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받을 수 있어 非(비)임산부에게 마패가 된 ‘임산부배지'
보건소등에서 사실확인하고 배지 배포해야 불신해소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임산부인 직장인 A씨(31세)는 “임산부 배려석이 비워져 있을 때는 많지 않은데, 출퇴근 시간에는 특히 더 그렇다”며 “임산부 배지를 달고 배려석 앞에 섰을 때 ‘임신한척 하는 거 아니야?’는 소리를 듣고 나서 배려석 앞에 서기가 눈치 보인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인구절벽시대를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아직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현실이다.
2013년 서울시에서 도입해 확산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만들었지만, 배가 나오지 않은 초기 임산부는 이 좌석을 이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애초 비어있는 경우도 드물지만, 자리가 비어 않더라도 배가 나오지 않아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임산부 배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임산부 배지는 핑크색으로 ‘임산부 먼저’라는 글이 적혀있기 때문에 초기 임산부들이 가방에 달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 할 때 임산부 배려석에 눈치 보지 않고 앉을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이 ‘임산부 배지’가 아무나 받을 수 있다며, 커뮤니티에 글과 함께 인증샷들이 여럿 올라오며 임산부 배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커뮤니티 글에는 “지하철 역무실에 가면 임산부가 아니어도 임산부 배지를 받을 수 있다”며 “그거 받아 목에 걸고 지하철을 타면 마패처럼 사람들이 앉았다가도 일어나 양보해주기에 이득”이라고 올라와 있다.
이런 '얌체족'들이 생겨나면서 진짜 초기 임산부들이 양보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직장인 임산부들은 커뮤니티에 “배지를 달고 임산부 배려석 앞에 서 있어도 모른 척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하철에 타서 임산부 배지를 꺼내니 ‘앉고 싶어서 유난떤다’는 말을 들었다” 등의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임산부 배지가 임산부 확인 없이 쉽게 배포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임산부뿐 아니라 가족들이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 임신 확인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말했다.
도입한 임산부 배려석이 정말 임산부를 위한 좌석이 되게 하려면, 임산부를 위한 배지를 임신 확인을 받는 산부인과에서 배포하거나, 보건소 등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