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쇼크 ③] 이스라엘-이란 휴전합의에 국제유가 급락, 최악 시나리오 모면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6.25 01:30 ㅣ 수정 : 2025.06.26 07:12

이스라엘과 이란 간 극적 휴전 합의 소식에 국제유가 연이틀 큰 폭으로 하락, 미국도 대이란 제재 완화 움직임 보이며 중동위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듯, 하지만 향후 돌발변수 발생시 중동위기 언제든 재발될 가능성 배제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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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이란 핵시설 공습 명령은 중동 정세를 순식간에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예방적 자위권’을 명분으로 나탄즈와 포르도 등 이란 핵심 시설을 타격한 이번 공습은, 단순한 군사행동을 넘어 페르시아만 전체에 전운을 드리우고 있다. 이란은 즉각 반격 의지를 밝히며 시리아·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경고했고,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미국 동맹국들도 긴급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트럼프의 기습명령’이 촉발한 위기의 전개 양상과 호르무즈 해협 위기, 국제 유가 급등, 그리고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칠 충격파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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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고, 미국도 여기에 발맞춰 대이란 제재를 완화할 것이란 소식으로 유가가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지시간 24일 오전 2시 기준 미국 서부텍사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3.94% 하락한 배럴당 65.81달러에 거래됐고, 같은 시간 브렌트유 선물도 전날보다 3.57% 떨어져 배럴당 68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극적인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진 첫 날 7% 하락한데 이어 이날은 5% 급락했다.

 

뉴욕증시도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개장초 전 거래일보다 1.02% 상승했고,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0.9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고조의 갈등으로 치닫던 중동 위기가 양측의 극적인 봉합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그렇다고 에너지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기습공격은 단순한 전술적 타격이 아니라, 세계정세의 균형추 자체를 흔드는 중대한 분기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미군 기지 인근에서 자폭 드론과 로켓 공격이 감행되었다고 발표하며 “공습 이후의 직접적 반격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란은 공식적으로 공격을 인정하진 않았지만, IRGC(혁명수비대) 대변인은 “중동의 불청객(미군)에 대한 계산된 복수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홍해 상선 공격 재개를 선언했고,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서 박격포 공격을 단행했다. 이스라엘을 비롯해, 사우디, 바레인, UAE는 방공 태세 격상을 선언하며 미군과의 공조 체제를 재확인했다. 이는 중동 지역의 사일로형 갈등이 ‘연결형 전선’으로 전환되는 조짐이라는 분석이다.

 

중동위기 와중에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혔던 호르무즈 해협 마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휴전이 깨지거나 추후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이란은 언제든지 호르무즈 봉쇄 카드를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이란은 과거 위기 때마다 해협 통제권을 무기 삼아왔다.

 

양측의 휴전 합의로 국제유가는 모처럼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갈등이 재점화되고 중동산 원유 수급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단기간에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앞서 “지속적 군사 충돌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에너지 비용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동 위기는 이미 취약한 글로벌 공급망에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석유·가스, 희토류, 비료, 플라스틱 원료 등 석유기반 소재 산업의 단가 급등이 예상되며, 이는 소비재·식품·운송 등 산업 전반의 비용 압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중동 리스크 대응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검토중이며, 일본과 한국은 각각 에너지 수입선 재조정 검토 및 전략 비축 확대에 들어갔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친서방 자원 블록’ 형성을 제안했으며, 이는 자칫하면 탈글로벌화 혹은 블록화된 경제 질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동 지정학 연구기관인 워싱턴 인스티튜트의 마이클 싱 중동 정책국장은 “이번 사태는 2020년대 초반 지정학 판도를 단숨에 바꿀 변수”라며 “국제무대의 동맹·공급망·에너지 질서를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프랑스 IFRI(국제관계연구소) 소속 전략전문가 안느 샤를로트 메종은 “이란은 과거와 달리 무력 보복보다 '경제적 피로 누적전'에 더 능숙한 전략을 쓸 것”이라며 “지속적 소모전이 서방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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