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안보 대응책 필요…“한목소리 내고 전략적 자율성 높여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6.02 09:18 ㅣ 수정 : 2025.06.02 09:18

북한의 국제정치적 위상 격상된 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미동맹 변화 불가피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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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1885년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했다. 조선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스스로 대응할 능력도 없었다. 영국의 중재 요청을 받은 청이 러시아로부터 한반도로 남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자 영국은 2년 만에 철수했다.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 남진 정책과 영국의 봉쇄가 충돌하는 시기였다. 영국은 일본과 동맹을 맺고 극동에서 일본이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는 대신 조선 침략을 묵인했다. 영국과 일본은 조선을 배제한 채 조선을 대상으로 안보 거래를 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안보는 유럽이 책임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도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라고 요구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너무 안이하다. ‘한미동맹은 현재 견고하고 앞으로도 잘 유지될 수 있을 것’이란 주관적 희망이 위기의 본질을 흐리는 듯하다. 한미동맹은 변화가 불가피하며, 북한은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기반으로 국제정치적 위상이 격상됐다. 국제정세의 흐름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주한미군 전용 거론 등 한미동맹 변화 신호 나타나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우리가 알던 모습에서 크게 바뀌고 있다. 동맹국과 함께 민주주의 가치와 자본주의 체제를 지켜나가려는 의지보다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동맹국을 대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고, 러-우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를 두둔하고 나섰다. 

 

러시아와 협력이 미-NATO 동맹 관계보다 자국에 더 큰 이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러 관계증진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이란 핵문제 등 중동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미국이 동맹보다는 자국 이익을 앞세워 어떤 국가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변화의 신호를 감지해야 한다. 

 

미국은 과거와 같이 전 세계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의 신용등급은 105년 만에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락했고, 80여년 간 기축통화였던 달러의 위상도 약화했다. 미국의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특히 군함 건조 능력이 중국에 추월당했다. 미국은 중국의 패권도전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의 해양진출을 억제해야 하는데 미국 단독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주한미군을 전용하고 한미동맹의 범위를 한반도에서 대만해협 등으로 확대하려는 시도가 충분히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동맹도 미-NATO 동맹과 같이 미국의 더 큰 국익 앞에서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의 더 큰 국익이란 미국 대외정책 우선순위인 중국 견제를 의미한다. 주한 미군 4500명이 괌으로 철수할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에서 한미동맹 변화의 신호를 읽을 수 있다. 

 

주한미군 감축과 한미동맹 조정은 우리의 의지보다 미국의 정책에 따라 이루어진다. 우리는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를 위해 미-대만 상호방위조약을 파기하고 대만과 단교한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만은 반대했지만, 중국과 관계개선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했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고정불변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미국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한미동맹 조정 및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북한의 국제정치적 위상 강화됐지만, 안보에 대한 전략적 고민 보이지 않아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러시아와 혈맹관계로 발전했다. 북한은 ▲북-러 관계를 지렛대로 중국을 움직일 수 있고, 미-북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은 첨단 군사기술로 국방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고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지원도 받을 수 있어 군사도발에 과감해질 수 있다. ▲러-우 전쟁에서 첨단 드론전 등 실전을 경험한 북한 폭풍 군단은 우리 안보에 위협 요인이 됐다. 

 

북한은 비공인 핵보유국이지만, 국제법 위반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는 중국과 러시아의 두둔으로 북한을 제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우리가 경제력이나 문화의 우위만으로 북한을 압도할 수 있다는 낙관은 재고해야 한다. 또한, 향후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배제된다면 우리의 국제정치적 위상은 북한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과 이어지는 탄핵정국으로 발생한 혼란을 수습하고 6월 3일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맞이할 예정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어느 대선후보는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하면 되지, 왜 남의 일에 간섭하는가”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주변과 잘 지내자는 의미이며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설명하지만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우선 대만해협 사안은 중국-대만의 문제이지만 본질은 미국-중국의 패권경쟁이다. 그렇다면 미국에도 땡큐라고 해야 하는가? 중국-대만-미국의 이해가 얽힌 문제를 진정성 없는 한마디 말로 넘어갈 수는 없으며 지속할 수도 없다. 우리와 직결된 안보문제를 지나치게 가볍게 접근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전략적 모호성은 유효기간이 짧아 ‘원칙이 없다’라는 말과 같다. 우리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어떤 대선후보도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한미동맹 공고화’ 외에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미동맹도 변화의 조짐이 분명한데, 그리고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강화된 상황에서 한미동맹에만 의존하는 것은 ‘대책이 없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현재 상황으로는 트럼프한테 ‘한국은 카드가 없다’라는 면박을 받을 소지가 크다. 우리의 안보와 생존을 위한 전략적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한목소리’와 ‘전략적 자율성 확대’하고 장기과제로 전작권 전환 추진 필요

 

따라서 향후 새 정부가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대응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안보 분야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모두 국익 우선을 얘기했지만, 국익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고 약간의 차이가 있다. 국익이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정체성과 주권을 중요시하는 것인지 그리고 경제적 이익과 정체성 유지 중 하나를 선택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합의를 통해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국회 미래연구원은 지난달 20일 여야 국회의원이 참여한 ‘코리아 컨센서스’를 발족해 초당적으로 안보 현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여야가 국익에 대한 정의가 엇갈리면 외교안보전략 또한 분열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초당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익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둘째,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상황별로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협상 카드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동안 안보를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다. 냉전 시대에 우리와 미국은 국익이 일치했고,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안보와 경제발전을 보장해준 최상의 카드였지만, 안보 상황이 달라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국익과 미국의 국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익과 충돌할 때 우리의 국익을 위해 미국과 협상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다양한 카드가 필요하다. 전략적 자율성은 우리가 전작권을 행사할 때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은 긴 시간이 소요되고 우리 내부의 합의가 필요해 정권을 이어가며 장기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은 외교 선택지를 넓히고, 우리가 우리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한국 안보를 둘러싼 현실은 한미동맹이라는 단 하나의 카드로 대응하기에는 복합적인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 관계보다 국익을 우선하고, 북한은 새로운 외교·군사 카드로 위상을 높였지만 우리는 아직도 냉전 시대의 질서에 안주하고 있다. 국익에 대한 한목소리, 전략적 자율성의 확대를 중심으로 안보 전략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스스로 책임지는 안보 체제를 향한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진정한 대응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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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한국과 중국, 대등하다’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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