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인생수업’의 우승택 저자가 전하는 금강경의 지혜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미래에 대한 불안, 끊임없는 비교, 돈에 대한 집착이 일상이 된 시대. ‘더 벌어야 해, 더 성공해야 해’ 이러한 무한 루프 속에서 삶은 점점 가벼워지고 영혼은 지치고 마음은 무거워진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 이 순간, 부처님이라면 뭐라고 하실까. 그 해법을 불교 경전의 최고봉이라 일컫는 ‘금강경’에서 찾은 주인공이 있다. 삼성증권 재직중에 재테크 및 투자서 번역가로 활동한 우승택 저자는 ‘마음공부’ 안내자로 변신해 자신의 체험과 실례를 바탕으로 ‘금강경 인생수업’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경전 속 부처님의 가르침을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에 맞춰 다시 묻는다. “지금 당신의 영혼은 어디에 있느냐”고. 다음은 우승택 저자와의 일문일답. Q 불교에서 금강경을 최고 경지의 경전으로 꼽는 이유는. A "금강경의 정식 경전명은 ‘금강반야바라밀경’으로 금강(金剛)은 모든 번뇌를 끊어내는 강인함을, 반야(般若)는 지혜를 상징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알던 나의 지혜’에서 ‘내게 있으면서도 평생 잊고 쓰지 않던 내면의 부처의 지혜’를 뜻한다. 바라밀(波羅蜜)은 전자의 나에서 후자의 나로 건너가는 수행을 말한다. 그리고 좀 어렵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경(經)은 사람들의 생각이 두 개로 나뉘어 있어, 가로축(씨줄)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견해가 아닌, 가로축의 흔들림 없는 견해 즉 부동의 날줄 경에서의 부처님의 말씀을 뜻한다. 대승불교의 근본 경전 중 하나인 금강경은 총 32품으로, 주제별로 부처님이 제자인 수보리와 나눈 질의응답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부처님 생애 말기에 설한 가르침으로 번뇌와 집착을 깨뜨리는 강인한 지혜를 얻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경전이다." Q 불교는 종종 어려운 종교로 여겨지기도 하며, 일부는 철학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A "첫째는 불교의 언어가 어렵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로 하려니 종교가 되기도 하고, 철학이 되기도 한다. 불교는 자기 성찰과 내면의 깨달음을 중요시하므로, 이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종교를 외부의 절대적인 존재인 ‘신’을 숭배하며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지만, 불교는 그 절대적인 존재가 자기 안에 있다고 믿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삶의 해법을 찾는데 도달한다. 저도 20대 초반부터 경전들은 이론적으로 이해했지만, 실제 삶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불교가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무한한 힘’을 내포하고 있다는 그 중요한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든 사찰 입구에는 세속과의 구분을 나타내는 기둥 하나인 일주문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일주문은 기둥이 두 개다. 그것은 기둥 두 개 중의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즉 우리가 습관처럼 판단하는 기존 견해로는 일주문 안의 ‘진실의 세계’를 알 수가 없다. 이는 자기 안에 무한한 힘에 대한 깨달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즉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족족 모든 사물을 구분 짓고,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일주문 밖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일주문 안에 있다는 뜻이다." Q. 무척 흥미로운 설명이다. 그럼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는 무엇인가. A "우리는 일주문 밖에서 두 기둥 중 하나를 선택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기둥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 다시 태어난다. 예를 들어, 내가 투자해서 1억을 잃었다면, 양극성의 우주에서는 1억을 번 나도 존재한다. 물질세계는 그렇게 반드시 짝을 이루고 있는데 그것을 모르고 그중 하나를 유효화하고, 다른 하나는 무효화하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죽은 다음에야 그 반대쪽도 유효하다는 것을 알고 그 반대편을 체험한다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지금 내가 경험하는 건 손해 본 나의 삶 뿐이다. 이 사실은 바로 일주문 안에 있는 ‘반야(지혜)’가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주문 밖에서만 살아가며, 그 마음의 소리를 체험하지 못한 채 한 생을 마친다. 이번 생에서 내가 피해자라면, 전생에서 그가 피해자였고 내가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일주문 안의 깨달음이다. 영혼은 감정만 기억할 뿐, 사건은 기억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주문 밖에서 잡다한 것들을 붙잡고 다람쥐처럼 윤회를 반복한다. 그래서 수행과 깨달음이 중요한 것이다. 최근에는 서양에서 불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과학 실험들이 많아져서,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 것 같다. 예를 들어, 영화 ‘매트릭스’나 최근 디즈니 영화들은 카르마(업)와 윤회 등 불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흥미로웠다." Q. ‘불교=과학’이라는 말이 있듯, 최근 양자물리학, 양자 컴퓨터, 이중 슬릿실험 등으로 불교의 추상적인 가르침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양의 과학자나 영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불교의 수행법, 특히 참선이라 불리는 일종의 명상법이 확산되고 있지 않나. A "맞다. 스티브 잡스는 일찍이 선불교에 심취했다. 오프라 윈프리 또한 명상으로 삶이 바뀌었다고 말하며, 자신이 경험한 수행의 효과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에서도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창의성 증진을 위해 명상을 공개적으로 권장하는 분위기이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안다. 그러나 이런 명상은 경전 법화경에 가면 부처님이 철저하게 부인한다, ‘네가 바라는 것이 그것이었으니 그것을 설했다’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부처님은 짜장면 먹으러 온 사람에게 탕수육이나 팔보채를 주시지 않았다. 그러나 열반을 앞두고, 중국집에는 짜장면과 짬뽕 뿐 아니라, 너희들이 이름을 모르고 맛을 몰라서, 돈이 없어 주문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고 밝히시며 법화경을 설해주신다. 그 명상은 보살행, 더 정확히는 보현행을 위한 애피타이저였다는 사실을 고백하시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불교에서 참선은 가장 높은 단계의 수행법으로 알려져 있다. 부처님은 29세에 왕자의 삶을 떠나 출가한 후, 다양한 수행자를 만나고 고행도 했지만, 그것으로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함을 깨닫고, 홀로 보리수 아래에서 6년간 깊은 명상에 들어 결국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부처(깨달은 자)’가 되셨다. 우리의 꿈은 부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사찰마다 부처님오신날에는 아기 부처님 목욕시켜 드리는 행사가 진행된다. 이는 곧 우리들이 언젠가는 찾아야 하는 깨달은 자신에게 세례함을 상징하는 의식인 것이다." Q 불교에서 강조하는 공(空)이란 말 그대로 마음을 비우는 행위인가. A "부처님이 말씀하신 ‘공(空)’은 허무나 단순한 비움이 아니다. 헛된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경고이자,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의 힘을 뜻한다. 최근 블랙핑크의 제니가 부른 ‘젠’이라는 음악의 노랫말을 문광스님이 해설한 유튜브 동영상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뭐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고? 그것은 네 마음이 시끄러운 것이다’. 즉, 바깥세상은 내면 의식의 투영이라는 것이 바로 공(空)의 핵심이다. 돈, 명예, 권력, 자존감 등 우리가 붙들고 있는 것들이 정말 ‘진짜 나’인지 돌아보라는 것이다. 돈은 필요하지만, 그것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은 병이다. 더 큰 중병은 ‘돈이 없다’라는 생각이다. 일주문의 가르침으로 보면, 돈이 없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존재이다. 따라서 돈이 없는 바깥 환경을 돈이 있는 내면에서 먼저 통합하면, 돈 없는 나는, 내면에 돈 있는 나를 자석처럼 당겨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우리는 속도를 내기 위해 바깥 상황을 조작해 삶의 균형을 잃고, 결국 불안과 우울 속에서 감사와 행복을 잊고 산다. 부끄럽지만, 오랫동안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는 것이 인생이라는 깨달음에서 수행이 시작된다고 느낀다. 이런 ‘공’의 사상을 가장 간결하게 담은 표현이 바로 불교경전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 없이 변화하고, 있음과 없음은 서로 의존한다는 뜻이다." Q. 개인 이력이 꽤 특별하다. 삼성생명 PB 시절엔 고(故) 이건희 회장의 ‘특명’을 받기도 하고, 이후엔 투자서나 불교 관련서, 영상을 통해 금강경의 가르침을 경제적 성공에 접목한 ‘부자완성 프로젝트’로도 주목을 받았던데. A "부끄럽다. 그 당시, 지금은 입적하신 큰 스님께서 제게 말했다. ‘큰일이네, 자네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기회가 왔구나’ 그러셨다. 정확했다. 삼성생명 시절엔 고(故)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적은 돈으로 서민을 부자로 만들 프로젝트를 구상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하하) 당시엔 당황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경험들 또한 지금의 삶으로 이어진 인연이었다고 느껴진다. 금융업에 종사하며 큰 부를 얻기도, 눈앞에서 놓치기도 했고, 비트코인 기회도 흘려보냈다. 나름 수행을 했음에도 삶의 역경은 계속됐고, 그것이 오히려 마음공부의 화두가 되어 ‘우승택의 생테크 연구소’를 열고 강의와 유튜브를 통해 공부를 나누고 있다." Q 불교에서 말하는 ‘업’은 어쩌면 ‘습관’과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과거의 행위를 후회하면서도 결국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점에서 말이다. 만약 큰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은 과연 무엇이 달라질까. A "불교 공부를 해온 시간에 비하면, 참선에 집중하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 2~3년간 꾸준히 정진해 오면서, 이제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일주문 안에 마음을 두는 법’을 알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제 인식에도 큰 변화가 생긴 셈이다. 예전엔 상처를 준 사람들을 탓하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주문 안에서 보면, 만난 모든 인연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는 돈을 벌기 위한 전략이나 기술에만 매달렸지만, 이제는 그것들이 허상이라는 걸 느낀다. 정말 중요한 건 내 마음의 상태, 인식의 방향이었다. 결국 돈을 잃었던 것도, 당시 내 인식이 흐려져 잘못된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 요즘 저는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그 마음을 주변 분들께도 전하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사업가이자 영적 스승으로 알려진 사이토 히토리 씨는 실제로 ‘하루에 수천 번 감사하다’는 말로 기적을 일으킨 사람이다. 부처님의 말씀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맺자면, 이는 화엄경의 핵심 사상인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는 가르침과도 맞닿아 있다. 흔히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로 요약되는 이 정신은, 제가 요즘 깊이 체감하고 있는 부처님의 진리이기도 하다."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