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중국의 對일본 무역보복 조치, 반면교사 삼아야(상)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9.08 11:15 ㅣ 수정 : 2023.10.04 11:13

중국의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는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견제가 목적이나 역효과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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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북중관계 전문가)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중국은 일본이 지난달 24일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방류를 시작하자 당일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중국 내의 반일운동이 급격히 확산하는 추세이다. 일본은 사전에 어떠한 공식적인 의사표시가 없었던 중국의 이런 조치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중국에 수입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하면서 WTO(국제무역기구)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일본이 지난달 18일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겨냥한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데에 대한 항의이자, 지난 7월 23일부터 중국에 대해 반도체 장비 23품목 수출을 금지한 조치에 대한 무역보복으로 보인다. 일본은 수산물 수출량의 약 42%(홍콩 19.5% 포함)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 당장 피해는 불가피하나 중국 이외의 시장 수요로 점차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수입금지 명분으로 들고 있는 일본 수산물의 오염 문제에 대해 IAEA 및 서방 주요국은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일본에 압력을 가하려는 중국의 의도와는 달리 범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것이며. 특히 중국 내의 반일 움직임은 중국의 맹목적인 애국주의 대한 전 세계의 경계심을 높일 것이다. 

 

중국이 세계 각국에 행한 최근의 무역보복 조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오히려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중국 비호감만 증대시켰다는 점에서 역효과를 초래했다. 이번 중국의 일본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도 일시적으로 일본 국내정치에 충격은 주겠지만 이로 인해 일본이 미·일 동맹을 완화함과 동시에 중국에 우호적으로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은 여러 차례 무역보복 했으나 소기의 목적 달성하지 못해

 

중국은 과거 2차례 일본에 무역보복을 했고 이때마다 반일운동이 일어났다. 2010년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에서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은 중국 어선 선장을 ‘영해침범과 공무집행 방해죄’로 구속했다. 이때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며 압박을 가하자 일본은 중국 선장을 석방하는 등 굴복한 바 있다. 이어 2012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 중 민간 소유 3개 무인도를 국유화하자 중국은 반발하면서 다시 반일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후 일본은 희토류 수입 다변화를 추진해 중국의 압력을 완화하는 한편, 중국 또한 일본과 관계를 계속 악화시킬 수 없어 한발 물러나면서 중·일 갈등은 해소되었고 반일운동도 가라앉았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자원 무기화와 무역보복은 일본의 대응력을 강화시켜 ‘희토류 카드’는 더 이상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프랑스가 티베트 망명정부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하자 프랑스 항공기 102대(약 200억 달러 규모) 구매 계약을 연기하는 등 보복을 취하였고, 2010년 노르웨이가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연어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은 프랑스와 협상 끝에 2년 후 항공기 구입 계약을 체결했고, 노르웨이와도 협상을 시작한 지 5년 후 연어 수입을 재개했다. 

 

호주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 역시 지속하지 못했다. 호주는 2018년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중국의 내정 간섭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겪기 시작했고, 2020년에 코로나19 기원을 규명하기 위해 중국 우한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비판하자 중국은 호주로부터 석탄과 철광석, 와인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중국에 부작용을 낳아 화력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전력난으로 그 해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안보회의체인 오커스(AUKUS)에 가입하는 등 미국 진영으로 밀착했다. 이에 중국은 호주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2023년 구동존이(求同存異)를 내세우며 호주와 무역 관계를 종전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무역보복 특성, 자국 피해 없는 항목으로 제한해 목표 달성까지 지속 

 

서울연구원의 이민규 부연구위원은 2020년 5월 중국지식네트워크에 게재한 ‘중국 경제보복 유럽 사례 비교연구’에서 중국 무역보복의 특성을 제시했는데 이를 정리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역보복 조치를 하기 이전에 자신들의 입장을 상대국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번 일본 수산물 금수 조치는 사전 입장 전달이 없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 

 

지난 6월 8일 싱하이밍(邢海明) 중국 대사가 우리 야당 대표에게 일본의 핵오염수 해상 방류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로 언급했지만, 이는 일본 수산물 금수 조치를 의미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일본 수산물 금수 조치는 중국 정부의 단계적인 의사결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시진핑 주석의 의중이 급작스럽게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주로 특정 핵심 품목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경제적 타격보다는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 프랑스 사례에서는 항공기 판매 최종 협상을 연기했고, 노르웨이와 분쟁에서는 연어 수입을 제한했다. 모두 중국 경제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양국 경제 관계를 크게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조치를 한 것이다. 

 

셋째, 중국은 국민 불매운동 등의 국내 시위를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했다. 상대국 압박 수단으로 불매운동을 조장한 측면도 있으나 사태가 커지는 것 역시 경계한 것이다. 특히, 양국 관계가 감정적으로 심하게 훼손되는 것을 경계함은 물론 반정부 시위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했다. 2008년 프랑스 ‘까르푸 불매운동’ 초반 중국 정부는 이를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하다가 시위가 전국적으로 퍼지자 ‘이성적 애국심’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넷째, 중국은 정치·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 무역보복 조치를 중단하지 않았다. 호주의 경우와 같이 자국의 피해가 크면 바로 금수 조치를 철회하고 관계회복을 추구한 사례도 있지만, 자국의 피해가 크지 않으면 무역보복을 중단하지 않았다. 다섯째, 중국은 경제보복을 당한 상대국이 대화를 시도해 오면 거부하지 않았다. 이때 긴밀한 비공식적 협상은 문제 해결의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친중 성향’의 전직 인사가 중요한 가교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한령은 부분적으로 완화됐으나 사드 철폐 없이 해소되기 어려워  

 

중국이 우리에게 가한 한한령(限韓令)이라는 무역보복 조치는 이 5개의 특성을 담고 있다. 첫째, 사전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사드 설치 반대를 언급해 중국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가를 나타내었다. 둘째, 제재 대상을 우리의 게임 산업과 예능 및 공연 분야, 그리고 롯데그룹의 유통업으로 한정했으며, 중국인 단체 한국여행을 금지해 우리의 관광업계에 타격을 주고자 했다. 

 

셋째, 중국은 한중 경제 관계 전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제재 항목을 확대하지 않았다. 특히 우리의 반도체는 중국이 우리에게 의존하는 품목으로, 한·중 간 무역 전쟁으로 확대되면 자신들도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넷째, 중국에서 반한운동이 일었지만 지속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당국의 조정과 통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다섯째, 2016년에 발동된 한한령은 7년이 흐른 지금 부분적으로 해제되고 있지만, 우리가 중국이 요구하고 있는 사드 철폐를 시행하지 않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여섯째, 중국은 사드 철폐 등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우리에게 대화를 제기하고 있다. 무역보복 이전에 압력을 가하고 회유를 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앞으로 무역보복을 하면서 사드 철폐를 요구해 올 가능성이 상존한다.

 

무역보복 가능성 배제할 수 없지만 제2의 요소수 대란은 사전 예방 가능

 

중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우리에게 자신들의 불만과 요구를 표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아직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고, 한국 국내정치의 변화로 정책의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일본에 가한 수산물 금수 조치와 같은 무역보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은 8월 31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에서 “한·중 관계가 제3자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한국의 자주외교를 주문했다. 왕이 부장은 지난해 8월 9일 중국 칭따오에서 개최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똑같이 언급한 바 있어 이번 발언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무역보복 사전 조치로도 볼 수 있어 향후 중국의 동향이 주목된다.

 

우리는 2021년 11월 ‘요소수 대란(요소수 품귀현상)’을 겪었다.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는 아니었으나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전국 물류망이 순식간에 타격을 받았다. 요소수는 우리가 중국에 98% 의존하는 품목이다. 당시 중국 당국은 “요소수 수출 통제를 1개월 전부터 통보했는데 한국은 그동안 뭐하다가 지금 와서 호들갑을 떠는가”라고 우리를 힐난한 적이 있다. 우리 정부의 예측과 대응에 문제가 있었으며, 다음 칼럼에서 대책을 알아보겠다. (하편에 계속)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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