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인구 앞세워 내수시장 건재 알린 광군제 애국마케팅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이 독신자의 날을 기념해 매년 11월11일 개최하는 세계 최대 쇼핑 이벤트 광군제가 올해도 지난해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12일 중국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1시에 종료된 광군제(Singles Day) 판매액은 2135억위안(34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1682억위안보다 27% 늘어난 수치다.
앞서 앱마켓 분석업체 앱 애니(App Annie)가 예측한 광군제 판매액은 미화로 320억달러(36조원)였는데, 근사치로 마감된 셈이다.
▶광군제 1인당 소비액 3만400원꼴= 우리나라 통계청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국의 인구는 13억9000만명이다. 이 중 노동가능인구(16~59세)는 9억199만명이고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2억4100만명이다.
해외직구등의 변수를 제외하고 중국 전체 인구의 82.2%에 달하는 16세이상 11억4290만명이 모두 광군제 행사에 참여했다고 가정한다면 1인당 3만400원꼴로 소비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총 판매액 1682억위안을 동일한 인구로 나눴을 때는 1인당 2만4800원이 나온다.
광군제와 자주 비교되는 미국의 대표적 쇼핑 이벤트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보자.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액은 4일간 79억달러(8조8800억원)을 기록해 광군제의 3분의1 정도에 그쳤다.
미국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2017년 기준 3억2500만명이다. 이중 19세 이상 성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76%인 2억4700만명이다.
역시 해외직구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미국 성인인구 전부가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에 참여했다고 가정한다면 1인당 소비액은 약 3만6000원꼴이다.
1인당 소비액만 본다면 미국인들의 블랙프라이데이 소비가 중국 광군제 소비를 눌렀다는 얘기다. 단지 중국과 미국간 인구 수에서 크게 차이가 나면서 광군제 판매액이 블랙프라이데이 소비액을 3배 이상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막강한 인구를 앞세운 중국의 소비경제= 이번 광군제가 특별히 주목을 받은 이유는 중국이 미국과 첨예한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열렸다는 점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전술로 중국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광군제 행사는 적어도 숫자 상으로는 중국의 내수시장이 여전히 건재함을 대내외에 알리는 효과를 불러왔다.
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복잡하다. 중국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53.6%다. 2012년 처음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소비비중이 50%를 넘어선 이래 50%대는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2년간 정체상태에 빠져 있다.
더욱이 올해는 전체 소매판매액의 47.6%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소비품목인 자동차, 화장품, 통신, 석유 등에서 소비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 비중은 작년보다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0월 중국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13.2% 감소한 195만대로 지난 6월 이후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도 중국은 거대인구를 바탕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내수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든든한 내수시장을 믿고 무역전쟁에서 미국을 먼저 지치게하는 진지전을 준비중이다. 이번 광군제는 길고 긴 진지전에서 중국이 아주 오래 버틸 자신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