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정권 관계없이 '주택공급' 계속돼야
과거 민주당 집권시 집값 상승
이재명, '규제 완화·공급' 강조
공급 부족시 집값 상승·불평등 초래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공급 부족’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단어였으며 정치권과 시장의 시각은 엇갈렸다. 문재인 정부 시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의 주택 공급량은 부족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공급은 충분하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시장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고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졌다. 정부가 공급 부족을 인정하지 않고 규제로 대응했을 때, 시장은 더 요동쳤다.
노무현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각종 규제를 도입했지만 공급 확대에는 미흡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공급 위축을 불렀고 그 사이 수요는 쌓였다. 집값은 두 배 넘게 올랐다. 공급을 막으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무주택자들의 기회는 줄어든다는 단순한 원리가 작동했을 뿐이다.
시간이 흘렀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여야가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어도 공급 부족 문제는 반복됐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존 당론과는 다른 방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좌파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공식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이 후보는 최근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상향하며 분담금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주택 100만호’와 같은 공공 중심 공급 방안은 뒤로 밀리고, 민간 중심의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 방안이 전면에 섰다. 그간 민주당이 보여온 기조와는 분명 다른 행보다. 그러나 시장을 생각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급 부족을 부인했고, 결과적으로 수요 억제에만 집중하다 시장을 잃었다.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해외의 시각도 같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주택 공급 부족은 집값 상승과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공급 확대가 시장 안정과 사회적 효율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해왔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공급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 공급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공급은 끊기지 않아야 한다. 공급이 멈추는 순간 시장은 다시 긴장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은 커진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비슷한 길목에 서 있다. 대선이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어떤 정당이 승리하든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공급만큼은 멈춰선 안 된다. 공급을 멈춘 정부마다 집값은 올랐고, 무주택자는 좌절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여유는 없다. 대선 공약과 정책은 정권마다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공급 확대라는 기본 원칙만큼은 정권의 색깔과 무관하게 유지돼야 한다.
공급 확대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고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추는 일이며 무주택자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다. 공급 없이는 또 시장에 질 뿐이다. 집을 가진 이들은 죄인이 아니고 집을 가지지 못한 이들은 반드시 주택 매입을 시도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선이 다가온다.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이 쏟아진다. 공급이 빠진 부동산 정책은 의미가 없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공급은 계속돼야 한다. 공급은 시장과 국민의 안정이다. 그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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