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전 세계에 불어닥친 '챗(Chat)GPT' 열풍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을 크게 끌어올렸다.  현재 미국 IT(정보기술)업체 MS(마이크로소프트),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국내 통신, 제조업 등 다수 기업에서 생성형 AI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디지털 전환 전략'의 하나로 2020년 문을 연 ‘LG AI연구원’은 전자, 화학, 통신,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쓸 수 있는 초거대 AI 연구를 이어와 마침내 초거대 AI ‘엑사원(EXAONE)’를 탄생시켰다.

 

그동안 엑사원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끌어올리기에 끊임없는 연구를 거듭해온 LG는 ‘상위 1% 전문가 AI’를 표방한 진화 모델을 19일 선보였다.

 

LG는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LG AI 토크콘서트 2023’을 열어 초거대 멀티모달(Multimodal) AI ‘엑사원(EXAONE) 2.0’을 처음 공개했다.  멀티모달은 키보드와 마우스 등 전통적 텍스트 외에 음성, 제스처, 시선, 표정, 생체 신호 등 여러 입력 방식을 융합해 인간과 컴퓨터가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하는 기술이다. 

 

이날 LG는 유니버스(Universe), 디스커버리(Discovery), 아틀리에(Atelier) 등 ‘전문가 AI’ 서비스 개발의 기반인 엑사원 3대 플랫폼을 소개했다.

 

'엑사원 2.0'은 고품질의 데이터 학습, 비용 절감, 고객 수요에 발맞춘 커스텀 모델이라는 3가지 강점을 확보했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산업현장에서 현재 생성형 AI에 만족하지 못한 상태”라며 “생성되는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고 대규모 모델을 학습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업 내부 데이터가 외부로 흘러나가는 우려가 있다”고 입을 열었다.

 

배경훈 원장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학습 데이터 품질 강화에 집중하고 고품질의 전문 데이터와 계열사와 파트너사의 전문 데이터를 확보해 왔다”며 “이에 따라 논문 특허 데이터는 4500만건 이상, 이미지 텍스트 데이터는 3억5000만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 원장은 “LG는 한국어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이중언어(Bilingual) 모델을 개발했다”며 “한국어와 영어 학습 데이터량을 이전 모델과 비교해 4배 이상 늘리고 한국어와 영어 데이터 간 시너지를 높여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론 속도와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경제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며 “LMM(대규모 언어모델) 추론처리시간 25% 단축·메모리 사용량 70% 감소로 이전 모델과 비교해 약 78%의 비용을 줄였고 멀티모달은 고품질을 위해 메모리 사용량을 2배 늘리되 추론처리시간을 83% 단축해 비용을 69%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 수요와 활용 목적에 따라 맞춤형 모델을 제공한다”며 “언어 선택이 가능하고 비용과 요구사항에 맞춰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 AI’ 서비스 개발 기반인 엑사원 3대 플랫폼 

 

‘엑사원 유니버스’는 △질의응답·대화 △텍스트 분류·요약 △키워드 추출·생성 △번역 등 기존에 기능별로 메뉴를 나눴던 방식에서 전문가용 대화형 AI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엑사원 유니버스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믿고 정보를 탐색하며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는 게 LG측 설명이다.  

 

엑사원 유니버스는 다른 대화형 AI와 달리 사전 학습한 데이터를 비롯해 각 도메인별 최신 전문 데이터까지 포함해 근거를 찾아내며 추론한 답변을 만든다.

 

또 질문에 대한 답변과 더불어 화면 좌측과 우측에 각각 질문과 연관성이 가장 높은 전문 문헌들과 AI가 답변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단락을 제공한다. 

 

이문태 LG AI연구원 AML랩장은 “생성형 AI의 핵심인 초거대 언어 모델을 통해 질문에 전문적 답변을 만들고 나아가 최신 기술을 연구하거나 기업 전문 업무를 도와주는 플랫폼”이라며 “관련 정보, 문서를 파악하고 다시 문서  속 세부 근거를 추론한 후 서로 다른 근거를 종합해 인사이트로 만드는 종합적 물리적 추론 기능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엑사원 유니버스는 오는 31일부터 AI/머신러닝(기계학습) 분야 서비스를  LG그룹 내 AI 연구자, 협력 중인 대학을 대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엑사원 유니버스는 오는 9월에 LG에서 AI를 연구하거나 공부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날 3개 플랫폼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엑사원 디스커버리’다. 

 

디스커버리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플랫폼으로 가장 먼저 신소재·신물질·신약 관련 탐색에 활용된다.  

 

엑사원 디스커버리에는 논문과 특허 등 전문 문헌 텍스트는 물론 분자 구조, 수식, 차트, 테이블, 이미지 등 비(非) 텍스트 정보까지 AI가 읽고 학습할 수 있는 형태다. 또한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심층 문서 이해(DDU, Deep Document Understanding) 기술이 탑재됐다.

 

LG AI연구원은 LG의 심층 문서 이해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한세희 MI랩장은 “기존에는 이전 연구를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입증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 검증하는 연구방식을 활용했는데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실험과 실패를 반복해야만 원하는 소재를 얻을 수 있다”며 “엑사원 디스커버리는 문장 한줄만 입력하면 방대한 자료와 복잡한 내용들을 토대로 새로운 개발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안해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통해 1만회가 넘었던 기존 합성 시행착오를 수십회로 축소할 수 있으며 연구개발 소요 시간도 40개월에서 5개월로 대폭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올해 4분기에 그룹 내 화학 및 바이오 분야 연구진들을 대상으로 엑사원 디스커버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소재·신물질·신약 관련 연구개발에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한다.

 

‘엑사원 아틀리에’는 인간에게 창의적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저작권이 확보된 이미지-텍스트가 짝을 이룬 페어(Pair) 데이터 3억5000만장을 학습한 엑사원 2.0을 기반으로 이미지 생성과 이미지 이해에 특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LG AI연구원은 인간과 AI가 상호작용해 디자인을 완성하는 ‘디자인 싱킹 프로세스(Design Thinking Process)’를 엑사원 아틀리에에 접목하기 위해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과 공동 연구개발을 지속한다.

 

또 지난 6월 이미지·영상 콘텐츠 제공 업체 셔터스톡(Shutterstock)과 함께 상용화한 ‘캡셔닝 AI’ 기능도 엑사원 아틀리에에 적용했다. 캡셔닝 AI는 처음 보는 이미지까지 자연어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이미지 검색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인 문장이나 키워드 등 메타 데이터를 생성한다.

 

김승환 VL랩장은 “디자이너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면서 디자인 콘셉트를 구체화할 수 있다”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실제 디자인을 활용해 제품의 제작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환 랩장은 “이미지 생성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보고 이해하는 기술력도 뛰어나다”며 “기업 마케팅 담당자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는 일반 사용자까지 이미지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 AI연구원은 올해 3분기에 그룹 내외부 전문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엑사원 아틀리에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 “신뢰성·전문성 앞세워 잠재력 높은 분야 투자해 시장 빠르게 선점” 

 

생성형 AI 생태계 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LG AI연구원이 거듭 강조하는 엑사원만의 차별점은 신뢰성과 전문성이다.

 

배 연구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를 실제 산업현장에 도입하거나 사업화에서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 같다”며 “생성형 AI가 의미가 있으려면 그 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LG는 전문성과 신뢰성 만큼은 글로벌 기업 중 최고 경쟁력을 가진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재 LG AI연구원은 그룹 계열사, 전문 파트너사 중심의 B2B(기업간 거래)로 산업현장에서 사례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배 연구원장은 “생성형 AI를 통해 기존 제조, 화학, 바이오 분야에 어떤 혁신이 일어나 생산성이 바뀐다면 그 모든 결과는 고객에게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지금은 성공 사례를 잘 만들고 거기에 대한 성과를 입증하고 그것이 고객이 실제로 사용하면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생성형 AI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시장 점유율 등 수치화된 구체적 목표치를 언급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미래잠재력이 높은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빅테크 기업보다 양질의 데이터와 기술력으로 고객사 요구사항을 더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급선무 과제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배 연구원장은 “2년 넘도록 생성형 AI를 연구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어떤 분야에 적용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엑사원 2.0을 공개하게 됐다”며 “아직은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장점 살려 계속 좋은 사례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