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신(新) 한중대화’ 시대에 필요한 4가지 전략적 구상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8.14 12:59 ㅣ 수정 : 2023.08.14 16:45

다가오는 중국과 협상에서 줄 것은 조금 주고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전략적 거래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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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북중관계 전문가)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중국에 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말이 있다.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안다’라는 의미이다. 최근 중국의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몇 개의 나뭇잎이 떨어졌다. 우선 중국은 지난 10일 한국 단체여행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중국 건군절 96주년 기념행사에서 싱하이밍(邢海明) 대사와 왕징꿔(王京國) 국방무관은 기념사를 통해 ‘대화 재개’를 시사했다. 

 

① 대화 신호 보내며 다가오는 중국, 담긴 의도 간파하고 대책 강구해야

 

싱 대사와 왕 국방무관은 양국 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全球安全倡議)’를 강조하고 있다. 이 개념은 시 주석이 지난해 4월 보아오(博鰲) 포럼 화상 기조연설에서 “세계 각국은 국제 평화 및 번영을 공동으로 추구해야 한다. 중국은 이를 위해 세계 각국과 양자, 다자 간 안보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라고 밝힌 안보 구상이다. 

 

중국의 왕이(王毅) 공산당 정치국위원은 지난달 14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한·중·일 정상회담 재개와 관련해 “협의체 부활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언급하였고, 이와는 별도로 중국은 우리 측에게 외교 및 국방차관이 참석하는 2+2회담 개최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대화의 시기가 점차 다가오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우호국의 지지와 도움이 절실하다.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NATO를 아·태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움직임을 경계하며, 경제적으로도 미국이 지난 9일 주요 첨단기술 대중 투자를 금지하자 자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타격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 국내도 경제발전이 둔화하면서 시진핑 체제에 대한 불만이 잠재해 있고, 전 세계적인 중국 비호감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중국의 정책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중국은 한국을 움직여 한미 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을 이완시키고 우리로부터 반도체도 정상적으로 공급받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리에게 가했던 강압이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한·중 관계가 장기간 악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중 관계 악화는 중국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의 대화 제의 등 상황변화 조짐에 반기기보다 그 속에 담겨있는 의도를 간파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② 중국, 한·중 경제 번영 제안하며 특히 대만 문제에 개입 금지 요구할 듯

 

중국이 대화를 통해 우리에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으로 공동 번영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무역에서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첨단기술도 대부분 중국에게 추월당했다. 그리고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은 우리 경제를 흔들 수 있는 희토류 대국이다. 중국은 한국이 이러한 중국을 배제하고 경제발전은 불가하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의 경제발전은 중국과 협력이 유일하다’라는 논리를 제시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다.

 

둘째, 한미 동맹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머물러 있기를 요구하면서 구체적으로 대만 사태 시 개입하지 말 것을 강조할 것이다. 한미 동맹이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진화하면서 대만 등 아·태 지역에서 미·중 충돌 시 전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계한다. 또한, 우리 서해안에 있는 평택 미군기지 등은 북한뿐만 아니라 서해 건너편의 중국 수도권도 겨냥하고 있다는 중국의 문제 제기에 대해 우리는 ‘아니다’라고 하기 어렵다. 

 

셋째,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군사협력과 NATO와 협력에 속도 조절이나 완화 등을 요구할 것이다. 오는 18일 미국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이때 한·미·일 3국은 연합훈련 정례화에 대한 의견 조율이 예상된다. 중국이 동북아에서 한·미·일을 상대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이다. 여기에 NATO 주요국이 동참한다면 중국에 더욱 위협적인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는 NATO의 아·태 파트너 국가(AP4)로서 정상회담에 2년 연속 참석했다.

 

넷째, 미국은 올해 3월부터 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 등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였고 지난 9일에는 중국의 AI, 반도체, 양자 컴퓨터 분야에 투자할 경우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중국은 반도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내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외부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아야 할 상황이므로 우리에게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③ 우리의 요구사항 사전에 준비해 제안하고 중국과 타협안 도출해야 

 

중국과 대화가 이루어질 경우,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사전에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첫째는 ‘우리의 주권과 정체성 훼손 금지’를 요구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의 근간이므로 이 주제에 대한 논의는 배제해야 한다. 또한, 중국이 문재인 정부와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사드 3불 1한’은 우리의 군사주권을 훼손하는 문제로 폐기를 요구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이나 핵실험 시, 이를 규탄하는 UN 안보리 결의에 찬성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UN 안보리 성명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하는 상황은 북한에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허용하는 것과 같다. 북한의 전략무기는 중국을 향할 수 있음과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할 요인임을 들어 중국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셋째, 앞으로 한한령 등 경제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한·중 관계가 악화한 이유가 중국의 한한령 발동임을 들어 양국 간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면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중국이 우리에게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은 모두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미국도 동맹국 한국이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동맹을 이완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과 협상 이상으로 어려운 미국과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한다. 

 

④ 중국과 협의 과정에서 미국 입장 존중하고 사전에 협의 거쳐야 

 

우선 중국에 ‘우리의 주권과 정체성을 존중해라. 사드 3불은 파기한다’ 대신 ‘우리는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라고 한다면 한중 양측 요구사항 어느 지점에선가 타협이 가능할 것이다. 이 문제는 미국과 사전협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중국-대만 무력 충돌 시, 중국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의 지원 범위를 사전에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한·미·일 군사협력도 우리가 어느 정도 협력할 것인가를 사전에 명문화해야 한다. 대만 해협에서 또는 남중국해에서 미-중 충돌이 있을 때 협력은 하되, 전면에 나서는 작전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 역시 우리의 특수성을 들어 미국과 협의해야 할 문제이다. 이때 주의할 사항은 중국과 협상보다는 미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 우리의 동맹국이면서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에 우세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중국 공급문제도 미국의 방침과 우리의 경제적 이익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최근 미국 기업인들은 미국 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중국을 방문해 사업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시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도 같은 입장이어서 미국을 설득할 공간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중국 그리고 미국과 협상하고 합의해야 할 문제는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사항보다 더 많을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지킬 것과 양보할 수 있는 목록을 정밀하게 준비해야 하고 미국도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개발이 필요하다. 바로 고차 안보 방정식이다.

 

중국에 포전인옥(抛甎引玉)이라는 말이 있다. ‘기와 한 조각을 주고 옥(玉)을 얻는다’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다가오는 중국과 협상에서 줄 것은 조금 주고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전략적 거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관련 부서와 전문가 여러분께 깊은 연구와 철저한 준비를 당부한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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