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스토리] 동성제약, ‘외삼촌 vs 조카’ 경영권 전쟁…“피해는 주주와 직원들의 몫”
이양구 회장 지난해 경영 이해할 수 없는 경영 은퇴
지분 15%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해 우호 지분 확보
나원균 대표 자사주 7% 사모펀드에 넘기며 방어 채비
자금난에 빠진 동성제약 구제는 뒷전인 오너 일가
7일 동성제약 기업 파산 신청하며 회생 절차 밟아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동성제약 오너일가의 경영권 싸움이 발발했다. 자금난으로 종업원의 급여까지 지연 지급했던 기업에서 경영권 싸움이 발발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영권 싸움은 오너 2세 이양구 동성제약 회장이 먼저 시작했다. 동성제약의 재무 안정성과 기업 쇄신을 위해 조카(누나의 아들) 나원균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겼는데 오히려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동성제약 지분 14.12%를 마케팅 기업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120억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할인된 가격으로 이 회장이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회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년 후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이 포함돼 낮은 가격에 매각했다”라면서 “브랜드리팩토링은 일종의 특수목적법인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경영권 전쟁이 발발로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 회장의 우호 지분은 18.93%이다. △이 전 회장 3.31% △브랜드리팩터링 14.12% △이용훈 1.26%(장남) △이용준 0.12%(차남) △김주현 0.12%(배우자) 등이 이 회장의 우호 지분이다. 특히 이 회장은 오랫동안 동성제약을 경영했기 때문에 다수의 소액주주들을 우호 지분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나 대표는 올해 39세로 지난 2019년 동성제약에 입사해 지난해 10월 대표이사 직에 앉았다. 지난해 동성제약은 매출 884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하며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에 나 대표는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월 2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은 “나 대표가 금리가 좋지 않은 조건으로 CB를 발행해 동성제약의 재무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나 대표는 경영권 싸움을 대비하기 위해 사모펀드에 자사주 7.13%를 넘기며 우호 지분으로 확보했다. 나 대표는 동성제약 지분 4.09%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친 이경희 씨도 1.55% 갖고 있다. 나 대표의 우호 지분은 12.77%에 달한다. 현재로선 나 대표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권 싸움은 이미 예고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62세의 나이로 자금난 돌파와 기업 쇄신의 이유로 경영권에서 물러났다. 일반 사원이라면 은퇴해야 할 나이지만, 오너로써는 이른 나이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장남인 이용훈 씨가 현재 31세임을 고려하면 경영 수업을 위해 이 회장이 더 버터줘야 된다. 특히 매출 5000억원 미만 제약사의 경우 가업 상속 공제 제도를 통해 별도의 세금 없이 지분을 물려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서는 안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 회장은 경영에서 돌연 물러났다.
동성제악은 한 때 시총 1조원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지난 7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회생 절차를 밟는 처지가 됐다. 이 같은 상황에 오너 일가가 똘똘 뭉쳐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데 동성제약이라는 기업을 볼모로 경영권 싸움을 하고 있다.
이동한 민생연대 전문위원(경제학박사)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경영권 분쟁은 그 어떤 목적을 추구하고 있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경영권 분쟁의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대주주 외에도 소액주주, 직원들, 관련 업체 종사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업자에게는 기업을 매각하고 승계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이를 시행하는데 있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을 논의해야 된다”라면서 “기업은 주주뿐만이 아니라 직원과 고객, 지역사회,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서로 연결된 생명과도 같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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