외국의 기존 프로그램 포맷이 아닌 국내 방송사가 자체 제작한 것 역시 비슷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내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는 미국에서 핫한 이슈를 일으킨 ‘아메리칸 아이돌’과 오디션을 통해 일반인을 스타로 만든다는 콘셉트가 비슷했다.

제작관계자는 “‘슈퍼스타K’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포맷 바이블(프로그램의 진행 과정과 카메라 위치 등이 세밀하게 기록된 제작 매뉴얼)을 구매하지 않았다”며 한국인에 맞춘 오디션 프로그램임 강조했지만, 투표방식에서부터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기는 것까지 기본 틀이 비슷한 양상이다. 

이처럼 국내 제작이든 외국 프로그램의 포맷을 원용하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창의성’과 국민 정서로 대변되는 ‘한류’이다.

한류열풍의 중심이었던 드라마가 오래전부터 한국, 중국 등 동남아권에 수출되며 배용준 이영애 이병헌 장근석 등 굵직한 한류스타들을 양성했으며, 최근에는 K-POP이 한류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음악에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해외 평론가들의 호평 속에 동남아권에만 머물던 ‘한류 열풍’이 유럽 러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이러한 내면에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가 배여 있고 그 문화가 세계와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열풍은 이제 드라마에서 가요 그리고 순수 창작 뮤지컬까지 가세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뿐만이 아니다. 단순 해외 라이선스 도입과 모방이 아닌 재창작 작업을 통해 다시 해외에 선을 뵈는 뮤지컬도 있다. ‘잭 더 리퍼’는 체코 원작의 작품을 재창작해 한국 버전으로 일본에서 공연이 성사됨으로써 새로운 문화수출이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러한 점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한 시청률을 잡기 위해 일반인들을 스타로 만들고, 스타들이 1등과 탈락을 맛보는 닮은꼴 형식에서 이제 시청자들은 조금씩 식상해 하고 지루해져 가고 있다. 따라서 좀 더 창의적이고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가 담긴 프로그램으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눈물’로 도전하고 ‘웃음’으로 승리를 만끽할 수 있는 ‘서바이벌’을 대하고 거기서 감동을 하는 것은 전 세계 만국공통어이다. 우리만의 독특한 콘셉트와 우리만의 정서가 녹아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진정한 발전과 함께 또 다른 ‘한류’의 물꼬를 열기 위해선 제작자나 방송사 관계자들이 한 번쯤은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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