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의 사회적 소통 리더십 (1)] 대한상의 회장의 인스타그램에 담긴 정치경제학

박희중 입력 : 2021.08.28 07:48 ㅣ 수정 : 2021.08.28 08:42

대한상의 회장 취임 이후 시작한 인스타그램의 ‘사생활 드러내기’ 큰 반향 얻어/한국경제 이해관계자간 조율이라는 ‘거대담론’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지지획득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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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권력은 정치권력보다 대중과의 차단벽이 더 높고 두텁기 마련이다. 이는 오랜 세월동안 지속돼온 ‘관행적 사고’에 의한 차이이다. 관행적 사고에 따르면, 대의민주주의체제 속에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은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서 권력을 획득하기 때문에 벽을 쌓을수록 불리하다. 벽을 낮추고 수시로 쌍방향 소통을 해야 권력의 획득과 유지가 가능해진다. 반면에 대기업 총수의 적극적 소통은 경영리스크로 돌변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총수가 직접 대중과 쌍방향 소통을 한다고 해서 경영실적이 좋아진다는 법도 없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이런 관행적 사고를 파괴하고 사회적 소통의 리더십을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그 의미와 현주소 그리고 과제를 분석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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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내 유튜브의 행복정담 'SK와 인생' 코너에 출연해 SK하이닉스 2년차 직원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장기근속 직원을 대접하고 있다. 최 회장 에게 유튜브가 '사내 소통' 수단이었다면, 인스타그램은 '사회적  소통 창구'라는 의미를 갖는다. [사진=SK와 인생 동영상 캡처]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개월 전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국내 4대그룹 총수 중 처음이다. 유튜브 활동은 1년여 전부터 시작했다. 사내 채널의 행복정담 ‘SK와 인생’을 통해 요리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유튜브 이어 인스타그램 통한 일상의 공유는 ‘소통의 업그레이드’

 

최 회장이 유튜브에 이어 인스타그램이라는 SNS에 진출한 것은 소통의 업그레이드이다. 유튜브 촬영은 사내소통 수단의 성격이 강했다. 이에 비해 인스타그램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소통 창구이다. ‘사내 소통’에서 ‘사회적 소통’으로 확장 중인 셈이다. 

 

인스타그램은 젊은층의 소통수단이다. 각 개인의 일상성을 담은 대표적인 SNS이다. 그 본질은 사생활의 드러냄이다. 때문에 대중들이 열광한다.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리스크가 있다. 

 

최 회장 인스타그램의 특징은 ‘친근함’에 있다. 사용자 이름부터 친근하다. papatonybear(아빠토니곰)이다. 자신의 외모와 성정을 아빠곰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 회장의 인스타그램은 ‘친근한 드러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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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태원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7월 24일에는 욕실에 길게 늘어진 치실사진과 함께 막내 딸과의 사랑스러운 대화를 올렸다. 

 

 

“ 치실을 사용하는데 실을 좀 많이 길게 뽑아서 썼더니 막내가 옆에서 보다가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아빠 재벌이야?’

응? 어? 음.. 아니.. 아껴 쓸께” 

 

 

최 회장이 치실을 길게 뽑아썼다가 막내 딸에게 야단맞는 장면을 한편의 영상처럼 그렸다. 60대 최 회장이 어린 막내딸과 친구처럼 지내는 행복한 가정생활의 편린을 공유하면서 대중들은 미소를 머금게 된다. 한 팔로워는 “이 막내는 커서 치실회사를 삽니다”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지난 7월 27일에는 물냉면을 먹는 장면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사진과 함께 “찜통더위엔 냉면 한사발”이라고 적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명예회장은 “평양 옥류관서 먹을 땐 이런 표정 아니었는데 ㅎㅎㅎ 역시 집이”라고 코멘트했다. 소위 재벌총수들 간의 SNS소통도 일반 국민들의 방식과 비슷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 최태원 회장은 왜 ‘사생활 드러내기’를 선택했을까

 

최 회장은 왜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사생활을 드러내고 있을까. 본인이 그 의도를 설명한 적은 없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것과 인스타그램 개설은 상관관계가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직후에 인스타그램 활동을 시작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선출된 시기는 지난 3월 24일이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3개월 후인 지난 6월 24일 인스타그램에 처음으로 사진을 올렸다. 이후  2달 동안 19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우연이 아니다. 사회적 소통을 강화해 나간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선택으로 해석된다. 

 

대한상의는 대기업, 중소 및 중견기업 그리고 소상공인의 이익을 총합적으로 대변하는 경제단체이다. 그 회장은 그야말로 다양하고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이나 경총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최 회장이 4대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대기업의 이익이 아닌 한국경제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조율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통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최 회장도 취임 일성으로 ‘소통 확장’을 어젠다로 제시했다. 3월 24일 대한상의 회장에 선출된 직후 인사말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과 국가의제 해결에 경제단체들이 좀 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대한상의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최대한 수렴해서 구체적인 방법론들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3월 29일 ‘비대면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열린 대한상의 회장 취임식도 한국경제 이해관계자 24명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박병석 국회의장부터 소상공인, 취준생 등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사람들이 10분짜리 동영상에 의견을 담아 보내왔다 

 

취임식에 참여하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이 보내온 1천여건의 문자 바구니(Message Basket)도 공개됐다. 놀라운 것은 소통·상생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ESG나 제도혁신이 그 뒤를 이었다. 최 회장에게 ‘경청의 리더십’임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되는 자리였다. 

 

데이터랩 분석해보니...막내딸과의 일상을 공유했을 때 대중은 폭발적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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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데이터랩 캡처

 

최 회장의 사회적 소통 노력은 대중에게 어떤 반응을 낳았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뉴스투데이는 네이버 데이터랩을 활용했다. 최태원을 주제로 해서 소통, 쌍방향 소통, 이해관계자, 경청,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6개의 단어와 관련지어서 검색한 양을 측정했다. PC와 모바일을 활용해서 검색한 모든 성별과 연령층을 포함시켰다. 검색기간은 2020년 8월25일부터 2021년 8월 25일까지 1년 간이다. 

 

그 결과에 따르면, 최 회장의 소통노력은 가족과의 일상을 소재로 삼을 때 가장 큰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분석자료는 상대적인 수치를 표현한다.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가 100이다. 최 회장의 경우 100은 7월 25일이다. 이날은 막내딸에게 치실을 낭비한다고 야단맞았다는 사연을 7월 24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된 날이다. 

 

검색량(27)이 세 번째로 많았던 7월 13일은 최 회장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어린 시절에 찍은 흑백사진을 '#삼남매'라는 제목으로 올린 7월 10일의 사연이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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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스타그램 캡쳐]

 

검색량(33)이 두 번째로 많았던 7월 20일은 미국 출장 중이던 최 회장이 인스타그램에 “디씨의 만찬은 끝남과 동시에 배고프다”는 글과 현장 사진을 함께 올린 날이다.

 

미국식 공식만찬이 한국인에게는 풍족하지 않다는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내용이었다. 한 팔로워는 “회장님도 요플레 뚜껑을 핥아먹느냐”는 시의적절한 질문을 던졌고, 최 회장은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 한국경제 이해관계자 간의 조율이라는 거대담론에 대한 대중의 관심 이끌어내야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선출된 3월 24일과 비대면으로 취임식을 가진 3월 29일에는 상대적인 검색량이 0이다. 최태원과 연결지어 소통이나 경청과 같은 단어를 거의 검색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즉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한국경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통해 한국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거대담론을 제시할 때 한국의 대중은 반응하지 않았다. 반면에 사생활을 공개하면서 ‘인간 최태원’을 드러냈을 때 대중의 관심은 폭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 회장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취지에 제대로 부합하지 않는 부조리이다.

 

그 책임은 대중에게만 있지 않다. 한국언론의 '경박함' 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 회장의 사생활 드러내기에 대해서 언론매체들은 뉴스를 쏟아냈지만, 대한상의 회장으로서의 거대담론에 대한 보도는 드물었다.

 

사생활에 대한 관심을 촉매제로 삼아 거대담론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최 회장이 추구하는 사회적 소통의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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