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이재명의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1)] 안양 아파트 노동자 체납임금 해결의 3가지 시사점

민경식 기자 입력 : 2021.05.04 07:11 ㅣ 수정 : 2021.05.04 07:11

고효율 노동정책, 경기도가 5000만원 지원한 조직이 9배인 4억 6000만원의 체불임금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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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동시에 ‘제3의 노동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 배달노동자, 초단기계약직 노동자 등을 양산 중이다. 이들은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혹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이다. 가장 힘없는 노동자들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이들의 이익추구를 돕는 정책을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이라고 명명했다. 자력으로 이익단체를 결성할 힘도 구심점도 없는 새로운 노동계층이 ‘이해대변 조직’을 결성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대기업 산별노조가 자생적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은 실험적 노동정책이다. 그 실험의 현재와 가능성을 5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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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경기도 플랫폼 배달산업 종사자와의 사회적 대화 협약식을 갖고 있다. [사진=경기도]

 

[뉴스투데이=민경식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올해 들어 취약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1일 조직화 지원 대상 단체 5곳을 선정했다. (사)일하는 사람들의 생활공제회 좋은 이웃,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 센터, 경기지역대리운전 노동조합 등 지난해 지원했던 3곳에 라이더유니온 경기지부와 경기북부노동인권센터 등 2곳을 신규로 추가했다.

 

언론의 관심도는 떨어지는 편이지만,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지방자치단체가 노동자로서의 집단의식이 결핍된 사람들을 ‘취약노동자’라는 하나의 울타리 속에 모이도록 유도한다는 것 자체가 혁신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파트경비원, 미화원, 배달노동자 등은 조직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희박하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당면한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계약직인 그들이 개인자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면서 “조직화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안양과천의왕군포 비정규직센터’가 거둔 성과는 희망적인 사례이다. 이 센터는 지난해 9월 노동문제 실태 조사를 하던 중 안양지역 A아파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사실을 발견했다. 전·현직 아파트입주자 대표 및 관리소장간의 분쟁으로 인해 아파트 경비원 및 미화원의 임금지급이 지연되고 있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경비원 등은 코로나19까지 겹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관리사무소 측에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임금은 고사하고 불이익을 받을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전 입주자 대표가 현 입주자 대표에게 대표 도장을 넘기지 않아서 은행에서 출금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면서 “비정규직 센터장이 고용노동부, 경기도노동권익센터, 안양시, 은행 등을 뛰어다니면서 협조를 구한 끝에 해결됐다”고 말했다. 현 입주자대표가 은행 측에 임시 지급보증의 형식을 갖춤으로써 체불임금이 지급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비노동자 45명의 2개월치 임금, 미화원 24명의 1개월치 임금, 관리소 직원 21명의 1개월치 임금 등 90명의 임금 4억600만원이 추석 전에 극적으로 지불됐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A아파트의 신구 입주자 대표 간의 갈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3개월 혹은 1년 단기계약직인 A아파트 취약노동자들은 아직 임금체불의 위험에 놓여져 있고, 조직화를 통해서만 어려움을 공유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 센터의 성공사례는 3가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첫째, 흩어진 개인일 수밖에 없는 취약노동자들 어떤 형태로라도 ‘이해대변 조직’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안양의 A아파트 노동자 90명은 비정규직 센터의 도움이 없었다면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 채 추석을 보내야 했다.  

 

취약노동자 조직화 사업은 취약노동자가 자체적으로 권력을 키우기 이전에 지방정부가 인큐베이팅하는 전혀 새로운 모델이다. 4차산업혁명이 심화시키고 이는 '신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약한 개인들'이 결집할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해줘야 한다는 당위성이 확인 된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일 노동절에 페이스북에 올린 '땀의 실질가치가 보장되는 세상을 열어갑시다' 제하의 글에서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과 탈산소 산업 전환에 따른 대량실업 가능성, 플랫폼노동 및 특수고용 등 권리 사각지대에 놓인 미조직 노동자의 증가와 노동자 간 소득격차 확대 등의 구조적 난관앞에 있다"면서 "땀의 공정가치가 보장되는 사회를 반드시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취약노동자 조직화 사업은 경제학적으로 ‘고효율 노동정책’이라는 점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 센터에 지급한 지원금은 5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4억 6000만원의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했다. 경기도가 투자한 금액의 9배가 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셋째,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효과도 크다. 지난해 10월 체불임금을 받게 된 노동자 90명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뛰어준 비정규직 센터뿐만 아니라 은행 등 지역사회 기관과 현 입주자 대표 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당시 이재명 지사는 “아직은 미약한 성과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기운이 나는 것은 아파트 노동자 분들이 함께 힘써준 지역사회를 위해서 일할 의욕이 생겼다고 말씀 해주셨기 때문”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공정이 지닌 효용이자 가치가 아닐까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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