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검색
https://m.news2day.co.kr/article/20151019074644
거꾸로 읽는 경제

빚더미 공화국의 민낯, 국가총부채 ‘5000조원’ 눈앞

글자확대 글자축소
정승원 기자
입력 : 2015.10.19 10:11 ㅣ 수정 : 2015.10.19 10:12

▲ 가계, 기업, 국가부채를 모두 합한 국가총부채가 5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가계, 기업, 국가 모두가 빚더미에 올랐다. 저금리를 틈타 가계와 기업은 빚을 늘리고,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마구잡이로 수표를 남발한 탓이다. 가계와 기업, 국가빚을 모두 합한 국가총부채는 지난해 4800조원에 근접했는데, 최근 2년간 평균 5%이상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50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단순계산으로 국민 1인당 1억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국가총부채 해마다 200조원 이상 증가, GDP의 3.4배

19일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우리나라의 각종 부채 총액은 4781조 8000억원에 달한다. 부채 가운데 기업부채가 2332조 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가부채는 1127조 3000억원, 가계부채 1085조 3000억원, 소규모자영업자 부채 236조 8000억원의 순이었다.

우리나라 총부채는 2012년 말 4303조1000억원에서 2013년 말 4524조6000억원으로 5.15%(221조5000억원) 증가한데 이어 2014년에는 5.7%(257조 2000억원)가 늘어 4800조원에 육박했다. 최근 2년간 총부채 증가율이 5%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말 총부채는 5020조~5040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0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인구가 5061만7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국민 1인당 약 1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GDP(국내총생산) 대비로는 340%, 다시 말해 총생산의 3.4배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 국가총부채를 올해 우리나라 인구로 나누면 인구 1인당 1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채 증가율을 보면 중앙·지방정부 채무의 증가율이 9.9%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 가계부채는 6.1% 증가했고, 기업부채는 5.2% 각각 늘었다. 그나마 공공기관 부채(-0.1%)와 지방 공기업 부채(-0.5%), 소규모 자영업자 부채(-1.5%)는 1년 전보다 소폭 하락한 것이 위안거리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의 규모가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GDP는 2012년 1342조원에서 2013년 1381조원, 2014년 1427조원으로 연평균 3%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4년의 GDP는 2012년 대비 6.3%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가총부채는 4303조원에서 4781조원으로 11.1%나 증가했다. 빚의 증가속도가 경제규모 증가속도의 2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공염불 된 ‘임기내 균형재정’ 약속, 최경환 부총리 “빚 늘어나 송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빚(국가부채)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가부채가 2007년 299조원에서 올해 599조원으로 늘어 GDP 대비 40% 선이 넘었다”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실제로 국가부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무서운 기세로 불어나고 있다. 공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를 제외한 순수 국가부채는 2007년 300조원을 밑돌았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내년에는 6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7년에는 국가빚이 731조원에 달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전임 이명박 정부로부터 443조원의 국가빚을 물려받았다. 임기 말에 731조원의 빚을 다음 정부에 물려줄 경우 역대 대통령 가운데 국가빚을 가장 많이 늘린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역대 정부의 증가액은 김대중 73조원, 노무현 166조원, 이명박 144조원 등이었다. 288조원은 이명박 정부때 불어난 빚의 정확히 2배에 이른다.

당장 내년에 국가빚이 600조원이 넘어서면 사상 처음으로 GDP의 40%를 넘어서게 된다. GDP 대비 국가빚 40%는 박근혜 정부가 넘어서는 안될 마지노선으로 설정해놓은 수준이다. 박 대통령은 임기초 '임기 내 균형 재정 달성-국가채무 GDP 대비 35% 수준' 이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두가지 목표 모두 물건너간 셈이다.

국가빚이 이처럼 급증하게 된 것은 박근혜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해마다 국가재정을 공격적으로 편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사건과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식어가던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쓴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무조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에 앞뒤 안가리고 예산을 끌어다 쓰면서 국가빚을 크게 늘렸다는 지적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써야할 돈도 많고, 각종 복지혜택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지출은 끝도 없이 늘어나는데, 정작 돈을 마련할 재원은 마땅치 않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임기초 국민들에게 약속한 ‘증세없는 복지’ 원칙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모두 다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이 원칙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책임있는 정부 관계자 누구도 “원칙이 잘못됐다”고 말한 적이 없다.


실패로 끝난 ‘증세없는 복지’ 말로만 “증세없다”면서 간접세 대폭 올려

버는 수입(세금)에 비해 정부의 돈 씀씀이가 지나치게 커지자 세금을 더 거둬야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머지않아 위험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세원확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며, 비과세·감면 정비도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여권 일각에서도 부가가치세나 법인세를 비롯해 세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15일 대정부질의에서 국가부채 감소를 위한 방안으로 법인세 인상 요구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법인세를 올리면 경제 위축이 분명해 질 것”이라며 “이는 세입 감소 등 재정건전성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자연적인 세금 증가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경제를 살려서 자연스럽게 세수를 늘리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증세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뒤로는 간접세를 올려 대규모 세수증대를 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담배세다. 정부는 올해 담배세를 통해 11조 3013억원에서 11조 8245억원을 걷을 것으로 예상됐다. 담배세수가 지난해보다 최대 5조원 가량 더 걷힐 것이란 뜻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예상한 2조 7800억원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한국납세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내년에 정부가 흡연자들로부터 거둬들일 담배세 규모가 월급쟁이 직장인 98%가 내는 근로소득 세수와 맞먹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에 부과한 소득세와 부동산 보유세보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 마디로 흡연자를 상대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실제로 담배를 하루 1갑 피는 흡연자의 경우 답배에 붙는 세금 3318원을 계산하면 연간 담배세로만 내는 돈이 120만원이 넘는다. 이는 상가 월세 217만원에 대한 임대소득세, 시가 9억 원인 아파트 재산세와 각각 맞먹는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9억원대 아파트 1채를 보유하는 것과 맞먹는 세금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 한국납세자연맹이 실시하고 있는 담배값 인하 서명이 19일 현재 7000명을 돌파했다. [자료출처=한국납세자연맹 홈페이지]


주민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방에 투입할 예산이 부족해지자 ‘1만원 이상 2만원 이하’로 주민세 인상을 골자로한 지방세법 개정을 시도했으나,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자 “보통교부세 지급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며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주민세를 올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서민증세 본격화에 담세 양극화 비판 목소리 커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새누리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세금납부액은 2009년 89만9000원에서 2013년 136만2000원으로 34% 늘었지만, 연봉 1억원 이상 등 고소득자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009~2013년 근로소득자의 납부세액 변동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급여구간은 '4000만~5000만원'으로,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16%(17만5000원) 올랐다. 이어 '3000만~4000만원' 구간에서 15%(7만6000원), '2000만~3000만원'에서 13%(2만4000원) 순이었다. 반면 ‘7000만~1억원' 구간 변동비율은 0.2%(1만1000원), '1억~2억' –7.1%(100만9000원), '2억~3억' –1.5%(73만8000원), '3억~ 5억' –0.8%(75만6000원), '5억~10억' 3%(561만8000원), '10억 초과' –6.7%(4084만3000원)를 기록했다. 서민의 세금납부액은 증가한 반면 고소득층에서는 세금납부액이 감소한 것이다.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율 역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0년 28%에서 2008년 25%, 2013년 22%로 줄곧 감소하고 있다. 특히 법인세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 때 크게 줄어든 이후 단 한번도 증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간접세는 조세저항이 적어 세입을 늘리는데 용이하다. 하지만 소득재분배에서는 소득이 적을수록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역진세로 불린다. 정부는 최근 3년간 약 22조원의 세입결손을 경험했다. 정부가 담배세를 다시한번 올리면 구멍난 세수의 절반을 메울 수 있다는 웃지못할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증세는 없다”고 수차례 공언해온 정부. 그러면서 간접세 카드는 계속 만지작거리는 정부의 이중성을 보면서 어느 쪽이 진짜 박근혜 정부의 얼굴인지 헷갈린다.

<이진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금융·증권 많이 본 기사

  1. 1 증권사, 상법 개정안 통과에 '촉각'…실적 모멘텀·밸류업 기대감 '활활'
  1. 2 드디어 교통카드 지원하는 애플페이…카드사 수혜는 '미지수'
  1. 3 [N2 뷰] 엘티씨부터 파마리서치까지…상법 개정 전 ‘편법 지배구조’ 경고음
  1. 4 [마켓인사이드] 엔비디아, 꿈의 시가총액 4조 달러 넘본다
  1. 5 “2분기 중간배당 지급 ‘고배당주’ 관심 가져야”<NH투자證>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