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륜주 기자 입력 : 2023.04.23 05:00 ㅣ 수정 : 2023.04.23 05:00
한국형 LNG화물창 기술 취약해 향후 보완 시급 선박 원천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 대폭 늘려야
[사진=Freepik]
[뉴스투데이=강륜주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친환경·디지털 시대를 맞아 선박 설계와 개발 과정에 인공지능(AI), 자동화 등 디지털 생산체계를 접목시킨 '스마트 조선소'와 선박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선박 시장에서 31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65척)를 수주해 시장점유율 44%로 1분기 선박 수주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259만CGT(110척)로 시장점유율 37%를 차지한 중국이 차지했다.
현재 국내 조선업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해 중국과의 격차를 넓히고 있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조선업계 수주량이 중국을 크게 앞지른 것도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계는 글로벌 LNG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LNG 운반선 건조를 대폭 확대해 한국과의 수주량 차이를 좁히고 있다.
프랑스 선급인증 GTT는 멤브레인(선체와 화물창이 일체화된 형태) LNG화물창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GTT는 지난해 중국 주요 조선소 양쯔강조선과 장쑤조선에 멤브레인 화물창 면허를 발급한 바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중국에서 대형 LNG선을 지을 수 있는 조선사가 늘어나 중국이 연간 최대 30척 가량을 생산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가 저가 수주로 이어지는 중국의 압박을 이겨내려면 선박 건조 역량 뿐만 아니라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SK세레니티 [사진=삼성중공업]
■ 한국형 LNG 화물창 기술 어디까지 왔나
한국형 LNG화물창 기술 전망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한국가스공사는 2004년부터 10년 동안 국내 최초로 LNG선 화물창 기술 KC-1을 개발했다. 국내 원유 수송 업체 SK해운은 KC-1 기술을 적용한 운영선사로 뽑혔다. SK해운은 삼성중공업에 발주해 SK세레니티, SK스피카 등 LNG선 2척을 건조한후 각각 2018년 2월, 2018년 3월에 인도받았다.
그러나 KC-1를 적용한 LNG선은 실패작이었다.
최초 KC-1 적용선 SK세레니티는 첫 LNG 운송을 하는 도중 보냉기능 등에서 문제가 발생해 운송을 포기했다. 화물창 내 초저온 상태의 LNG로 선체 온도가 정상 기준보다 낮아지는 ‘콜드스팟(Cold spot)’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콜드스팟은 선체 강도를 약화시켜 자칫 침몰을 일으킬 수도 있다.
SK세레니티는 바로 보수작업에 들어갔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실제 화물을 운송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SK스피카도 지금까지 화물을 제대로 나르지 못한 상태다. 결국 선박 2척이 5년째 보수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멤브레인형 기술에 기반해 ‘하이멕스(HiMEX)’라는 독자 화물창을 개발해 운항 도중 자연 기화되는 가스를 다시 연료로 활용하는 이중연료추진시스템을 개발해 LNG 선박 관련 기술 개발에 힘썼다.
하지만 아직 하이멕스를 실제 선박에 적용한 사례는 없다. 선박 1척 건조가격이 2억5000만달러(약 3243억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 선박에 신기술을 적용하려는 선주사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화물창을 실제 선박에 적용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선사는 LNG선 건조시장에서 오랜 기간 검증된 GTT모델을 선호한다. 또한 여러 선박 기자재 관련 기술을 지닌 GTT 영향력 때문에 국내 조선 3사가 독자개발한 화물창이 판매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조선사는 멤브레인 방식을 사용하는 GTT에 LNG선 건조 계약을 맺고 있지만 LNG선 가격의 5%인 약 100억원의 특허사용료(로얄티)를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로얄티에 부담을 덜고 GTT 의존도를 줄이려면 국내 조선사는 한국형 LNG화물창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는 한국형 LNG화물창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와 KC-1 문제점을 보완해 KC-2 개발·상용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3사가 자체 개발한 LNG화물창 기술이 외국업체와 비교할 때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며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미비점을 보완하면 상용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조선3사, 스마트 조선소로 진화해 선두자리 지켜
HD한국조선해양은 선박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작업 관리 효율성을 개선하는 ‘FO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FOS(Future of Shipyard)는 디지털 기반 조선 미래전략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는 2030년까지 ‘스마트 조선소’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AI(인공지능) 기반 챗봇 ‘SBOT’을 개발해 스마트 혁신을 꾀하고 있다. SBOT은 사용자가 질문하면 AI가 그 의미를 분석해 사내 여러 시스템에 축적된 설계 노하우, 각종 규정 및 계약 정보 등을 찾아내 최적의 답변을 제공한다.
로보틱 처리 자동화(RPA)와 연동해 반복업무를 간단한 명령어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 기능도 포함돼 작업 시작 전에 처리해야 할 사항(리드타임) 단축과 품질 향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견적부터 제품 인도까지 선박 건조 과정(EPC)에서 생성되는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데이터 기반 통합모니터링 시스템(SYARD)'을 개발했다.
SYARD는 기존 개별적으로 관리되던 방대한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사물인터넷(IoT), AI 기술 등을 활용해 빅데이터화 하고 분석한 정보를 시각화해 실시간 제공할 수 있는 첨단 경영관리 시스템이다. SYARD는 데이터에 기반한 최적의 의사결정이 가능해 인력, 자재, 에너지 등 경영 자원의 효율적 관리, 리드타임 단축은 물론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제거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스마트혁신 목표는 AI·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스마트 조선소 완성"이라며 "설계, 생산, 구매, 지원 등 모든 부문 업무의 스마트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질세라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 거제도 옥포 조선소에 디지털 생산센터를 개소해 실시간으로 건조 블록 위치를 추적하거나 상태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선박 생산에 접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체 연구 단지인 경기 시흥R&D(연구개발)캠퍼스에 ‘전동화 육상시험시설’을 구축했다. 이 시설은 실제 선박과 함정의 추진시스템을 본떠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전기 추진 시스템을 포함한 전동화 핵심 기술 개발을 구체화하고 대형 선박과 함정 분야를 아우르는 차세대 친환경 연료와 스마트십 기술 개발 토대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가 만들어지면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해 공정 지연과 재고 발생을 줄일 수 있다.
2023년 친환경선박 개발 시행계획 주요 내용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산업통상자원부, 기술지원 나서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지난 2월 국내 조선해양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선해양 분야에 연구개발(R&D)비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산업부는 올해 조선 해양산업 기술개발에 137억원을, 친환경선박전주기 핵심기술개발사업에 143억원을, 선박해양의장설계 디지털전환 핵심 기술개발에 25억원을, 선박 소부재 생산지능화 혁신개발사업에 32억원의 예산을 각각 지원한다.
또한 산업부는 미래 선박시장의 기술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해 수소·암모니아 선박 엔진 개발과 전기 선박 추진기 개발 등에 관련된 예산을 대폭 늘렸다.
분야별로는 미래 친환경선박 세계 선도 기술확보(722억원), 기술 확산을 위한 시험기반 구축(319억원), 한국형 실증 프로젝트(그린쉽-K) 추진(350억원), 전문인력 양성(63억원) 등 4개 분야에 걸쳐 73개 과제를 추진한다.
이 가운데 기술 검증을 위해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저탄소·무탄소선박 시험 평가 방법개발 등 시험과 검사기준 개발에 110억원을 지원한다.
또한 수소 추진선과 LNG화물창 단열시스템 등에 대한 시험과 평가 시설구축에 209억원을 투입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래 선박시장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범에 따라 친환경선박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미래 선박 시장 선점과 관련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내 조선사업이 경쟁력과 기술력을 높이는데 정책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