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저의 동반자가 되어주시겠습니까?

강은희 입력 : 2014.07.30 08:39 ㅣ 수정 : 2014.08.1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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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은희 기자) 돌아올 수 없는 강이란 없는 건가?
 
1년 만에 컴백이다. 다시 언론계로 복귀하게 된 것이. 다시 가보게 되는 출입처들,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새삼스럽고 오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조금은 우습지만 다시 태어나게 된 것 같은 묘한 느낌마저 든다.
 
방송인과 기자로 약 16년 가량 언론인으로 지내오면서 그동안 몇 명인지 세기도 어려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크고 작은 여러 일들을 겪었다.
 
잠시 휴식기를 갖는 동안 소위 절필이란 걸 하고 지냈다. 이 시간이 좀 더 길어지게 되면 어느 순간 소리 소문 없이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겠구나 생각했다. 아쉬움은 많이 남았지만 한편엔 다른 길을 찾고 싶은 생각도 간절했다. 어쩌면 솔직히는 다른 길이 자연스레 나를 찾아와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느 정도 자발적인 쉼의 기간이 이어지는 동안, 이따금씩 적지 않은 제안들이 있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는 건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했기에 정중히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이왕 기자생활을 해왔는데 계속 이 생활을 이어갈 것이라면 한 순간 경력단절이 된다는 건 기자들에겐 소위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정말 나의 길을 찾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더 많다는 걸 알게 돼버린 기자생활은 ‘더 이상 내 길이 아닌 것이 맞다’는 착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세상에 많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리고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심지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인격체가 아닌 어떤 도구의 용도로만 다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겉잡을 수 없는 회의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올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세월호 사건을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면서는 검증되지 않은 뉴스들을 내보내며 실수가 잦았던 일부 언론들이 많은 네티즌들과 국민들로부터 질타당하고 뭇매를 맞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과연 정론은 무엇이고,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사실 기자로 살아오면서 전부가 힘들고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힘들어도 나름의 행복하고 보람있는 보상들(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의 기자생활은 ‘왜 이렇게까지 하며 기자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반문이 들게 했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한 주위 환경 탓도 있었지만 내 스스로 너무 괴로워 자괴감에 빠져들기도 했다.
 
모든 기자들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 다 다를 것이고,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기자로 살아왔지만 만났던 사람들을 모두 일로만 바라본 건 아니었다. 기자로서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임에 틀림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소통과 인간적인 교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멋모르고 진실하게 다가서다 더 깊은 상처를 자처하는지도 모르지만, 서로 인간적인 소통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신뢰가 쌓인 관계라면 기자와 출입처 관계자 사이가 아니어도 때로 인간적으로 만나 허물없는 대화를 충분히 나눌 수 있다.
 
사실 오랜만에 복귀하게 되면서 ‘업계 사람들이 반기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과 염려도 있었다. 일로 만난 관계이니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있는 것은 당연할 터. 그래도 대부분의 업계 사람들은 다행스럽게(?)도 “Well comeback!”이라며 환영해 줬다.
 
얼마 전 한 대기업 유통업계 관계자는 “잘 오셨습니다. 하시던 일을 하는 게 제일 좋답니다”라며 따뜻한 환영의 말을 건네줬고, 국내 상위권 제약사의 한 홍보 관계자도 “복귀를 축하합니다. 외롭고 험한 길 또 시작하시네요”라며 격려해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라고 말해 함께 웃었다. 


이런걸 무슨 감정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갑자기 뭉클해졌다.  
 
세상의 모든 직장생활이 그렇듯, 더구나 기자생활을 이상적이고 감상적으로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서로가 웃는 낯으로만 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이상적인 직장생활이 되겠는가? 이따금씩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생기게 되기 마련이기에.
 
다시 돌아온 기자생활에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렵게 다시금 용기 내어 또 이 길을 걸어가 보려 한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본다. “저의 동반자가 되어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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