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4불 방침에 당당히 대응해 계속된 강압과 위협의 고리 끊어야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최근 국내 언론은 “2023년 5월 22일 중국 외교부 아시아 국장 류진쏭(劉勁松)이 우리 외교부를 방문해 현 정부가 미·일 편중외교를 지속한다면 ‘중국은 한국과 협력이 불가하다’ 등 4대 불가를 통보했다”라고 보도했다. 현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증진하는 상황에서 예상됐던 중국의 반응이다.
우리는 전 정부의 대중국 저자세 외교 논란을 정리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등하고 정상적 한·중 관계 정립을 위해 이러한 중국의 제안에 대응해야 한다. 중국이 통보한 4불 방침은 첫째, 우리가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이익 개입 시 협력 불가, 둘째, 우리가 친미, 친일 외교정책 지속 시 협력 불가, 셋째, 한·중 관계 긴장 지속 시 고위급 교류(시진핑 주석 방한) 불가, 넷째, 악화한 정세 아래 한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 등이다.
■ ‘제2의 한한령’ 고려하고 남북 대화 등에도 협력하지 않겠다는 의도
중국이 첫째와 둘째 사항에서 언급한 ‘협력 불가’는 구체적으로 무슨 협력이 불가한 것이지 명확하지 않지만 주로 경제적 문제로 ‘제2의 한한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의 전 정부를 한한령으로 굴복시켜 사드 배치 관련한 3불 약속을 받아낸 성공사례를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약속이 아닌 입장 표명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우리에게 사드 3불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 번째 언급한 ‘한·중 관계 긴장 지속 시 시진핑 주석 방한 불가’는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방한 조건으로 사드 포대 철거를 요구하는 것이다. 시진핑은 지속적으로 주한미군의 사드 포대 철거를 요구하지만, 우리는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권 문제인 사드 배치를 철수할 수 없다. 따라서 당분간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하지 않으면서 이 문제를 보류하는 것이 좋다. 중국이 필요하면 시 주석이 한국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사항에서 ‘한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는 중국이 남북 대화와 교류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중국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한 비핵화나 7차 핵실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 하겠지만 북한이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남북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의 제안은 실효성이 적다.
■ ‘중국의 핵심이익 개입할 의도 없고,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언급해야
우리는 중국의 제안에 대해 우리의 원칙과 입장을 밝히고 설득해야 한다. 첫째, 중국이 첫 번째로 언급한 중국의 핵심이익 개입과 관련,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개입할 의도가 없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라는 일반적 수준의 언급을 해야 한다.
중국은 윤석렬 대통령이 4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한 문제처럼 세계적인 문제”라고 언급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했다고 본다. 즉 한국과 북한은 각각 UN 회원국이지만 중국과 대만은 남북한과 달리 중국만 유일한 정부라는 것이다. 중국이 민감해하는 문제는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국이 문제를 삼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 증진은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와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임을 강조하고 설득시켜야 한다. 중국이 우리의 주장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중국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우리 안보의 주축인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거나 일본과 협력을 축소할 수는 없다. 중국이 수용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입장을 주장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한국에 요구한 5가지 사항은 상호존중에 입각한 외교적 행동 아냐
중국은 한·중 관계의 기준을 ‘시진핑-문재인 시대’로 삼고 있다.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보수론자들로부터 대중 저자세 외교로 비판받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로부터 사드 배치 관련한 3불의 약속을 받아낸 성공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이 당시 한·중 관계는 대등하지 못해 시진핑은 문재인 대통령 특사를 자신보다 한 단계 낮은 자리에 앉게 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2022년 8월 한국 신정부 외교부 장관에게 한국이 당연히 지켜야 할 ‘5가지 사항’을 언급했는데, ① 한국은 독립자주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 ② 서로의 중대 관심사를 배려해야 한다. ③ 공급망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 ④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⑤ 유엔 헌장을 준수해야 한다 등이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상호존중의 입장이라면 이런 외교적 행동은 나올 수 없다.
류진쏭이 제시한 4대 불가 방침에 대해 우리는 정부 입장과 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당당히 대응해 중국의 계속되는 강압과 위협의 고리를 지금 끊어야 한다. 중국이 무역제재 등 제2의 한한령으로 보복할 경우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발굴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부터 ‘중국을 벗어나니 세계가 보인다’라는 특집을 연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인도, 동남아 시장을 개척한 성공사례로 중국만이 유일한 무역 파트너가 아니란 의미이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