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송이버섯 강정과 가마 _Mushroom Gangjeong (Deep-fried Sweet Puffs) & Kiln
그야말로 눈 몇 번 깜빡거리니 연말이다. 연초에 작심했던 다짐과 각오들은 년말이 되니 온데 간데 없다. 가늘게 몇가닥 남아있는 것들도 맥아리 없기는 매한가지. 하고픈 일보다는 하지 못한 일이 훨씬 많은 지난날을 되짚어본다.
어린시절 빡빡한 하루 일정을 동그란 그래프에 피자조각 나누듯 잘게 나눠 책상 머리앞에 붙여놓고는 했다. 그때는 하루 일과표 작성이 학교 숙제이기도 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여지없이 10개 이상의 피자 조각은 5개 정도의 왕건이로 듬성 듬성해졌지만 책상머리에 하루일과표 붙이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시절이었다.
나이를 먹은 지금은 휴대폰을 들고 일정을 작성한다. 알림까지 체크해놓으면 하루전이나 한시간 전에도 알려주니 잊어버릴일도 없다. 어디 휴대폰 뿐이랴. 데스크탑PC나 태블릿PC 할것없이 어디 한군데만 적어놓아도 눈 돌리는 시선 앞에 표시해주니 아차 할 시간도 주지 않는다. 또르륵 또르륵 굴러가는 물방울 알람에서 빽빽 경고음까지 나의 계획을 지켜주는 24시간 근무조 비서. 그러나 그렇게 하루 일과를 초단위로 계산해주는 디지털 비서를 달고 다녀도 책상머리에 하루일과표보다도 못하다. 책상머리 일과표는 다시 그려야되지만 디지털 일과표는 손가락 하나로 휙 날려버리면 되니 그만큼 지키지 않아도 양심에 가책이 없다.
그리고 그 때는 지키지 못한 일정이라도 곧 다른 일들로 대체할 건수도 이유도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와 변명이 넘쳐났지만 지금은 몇 안되는 목표가 어긋나기라도 하면 대신할 다른것도 없다. 욕심이 사그라진것도 아닌데 년간 목표는 엄선되어 가짓수도 적다. 그래서 지키지 못할 경우 일년이라는 몸뚱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다. 젊은 시절이야 실패해도 젊음이라는 무기를 들고 앞뒤 잴것없이 전진하면 된다지만 나이 들어서 실패하면 일어나기도 어렵다. 무릎이 허락하지 않는다.
뻘짓으로 지금까지 먹고 살았네
환갑이 훨씬 지났어도 동심을 지닌 지인이 있다. 아직도 하고픈 일들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데 뻘짓말라며 부인과 아이들이 말린다. 아직도 아날로그 피자 계획표(일과 계획표)를 하나도 아닌 여러개를 붙이고도 남을 열정이 있는데 하나마저 붙이는 손짓이 멋쩍다. 그래서 가끔 가족들과 마찰이 생기는 눈치다. 나이들어 주책맞게 뻘짓말고 하던 일이나 잘하라고 핀잔도 받는 눈치다.
이제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많기에 뻘짓은 자제해야하는 거다. 팽팽한 젊음이었다면 ‘어디 잘 해봐! 용기가 가상하네’ 칭찬과 격려로 등 떠밀리겠지만 흰머리에게는 뻘짓이 된다. 나 좋다고 무심코 놓은 한 수에 패가망신할지도 모른다. 등 떠밀리기 대신 어깨를 주저앉힌다. 이런 저런 이유로 소심해지고 한 수 한 수 조심스레 두다보니 이거 제하고 저거 제하고 남는 목표가 한 손에 손가락도 넘친다.
그러다보니 마음속에 못다한 그것에 대한 응어리가 남는다. 단순히 티눈 정도라면 뽑아 버리면 된다. 약간의 피를 볼 지라도 아픔속 희열마저 느끼고 기꺼이 제거해 버릴 수 있으련만 근육 사이 사이에 자리잡은 것들은 제거할 수가 없다. 그저 조물 조물 풀어줄 수 밖에. 결국 그는 일주일에 몇 번씩 오래전 사놓은 시골 세컨드하우스로 향한다. 어찌 할 수 없는 응어리를 무거운 화목난로 옮기는데 쓰고 나면 또 몇일은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지인들의 간판을 만들어주고 문패를 만들기 위해 용접기와 망치질 몇번 들었다 놓았다 하면 또 그렇게 몇일은 근육속의 응어리가 풀어진다.
저녁엔, 추위로 곱아진 손으로 나무를 들어 화목난로 입구멍에 쳐넣고 찾아온 따뜻함에 평화를 느낀다. 아침엔, 싸하게 훓고 지나는 서늘한 공기속에 내려앉은 안개 속에서 홀짝거리는 커피에 내 못다한 욕망이 사그러짐을 느낀다. 아니 어쩌면 다음 뻘짓을 하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일순간 몸을 혹사시키고나면 정신마저 맑아져오는 것은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닌가보다. 그렇게 그도 다음 뻘짓을 위해 오늘을 쉬어간다.
미술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던 고등학생시절부터 나의 목표는 디자이너였다. 그래픽디자이너.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저 내 피속에 흐르는 예술적(?) 욕망을 따라 비교적 순탄하게 막힘없이 흘러왔다. 그런데도 못다한 뭔지 모를 그것들이 항상 내 근육 속에 박혀있음을 안다. 화목난로도 없고 커피를 마실 안개속 한적한 시골집도 없는 나는 주말농장을 찾아 삽질을 했다. 그 때 알았다. 처음이었지만 삽질 한번에 땅을 잘도 뒤집었다. 비료푸대 배를 갈라 휘리릭 내 밭에 밥 주기도 뚝딱이었다. 그야말로 내 속에 넘치는 잉여력을 부리기에 더없이 좋았다.
지금은 그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나의 잉여에너지 쓸곳을 궁리하다가 요리를 한다. 사브작 사브작 시작한 요리가 이렇게 칼럼을 쓰게 되고 지금은 오프라인 도예전문월간지에도 칼럼을 기고하게 되었다. 요리하고 사진찍고... 그리고 칼럼이라는 말에 맞게 글도 쓴다. 순전히 잉여활동에서 나온 산물이다. 뻘짓이다. 대부분 서적이나 잡지, 도록 등에 서체나 그림 배치하는 편집 디자인을 하는 나의 주된 노동력 기준으로 보자면 뻘짓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된 노동력에 비해 절대 떨어지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는 잉여력을 제공하는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뻘짓이다.
오늘 피자조각 그래프에는 있지 않았어도 휴대폰 속 스케쥴 알람이 내게 알려준다.
‘자~ 뻘짓할 시간이예요~’
오늘 또 다른 뻘짓을 찾아 잉여력을 제공하니 내게 먹거리를 준다. 그러니 뻘짓이 꼭 뻘짓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늘의 뻘짓이 먹거리도 주지만 휴식도 주고 즐거움도 선사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먹게 되고 살게 되고.
돌아보니 뻘짓으로 지금까지 먹고 살았네.



■ 양송이버섯 강정_Mushroom Gangjeong (Deep-fried Sweet Puffs)
준비물 : 준비물 양송이버섯 20개 정도, 달걀 1개, 튀김가루 1컵, 물 약간, 소금, 식용유, 파슬리, 고추가루, 맛술, 후춧가루 약간, 마늘가루, 물엿, 간장
1. 준비된 양송이 버섯을 튀김가루, 달걀, 소금에 물을 넣고 잘 섞은뒤, 반죽에 굴려 튀김옷을 입힌다.
2. 식용유에 노릇하게 튀겨낸다.
3. 팬에 고추가루, 맛술, 후춧가루, 물엿, 간장, 마늘가루를 넣고 끓으면 튀긴 양송이버섯을 넣고 고루 버무린 후에 물엿이 양송이에 끈적하게 달라붙으면 꺼내 파슬리가루를 뿌려낸다.
* 참고: 마늘가루대신 다진 마늘을 사용해도 된다. 물엿은 강정의 단맛을 살려주고 표면이 반짝거려 먹음직스럽다.


■ 도예가 따라하기
가스가마(gas fired kiln) 란?
가스가마(gas kiln)는 가마 표면을 철판과 금속앵글로 견고한 상자를 만들어 내부의 단열벽돌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단열벽돌로 이루어진 내부의 천장구조는 아치형의 둥근 모양이다. 보통 버너는 가마의 크기에 따라 다르나 양옆과 밑바닥에 4개씩 8개가 설치된다. 불이 벽을 타고 둥근 천장까지 올라갔다가 기물 사이를 통과하여 구멍으로 빠져나가도록 하는데 이를 도염식 가마라하며 가마 내부의 온도를 균일하게 해준다. 보통 굴뚝의 위치는 가마 입구 반대쪽에 있다. 굴뚝 아랫부분에는 소성을 조절하는 댐퍼(damper)가 있어, 이동식 벽돌의 위치를 움직임으로써 산소의 양을 조절한다. 이 때 완전연소 또는 불완전연소가 되어 산화소성·환원소성 등의 다양한 도자기 표현을 유도한다. 사용하기가 편리하고 연기가 거의 없으며, 환원·산화 소성 등 조절이 편리하여 가스가마는 최근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글, 포토 및 일러스트 : 서연우
도자기 제작 및 감수 : 최대규
서연우 Seo Yeonu
그래픽. 편집디자이너
홍익대 및 동 산업미술대학원 석사.
Politecnico di Milano, Italia 수학.
현재 디자인전문회사 ‘디자인테라’ 아트디렉터
블로그 : http://blog.naver.com/hsseo04 캐리의 감성도자기라이프
E-mail : hsseo04@naver.com
최대규 Choi, Dae-Kyu
도예가이며 포토그래퍼.
홍익대 및 중국 칭화대학의 대학원에서 도예 전공.
현재 한국도자디자인협회, 경기도예가협회 이사, 한국미술협회, 고양도예가협회, 도어(陶語)의 회원.
일산에 ‘최대규도자공작실’을 13년째 운영하며, 작품활동 및 도예교실을 열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cdkceramic
E-mail : daekyu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