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증환자 ‘15분 진료’, 시범사업으론 부족

(뉴스투데이=정소양 기자)
의료계에 만연한 ‘3분 진료’ 관행, ‘효율성’이 목적이지만 중증 환자 ‘불신’ 키워
9월부터 서울대 병원등 일부 종합병원서 ‘15분 진료’ 시범실시...‘돈’보다 ‘환자’를 우선시하는 의료문화를 위해 확대돼야
‘3분 진료’는 의료계에 만연한 관행이다. 한 의사에 의하면 “보통 10분에 3명 정도 환자를 보게 되어있다”고 말한다. ‘병원 방침’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에서도 빨리빨리 문화가 떡하니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진료 모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15분 진료’가 시범적으로 실시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에 폐습으로 자리 잡은 ‘3분 진료’를 바꾸기 위해 9월부터 중증환자와 난치병 환자 등을 대상으로 15분 동안 진료를 보는 심층 진료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병원을 필두로 2~3개 상급종합병원에서 15분 진료를 시범도입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만연해온 의료 행태인 ‘3분 진료’는 필연적으로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정해진 시간 안에 환자의 상태를 보고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뒤에는 진료를 받기 위해 밀려있는 환자들이 가득하다. 이러한 ‘빨리빨리’식의 진료는 환자와 의사 간의 불신만 키운다.
하지만 ‘15분 진료’를 도입할 시 환자의 불신과 불만은 눈 녹듯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유명 종합병원의 의사는 “15분 진료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15분 동안 의사는 그 환자에게 집중하고 환자의 병력, 경험 등 환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그는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불필요한 검사도 하지 않아도 된다”며 “15분 동안 진료를 보니 보다 자세히 환자에 대해 알 수 있고 환자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비를 절약하고 의사 입장에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복지부가 발표한 ‘15분 진료’의 대상은 중증환자나 난치병환자 또는 의원이나 병원 등 다른 병원에서 진단을 하지 못 하거나 치료하기 힘들다고 의뢰한 초진 환자다. 심층 진료가 필요한지는 의료진이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15분 진료의 시범도입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면 앞으로 차츰 대상 환자를 늘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15분 진료’에서 환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바로 ‘진찰료’다. 기존 3분 진료에서 5배의 시간이 늘어나면 비용 역시 5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찰료 대폭 인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현재 대학병원의 진찰료는 2만 4040원으로 복지부는 15분 진료를 도입할 경우 최고 4.2배인 9만~10만 원까지 진찰료를 올릴 방침이다. 하지만 실제 환자가 지불하는 돈은 현재 진찰료의 5~10% 정도만 더 내게 된다. 즉, 2만 7340~3만 1640원 사이의 진찰료를 지불하고 15분 진료를 볼 수 있게 되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물론 15분 진료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점들도 분명히 있다.
이를테면 현재 1시간에 18명의 환자를 진찰했다면 15분 진료는 1시간에 4명의 환자를 볼 수 있다. 즉, 환자 대기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예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 환자가 생길 시 그사이 뜨는 시간이 매우 길어 시간 낭비의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분 진료는 의료계가 ‘돈’보다 ‘환자’가 우선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나아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이다.
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다음 달 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해 의결한 뒤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시범사업’이다.
시범적으로 실시해보고 경제적 측면 등이 너무 맞지 않아 지속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고 판단하면 그만둘 수 있는 것이다. ‘시범사업’으로 남지 않도록 앞으로 ‘진료시간’과 ‘환자 경험’이 환자의 치료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가 학자들에 의해 활발히 진행돼야 하고, 더 많은 병원들이 이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정부도 계속해서 관심을 갖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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