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영 연세대 교수 "PBR 1미만 기업, 전체 절반 넘어...밸류업 위한 연기금 역할 중요"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정삼영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 PBR이 1미만인 기업들이 50%가 넘는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PBR 1미만인 기업이 5% 미만인데 비해 10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정 교수는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밸류업과 ESG, 금융산업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ESG 금융포럼 2024' 종합토론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종합토론 사회를 맡은 정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PBR이 1.3~1.4 정도 된다"며 "삼성전자와 국제사회에서 계속 겨루고 있는 대만의 TSMC(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가 PBR이 6.5정도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TSMC가 원래 3년 전에 9정도 되다가 매년 1정도씩 떨어져서 지금 6.5선에서 유지가 되고 있다. 애플은 PBR이 46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대표 기업 현대자동차의 PBR은 0.5정도 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PBR이 왜 이렇게 낮은가에 대해 고민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건지 아니면 저평가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지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한다면 학자들이 하는 얘기처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우리나라 기업 중에 PBR이 1미만인 기업들이 50%를 넘는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2017년 박근혜 정권에서 아베 노믹스를 비슷하게 따라가는 식으로 해서 초이노믹스라고 있었다. 최경환 노믹스에서 내세웠던 게 기업 소득 환류 세제라고 있었다"며 "기업의 잉여금 중에 임금 인상이나 고용 혹은 배당에 쓰지 않는 나머지 잉여금들의 세제를 매기겠다 해서 추진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흐지부지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지금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온 지 4개월이 됐다. 총선 이후에 관련된 입법, 어제 오늘은 공매도 얘기도 나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공매도를 재개할까 말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금투세 폐지 이제 진짜로 될까 등 걱정이 많다"며 토론 패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이와 함께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금 국민연금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에 배정된 규모가 13% 정도 된다. 국내 주식에 국민연금이 중단기 자산 배분 계획을 5년 시계를 두고 매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서 가장 건드리지 못하게 딱 돼 있는 게 정책 제한 조건으로 결정돼 있는 자산군이 국내 주식"이라며 "13%는 미리 빼놓고 나머지 87%를 가지고 국내 채권, 해외 주식, 해외 채권, 대체 투자로 분배를 한다는 것은 운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매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금 투자정책자문위원회 차원뿐만이 아니라 여기 나와 계신 전문가 여러분들도 그런 것들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국민연금뿐만이 아니라 오늘 논의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도 있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고 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또 연기금의 역할이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 연기금이 소위 얘기하는 큰 손 중에 큰 손이다. 어떻게 하면 연기금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드라이브를 거는데 일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도 큰 과제인 것 같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뉴스투데이와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공동주최로 열렸다.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을 앞두고 ESG 전략과 금융시장 과제 등을 진단한 이날 포럼에서는 황창기 한국거래소 밸류업제도 팀장이 ‘기업가치제고 계획 가이드라인과 기업지배구조’,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 향후의 쟁점과 과제’, 빈기범 명지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금융산업의 의의와 장기적 지향점’에 대한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종합토론은 정 교수 사회로 주제발표에 참여했던 황창기 팀장, 이상호 연구위원, 빈기섬 교수와 ESG 평가 및 투자자문가인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