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테라퓨틱,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 중단...VC업계 여파 우려

[뉴스투데이=임성지 기자] 신약개발사 오름테라퓨틱의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 1상이 중단되면서 회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업계에 여파가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오름테라퓨틱은 유방암을 타겟하는 주요 파이프라인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ORM-5029는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및 기타 HER2 과발현 악성종양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었다.
ORM-5029는 2022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으며, 10월 임상에 돌입했다.
이후 회사가 상장을 추진하던 지난해 11월 임상 참여자 1명에게서 중대한 이상사례(SAE)가 발생해 해당 참여자가 사망했다. 이에 회사는 신규 참여자 모집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당시 오름테라퓨틱의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회사측은 “약물 관계가 아직 밝혀진 부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오름테라퓨틱은 투자설명서에 “ORM-5029는 신규 환자 모집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로 이는 ‘부분 임상 보류’에 해당한다”며 “‘임상 보류’ 사례를 기준으로 작성 된 상기 통계자료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제한적일 수 있으며, 원인을 상세히 조사하고 위험을 철저히 관리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시하며 2월 14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름테라퓨틱의 ORM-5029이 중단되자 일각에서는 기업공개(IPO)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뻥튀기 상장’도 제기하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뉴스투데이>에 “상장 두달만에 오름테라퓨틱의 핵심 파이프라인이 부러졌다는 것을 상장 주관사가 모를 리가 없다”며 “기업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었다면, 소위 개미들만 피눈물이 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속타는 투자자...VC업계 파장 일듯
오름테라퓨틱의 이번 임상 중단에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선 국내 벤처캐피탈(VC)들도 속이 타는 것은 마찬가지다.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의 누적투자금은 1296억원 이상이다.
오름테라퓨틱은 2016년 카이트창업가재단으로부터 10억원 규모의 시드(Seed) 투자유치를 시작으로 VC들로부터 자금을 대거 조달했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2017년 △KB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9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2019년 345억원 규모의 시리즈B, 2021년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으며, IPO 전인 2023년에는 260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오름테라퓨틱스에 투자한 VC는 앞서 언급한 하우스 외에도 △IMM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우리벤처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프리미어파트너스 △DS자산운용 △NH투자증권 등 국내 유력 하우스들이 모두 FI로 나섰다.
상장 이후 △KB인베스트먼트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NH투자증권 등 일부 VC가 장내 매도했으나, 일부에 지나지 않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투자한 하우스들의 보유 지분이 1년 보호예수가 걸려있다는 점이다. 주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려고해도 내년 2월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오름테라퓨틱이 혈액암 치료제 ORM-1153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했으나, 이미 신약 개발 플랫폼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름테라퓨틱이 회복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 만일 BMS나 버텍스가 인수한 파이프라인을 기술 반환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호예수가 풀리게 되면 VC들이 지분을 대거 매도할 가능성이 높아 오름테라퓨틱의 주가는 하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