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121) 성 소수자 취준생들을 대하는 일본 기업들의 달라진 자세

성 소수자들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취업, 기업의 달라진 태도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성 소수자들에 대한 찬반론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그들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름없이 취업을 통한 경제활동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성 소수자들을 위한 지원전형이나 복리후생을 갖추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논의조차 쉽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옆 나라 일본은 당사자들보다 기업이 먼저 성 소수자들을 배려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의 앞 글자를 딴 성 소수자를 칭하는 용어)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일본 기업들과 해당 학생들의 교류이벤트가 도쿄에서 열렸는데 일본기업들이 성 소수자를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소니와 일본IBM, 유니레버 등의 유명기업들도 성 소수자 배려
올해 10월, 성 소수자 학생들과 지원자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NPO 법인 ‘ReBit'는 일본기업들을 초청하여 대학생들과의 교류회를 마련했다. 작년에 이어 2회째를 맞이한 본 행사에는 일본항공(日本航空)과 마루이(丸井)그룹, 기린(キリン)과 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기업 24곳이 참석하였고 학생을 합쳐 총 800명이 넘는 참가자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이 날 학생들 앞에 선 유니레버 재팬의 직원 나카무라 리키야(中村 力也)씨는 자신도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LGBT는 어디까지나 다양성의 하나일 뿐이다. 게이라고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니레버의 직원들은 모두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는 동시에 유니레버의 강점을 어필했다.
실제로 유니레버 재팬은 전 사원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지침 중 하나로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를 명기하고 있으며 입사지원자들의 성별체크 란에는 ‘남’과 ‘여’외에 ‘Prefer not to say'도 마련해놓고 있다.
다른 일본기업들 역시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는데 소니의 경우도 입사지원서에 성별기입을 필수로 하고 있지 않아 지원자가 원할 경우 별도의 체크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일본IBM의 경우, 동성 파트너 등록제도를 도입하여 기존의 직원 배우자에게 제공하는 복리후생을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성 소수자와 아직은 부족한 기업들의 대응
한편 이 날 행사를 주최한 LeBit의 야쿠시 미카(薬師 実芳) 대표이사는 동 행사의 주최목적을 ‘자신에게는 일할 곳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불안함을 가진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 역시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의 마음을 갖고 취업활동에 임했다는 야쿠시 씨는 50여개의 회사에 지원하여 2곳의 내정을 받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는데 면접자리에서 ‘돌아가세요.’라는 말을 듣거나 ‘아이는 낳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 등 LGBT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와 언행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성 소수자의 입사와 직장생활에 대응하고 있는 곳은 아직까지 대기업과 외국계 회사가 많기 때문에 중소기업 등으로 더욱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 그녀를 후원하는 곳은 다름 아닌 일본 후생노동성과 경제단체 연합회, 전국 노동조합 연맹 등이다.
일본의 유명 광고대행사 덴츠(電通)가 2015년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본인이 성 소수자에 해당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7.6%로 13명 중 1명에 해당한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 소수자의 비율이 더 높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일본 기업들이 우수한 인력충원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앞장서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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