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장] 변도연 “닥종이 인형, ‘인형’아닌 ‘작품’으로도 봐주길”

강이슬 기자 입력 : 2013.10.30 08:02 ㅣ 수정 : 2014.02.0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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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아직도 닥종이 인형 공예를 ‘인형’으로만 보고, ‘작품’으로 보는 시선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 인형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많이 이해해줘야 하는데, 그 과정을 궁금해 하지도 않고, 이해해주지도 않은 채 그저 인형으로만 보는 시선들이 안타까워요.”
 
손재주가 좋아 어린 시절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던 변도연은 20살이 되어 대학생이 되자 본격적으로 다양한 생활 공예를 찾아다니며 배우기 시작했다. 꽃꽂이, 한지공예 등 손으로 만다는 것은 뭐든 좋았다고.
 
부모님의 반대로 공예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진 않았지만, 그녀는 취미로 다양한 공예를 끊임없이 배워왔다. 말 그대로 ‘좋아서’ 계속 한 것이다.
 
큰 꿈을 안고 시작한 여행사가 IMF를 겪으면 좌절하게 되자, 그녀는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리라 결심한다. 그렇게 그녀는 조금 늦었지만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바로 공예인으로 말이다.
 
“사업을 접고 공예활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내가 작가로서 어떤 작품을 할 것인가 고민할 때 ‘한지’를 선택하게 됐어요. 어린 시절 이웃집에 살던 어르신에게 한지를 배울 때 한지가 주는 오묘한 매력에 빠졌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다양한 것을 창작해 낼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느꼈죠.”
 
그렇게 한지공예를 시작했다. 한지공예를 배우던 변도연은 돌연 닥종이 인형에 빠졌다. 어떤 사연이었을까? 창덕궁 성벽을 따라 자리 잡고 있는 고즈넉한 한옥에서 그녀의 닥종이 인형 공예 이야기를 듣고 왔다.
 
▲ 변도연 [사진=양문숙 기자]

■ 변도연과 닥종이 인형이 만났을 때
 
- 닥종이 인형과의 첫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닥종이 인형과의 인연은 인사동 전시장에서였어요. 우연히 인사동 전시장에서 젊은 작가의 닥종이 인형 전시를 보게 됐어요. 보는 순간 가슴에 딱 닿았어요. 살포시 웃고 있는 인형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아, 닥종이 인형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그냥 바로 들었어요.”
 
“전시장에서 도록을 가져와 작가에게 무작정 연락을 했죠. 그랬더니 그 작가가 군포에서 주3회 수업을 하는데 그 시간이 저랑 안 맞아서 배울 수가 없었어요. 순간 가슴에 와 닿았던 작품이었기에 꼭 그 작가에게 배워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었죠. 그 뒤로 닥종이 인형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바로 찾아보았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닥종이인형작가로 활동하는 분도 많지 않고, 교육하는 곳도 흔치 않았는데 발표된 작품들을 보고 그중 표정이 섬세하고 표현이 남다른 선생님을 교실을 찾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 때 제 스승이신 박순애 선생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탁월한 선택이고 행운 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 그렇게 닥종이 공예를 시작한지가 얼마나 됐나요.
 
“닥종이 공예를 작업한지는 15년 정도 됐네요.”
 
- 닥종이공예도 한지공예에 속하죠?
 
“네. 한지공예에요. 닥종이가 한지의 다른 이름이에요. 닥나무로 한지를 만들기 때문에 이를 닥종이라 하거든요. 한지공예 분야에는 만드는 기법에 따라  ‘지호공예’ ‘지승공예’ ‘지장공예’ ‘전지공예’ ‘색지공예’ ‘지화(紙花)공예’ ‘닥종이인형’ ‘후지공예’ ‘줌치공예’로 세분화 되어 있습니다. 한지공예 작가라면 이런 부문들을 모두 배워야 하는데 대부분 한 분야만 공부하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 또한 닥종이인형 작가로 활동하지만 한지공예의 다양한 종목들을 모두 공부했습니다.”
 
- 염색도 배우셨던데, 닥종이 인형 공예를 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염색도 필요해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색한지는 화학 염색지로 대중적으로 흔한 색들이라 저만의 독창적인 색을 갖기 위해서는 직접 염색하여 색을 입혀 사용해야 하거든요. 특히 한지는 천연 염색을 하면 은은한 색감을 갖게 되는데 작은 차이에도 다양한 색이 발색되어 나만의 독특한 색으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공예라는 분야가 다른 분야를 공부하여 접목하면 새롭고 흥미로운 창작품을 만들어 낼 수가 있어요. 그래서 가능한 많은 분야를 공부할 필요성이 있죠.” 
  
- 앞으로 더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습니까.
 
“전통분야에서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아요. 매듭도 배우고 싶고, 민화도 배우고 싶고.(웃음) 일단은 제 작품과 접목이 가능한 것은 무조건 배우고 싶고, 접목이 불가능한 것은 전통에 대해 많이 알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배우고 싶은 거죠.”
 
“현재는 옻칠을 배우고 있어요. 제가 지금 개인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것 중에 우리나라 전승적인 부분에 ‘지불
( 紙佛 ) ’을 연구하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작을 시작하고 있어요. 지불은 한지로 만든 불상인데 지금은 많이 사라졌죠.  우리나라에 지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 박물관 및 사찰 등 27여 군데 정도밖에 없습니다. 지불 작업을 하는 분도 많지 않아요. 사라져가는 유물 중 하나가 되어버린 지불을 재현해보고자 시작한 작업입니다. 이런 지불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옻칠이거든요. 특히 옻칠에서도 건칠기법을 배워야 할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옻칠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 전통 공예분야가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적어도 10년 이상은 지속적으로 할 생각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거든요. 옻칠 공부를 시작한지 1~2년 밖에 안됐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공부할 예정입니다.” 
 
▲ 변도연 [사진=양문숙 기자]

■ 다작을 꿈꾸다
 
- 평소 작업량은 얼마나 되나요?
 
“특별한 작업이나 강의가 없으면 보통 하루에 12시간은 계속해서 하는 것 같아요. 저희 작업이 한 번 시작하면 기본 6시간 정도를 하니까요.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 작업을 하다보면 시간이 가는지도 몰라요. 밤새는 경우는 뭐 대다수고요. 나이가 드니 요즘엔 밤샘이 힘들긴 힘들더라고요.(웃음) ”
 
- 주로 어떤 작품을 만드시나요?
 
“작품은 주로 다양하게 작업하는 편입니다. 순간순간 작품 구상이 될 때마다 메모하고 스케치해두었다 선별하여 작업을 시작하죠. 그러다 보니 작품으로 탄생되지 못한 기본 스케치들이 정말 많아요. 작업하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시간이 모두를 허락하지는 않죠. 제 작업이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많은 시간과 작업을 요하다보니 열심히 작업해도 완성되는 작품 수가 많지 않아요. 가끔 스케치한 것들을 보다보면 이것 먼저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정말 작의 욕심이 발동하죠.(웃음)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작업을 해 나가면서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해요. 작품 하나하나마다 따뜻한 마음이 피어나고 생명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거든요.”
 
“의도한 표정이 나오지 않을 때는 고통스러운 진통도 겪지만 작업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해요. 이 외에 콜라보레이션 또는 초대 기획전에는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요. 요즈음도 11월에 전통 한복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전시가 있어 우리 풍속화를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전체적인 구도와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의상 표현이 더 중요한 작업이죠. 가급적 고증된 의상을 한지로 구체적인 표현을 주기 위해 신윤복과 김홍도의 작품 해설집까지 판독하며, 작품 표현에 온힘을 다하고 있죠. 전시일자가 가까워지니 바쁜 마음과 긴장감이 마치 홍역을 치르고 있는듯해요.”
 
“제 작업은 크게 나누면 창작품과 우리의 문화를 주제로 한 작품, 유물재현 작품으로 나눌 수 있어요. 해외 초대전인 경우 인형 컨퍼런스나 인형작가 협력전시인 경우는 창작품으로 한지의 독창성을 강조하지만 그 외에는 우리 전통 문화를 보여주는 작품을 주로 선보입니다. 닥종이 인형 작품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보여주고 이해를 돕는 거지요. 해외 전시를 위해 현재 작업하고 있는 것은 ‘시집가는 날’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전통 혼례식 과정을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하는 작품입니다. 작년 해외 전시 때 선을 보였는데 흥미롭게 관심을 갖는 관람객들이 많았고 우리의 전통 혼례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이 많아 작품을 좀 더 구체적인 현장 모습으로 보강하고 있죠. 간단한 혼례식 장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럭 아범과 오는 신랑 모습부터 시작하여 초례청, 초야의 모습, 시집으로 가는 장면까지 혼례의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거죠. 초례상의 상차림부터 전통에 기반해 완벽하게 재현하려고 하고 있어요.”
 
- 닥종이 인형 전시를 개최하면 판매는 어느 정도 되나요?
 
“주로 소수 마니아층이 구매 하거나, 외국인 관광객이 사는 경우가 있지만, 거의 판매되지 않죠. 아직도 닥종이 인형 공예를 ‘인형’으로만 보고, ‘작품’으로 보는 시선이 부족한 것 같아요. 닥종이 인형 공예에도 ‘공예’를 빼고 말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 그럼 주요 수입원은 무엇인가요.
 
“박물관이나 과학관에서 닥종이 작품 의뢰가 들어오곤 해요. 그건 사실 작품이라기보다는 재현을 하는 거죠. 작품이 판매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그런 의뢰가 들어오면 닥종이 공예 하는 사람에게 큰 수입원이 되는 거죠. 그런 작품은 혼자는 못 하고, 협회 사람들끼리 여러 명이 뭉쳐서 작업을 하죠. 아마 혼자하려면 몇 년을 걸릴걸요?(웃음)”
▲ 변도연 [사진=양문숙 기자]
 
■ 닥종이 인형을 배우고 싶으십니까?
 
- 닥종이 인형을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나요?
 
“인형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긴 한데, 인내심을 갖고 하는 분들은 많지가 않아요. 중간에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초보자가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3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앞선 마음만큼 완성도가 빠르지 않다보니 흥미가 떨어지는 거죠. 인형의 예쁜 모습만 보고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는 과정의 어려움과 인내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 지금 가르치고 있는 제자들 연령층은 다양한가요?
 
“그럼요. 연령제한을 따로 두지 않으니까요. 나이 지긋하신 분부터 고등학생 까지 다양합니다.”
 
- 닥종이 인형 공예를 배우기 가장 제격인 연령층이 있을까요?
 
“어르신들은 이해력이 빨라서 좋고, 어린 친구들은 손이 빨라서 좋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에요. 하고자 하는 마음, ‘열정’이 가장 중요하죠. 열정이 있으면 마음처럼 작업이 되지 않아 어려움과 좌절이 부딪쳐도 그 순간들을 잘 극복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열정이 없으면, 금방 포기를 해버려요. 당연히 거기에 타고난 손재주가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손재주는 열정 다음에 문제에요. 손재주가 없으면 타인보다 조금 느릴 뿐이지 기본적인 과정만 지나면 차이가 없어요. 공예분야도 숙련이에요.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많이 작업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거죠.”
  
- 닥종이 공예를 하면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조금 전에 말했던 ‘열정’과 ‘인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꼽자면 관찰력이 정말 중요해요.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작품에 담기 위해서는 많은 표정과 모습을 표현 할 줄 알아야 하거든요. 창작하고자 하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변 사물이나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도 무심히 넘기지 않고 관찰하는 습관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다른 분야의 작품 관람도 좋은 공부가 되요.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색채 공부도 자연스럽게 되죠. 닥종이 인형을 작업하는데 색채 부분도 아주 중요하거든요.  교육과정 중 제자들이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이 인형의 옷감(한지)선택입니다. 물론 색에 대한 고민이죠. 이런 부분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작품들을 감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터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기적인 전시장 방문을 권유하고 있어요.”
  
- 닥종이 인형 공예, 앞으로의 전망을 예측해본다면.
 
“전망은 두 가지로 볼 수가 있겠죠? 상업적이냐 아님 작가로서의 예술성이냐. 전문적인 작가는 말 그대로 본인이 좋아서 창작을 위주로 하는 분야이고, 상업적인 분야는 인형 제작 의뢰를 받아서 상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는 분야죠. 상업적으로 본다면 그 중에서도 콘텐츠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전망은 매우 밝죠. 캐릭터 산업이 커나가고 있어서 닥종이 인형과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참 많거든요. 어린이 동화책에 그림 대신 닥종이 인형으로 대체하기도 하잖아요? 디지털 시대의 젊은 친구들이 아날로그적인 닥종이 인형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목을 시킨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닥종이 인형도 권해드리고 싶어요.”
 
▲ 변도연 [사진=양문숙 기자]

■ 한옥마을서 전통공예 배우세요!
 
북촌 한옥에 살고 있는 변도연은 북촌한옥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공예인들의 모임 ‘북촌공예협의회’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다. 또한 그의 공방은 ‘지형공방 홍벽헌’이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 고즈넉한 한옥에서 거주하셔서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공방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다 그렇게 말씀하셔요. 한옥에서 산다는 것이 좋은 점도 많지만 불편한 점도 많아요.(웃음) 이곳 한옥마을은 관광객들이 오지 않는 시간에는 정말 조용해요. 그러나 단체나 학생들이 오면 시끌벅적하죠. 겨울에 너무 추워요. 그래도 버텨야죠.(웃음)”
 
- 북촌공예협의회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북촌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다양한 전통공예 장인들이 모인 단체에요. 약 30여 명이 함께 있어요. 옛날의 북촌은 궁궐의 경공방들이 운영되었던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전통 공예의 맥을 전승하며, 국내외 많은 방문객들에게 우리의 아름답고 훌륭한 전통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또한 다양한 전통 공예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 해 볼 수 있는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을 운영하며 학생 및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어요.”
  
- 주로 어떤 사람들이 체험하러 오나요?
  
“가족 및 학생 단체, 외국인 관광객, 기업 바이어 등 다양한 분들이 방문 또는 예약으로 신청합니다. 꼭 체험을 목적으로 오는 분도 있지만 한옥을 관람하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도 많아요.”
  
- 체험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까.
 
“북촌 전통공예 체험관은 요일별 3종목으로 진행되며, 체험객이 짧은 시간에 완성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요. 닥종이 인형의 경우도 미리 한지로 만든 몸체를 준비하고 옷과 표정을 지기접 표현해 볼 수 있도록 하죠. 이렇게 체험을 한 번 해보면 기본적으로 닥종이 공예를 하는데 사용하는 기법 5~6가지는 경험을 하는 거죠. 인기가 좋아요.”
  
- 다수의 인원과 한꺼번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힘드시겠어요.
 
“정신없을 때가 많죠.(웃음) 어제 100명 단체 체험단을 받았어요. 견본품으로 인형 4개를 진열해놨는데, 체험 끝나고 보니 한복 입혀놓은 인형 2개가 없더라고요. 100명이 동시에 진행하니까 각자 만드는 것 돌보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누군가 가져간 거죠. 속상하네요. 그래도 끝나고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 변도연 [사진=양문숙 기자]
■ 닥종이 인형 공예가로 살아가기
 
- 닥종이 인형 공예만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매력이 굉장히 많아요. 가장 큰 매력은 내가 원하는 표정과 감정을 담아서 또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아서, 매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느끼는 희열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닥종이 인형을 하면서 가장 큰 만족감은 바로 그 희열감이죠.”
 
“또 전시장에서 작품을 선보였을 때 제 작품을 본 관람객이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를 그대로 보고 느꼈을 때는 그 희열감이 배가 되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작품을 보고도 평가가 다 다르잖아요. 그런데 가끔 공감되는 평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땐 특히나 기쁘죠.”
 
- 닥종이 공예를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나요?
 
“사실 작품 때문에 힘든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굳이 뽑자면 짧은 시간에 작품이 나오지 않으니 계획한 작품을 다 하지 못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괴로워요. 그리고 교육이나 체험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작품에만 온전히 시간을 쓸 수 없다는 것도 조금은 아쉽고요. 교육이나 체험을 할 때 딱 그 시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하잖아요. 그러니 그 만큼 작품 시간이 줄어드는 거죠. 온 종일 작업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제자를 양성하는 것에 의미가 있어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작업시간이 줄어드니 외부활동을 좀 줄였으면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있는 거죠.”
 
“결론적으로 저는 지금까지 닥종이 공예를 해오면서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아직도 아쉬운 부분은 이것만 하고 싶다는 거죠.(웃음)”
 
- 외부활동을 줄이고 싶다는 바람과는 달리 한국닥종이협회에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닥종이 인형 작가들간 상호 정보 교류와 창조적 연구 활동을 하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작가들과 5년 전 발족시켰습니다. 동안 6회의 회원전을 하였고, 닥종이인형 작가를 양성하는 교육과 양로원의 정기적인 프로그램 봉사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우리 분야를 많이 알리고 활동 하기위해서는 협회도 필요하고, 협업도 필요한 거죠.”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전시는 늘 꾸준하게 있고, 2014년이나 2015년에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전승 작업으로 지불작업도 계속 할 거예요. 1, 2년 한다고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하면서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고, 완성이 되면 그 분야를 이끌고 나갈 제자를 양성하고 싶습니다.”
 
- 닥종이 인형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닥종이 인형 박물관과 세계 인형 작가들과 교류하고 싶어요.”
 
“다양한 작업으로 만들어진 많은 작가들의 닥종이 인형 작품을 보여 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싶어요. 닥종이 공예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더 나아가 닥종이 인형에 국한하지 않고 국내의 많은 인형작가와 해외의 훌륭한 인형 작가들과의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어요. 북촌 한옥마을에 마련된다면 정말 더 좋고요.(웃음)”  
 
“미국이나 유럽은 인형 작품이 예술적 가치가 높은 나라들입니다. 다양한 소재로 활동하는 인형 작가들도 많고요. 특히 독일은 ‘인형’을 예술적으로 굉장히 높이 평가하는 나라로서 인형 컨퍼런스도 매년 열려요. 저도 독일 인형 컨퍼런스에 출품해 수상을 했는데 닥종이인형에 대한 호평과 관심이 대단했어요. 세계의 많은 작가들이 출품한 행사였는데 정말 훌륭하고 좋은 작품들이 많았어요. 그걸 계기로 갖게 된 앞으로의 계획 중 하나가 세계 인형작가들과 교류입니다. 그 첫발로 내년에 미국 컨퍼런스에 참가 합니다. 전 세계 인형 작가들과 함께 한국의 닥종이 인형도 처음으로 참여하는 의미 있는 행사이죠.”

▲ 변도연 [사진=양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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