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담배값에 이은 ‘소주값’ 인상이 불러올 나비효과

정승원 기자 입력 : 2015.12.01 10:12 ㅣ 수정 : 2015.12.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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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30일 출고분부터 전격적으로 소주 출고가격을 인상했다. 3년만에 단행된 이번 인상을 계기로 다른 소주값은 물론 맥주값까지 줄줄이 요동칠 조짐이다. 담배세에 이어 소주값까지 오르자 시장에선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품목만 집중적으로 가격이 오른다고 아우성이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소주값을 비롯해 주류값이 3년만에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하이트진로가 촉발한 소주값 인상을 계기로 맥주값 등 다른 술값도 들썩일 조짐이다. 올초 담배값 폭풍인상에 이은 이번 소주값 인상은 대표적인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품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간접세 비중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손도 대지 못하면서 간접세를 대폭 늘려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쥐어짜고 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빈병 처리비용 인상이 불러온 소주값 연쇄상승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30일(월)부터 참이슬 출고가격을 5.62% 인상했다. 이에 따라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360㎖)의 출고가격은 병당 961.70원에서 54원 오른 1015.70원으로 올랐다. 소주 출고가격이 1000원대에 진입한 것은 희석식 소주가 출시된 1960년대 이래 처음이다.

명분은 원가상승 압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비롯한 원료비, 포장재료비, 물류비 등 누적된 인상요인이 커져서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원가상승률만 따져도 12.5%의 인상요인이 있었으나 원가절감과 내부흡수 등을 통해 인상률을 최대한 낮춰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가 전격적으로 소주가격을 올리면서 롯데주류와 무학 등도 소주값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주류 측은 아직 인상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시기만 문제일 뿐 인상은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맥주업계도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수입맥주 공세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소주값이 오른 이상, 맥주값도 올라야 정상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번 소주값 인상의 배경에는 빈병의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 인상예고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내년 1월 21일부터 빈병의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을 올리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주의 빈병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은 각각 17원, 60원으로 오르며 맥주는 각각 14원, 80원이 오른다.

빈병 취급수수료와 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하이트진로가 먼저 총대를 메고 술값을 올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올렸으니 다른 소주회사들도 잇달아 술값을 올릴 것이고, 이는 맥주업계에도 파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소주값 인상은 소매가격 인상과 음식점에서 파는 술값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출고가 인상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참이슬 소비자 가격이 80원~100원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주값이 소매가의 3배 정도임을 고려하면 소매가(약 1200원) 기준으로 3600원 정도 인상될 것으로 보이지만, 끝자리를 딱 맞추는 음식점 습성상 4,000원선이 유력해 보인다. 그럴 경우 현재(3,000원)보다 33.3%(1,000원)나 가격이 오르게 되는 셈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주류관련 세금총액도 덩달아 늘어나

현재 소주에는 이런저런 세금이 붙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세다. 주세는 소주의 출고가를 기준으로 72%를 매긴다. 소주의 출고가(세전)가 500원 정도라고 가정하면, 주세는 72%에 해당하는 360원이다. 여기에 교육세가 30% 붙는다. 주세에 대한 교육세 과세표준 360원에서 30%의 세금이 붙으니 108원이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부가세 10%가 붙는다. 원가 500원에 주세 360원, 교육세 108원등 968원에 부가세 10%를 매기면 96.8원이 나온다. 출고가(세후) 기준으로 보면 1064원.8원에 붙는 총 세금은 564.8원이다. 출고가의 53%가 세금이라는 얘기다.

물론 소주의 원료로 사용되는 주정에도 주세가 붙는다. 여기에 빈병 취급수수료와 보증금까지 합하면 실제 우리가 먹는 소주 자체 원가는 200원도 채 안 된다는 계산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한국인 1인당 알콜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2012년 기준) 한국인은 소주를 1인당 연간 60병 정도 소비한다. 남녀노소 1인당 평균 3만3,888원을 소주 관련 세금으로 바치는 셈이다. 애주가라면 얘기가 다르다. 일주일 평균 소주 5병 정도를 마신다고 가정하면 연간 14만6,848원을 소주 관련 세금으로 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출고가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여기에 붙는 세금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주세는 지난 2000년이후 한번도 오르지 않았지만 이번 출고가 인상으로 주류와 관련한 세금 총액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담배세에 이은 소주값 인상 등으로 간접세 비중 갈수록 커져

박근혜 정부는 출범 때부터 증세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증세없는 복지 논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만 보면 이런 약속이 정말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증세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뒤로는 간접세를 올려 대규모 세수증대를 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담배세다. 정부는 올해 담배세를 통해 11조 3,013억~11조 8,245억원을 걷을 것으로 예상했다. 담배세수가 지난해보다 최대 5조원 가량 더 걷힐 것이란 뜻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예상한 2조 7,800억원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한국납세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내년에 정부가 흡연자들로부터 거둬들일 담배세 규모는 12조 6,08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98%인 연봉이 1억원 이하인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12조7,206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또 2013년 정부가 징수한 부동산 보유세 9조5,000억원, 이자·배당 소득에 대한 금융소득세 7조6,639억원보다 훨씬 많다. 한 마디로 흡연자를 상대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실제로 담배를 하루 1갑 피는 흡연자의 경우 답배에 붙는 세금 3,318원을 계산하면 연간 담배세로만 내는 돈이 120만원이 넘는다. 이는 상가 월세 217만원에 대한 임대소득세, 시가 9억 원인 아파트 재산세와 각각 맞먹는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9억원대 아파트 1채를 보유하는 것과 맞먹는 세금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10월 월간 재정동향’ 보고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올 1∼8월 국세 수입은 15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조6,000억)보다 15조원 증가했다. 특히 담뱃세가 포함된 기타 세수는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조4,000억원이나 증가해 세수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쯤되니 서민들 사이에 분통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왜 하필 서민들이 즐기는 품목만 집중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일까. 서민들 상대로 정말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진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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