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탄소 중립 (24)] 가성비 최고의 탄소감축: 쿡스토브에 기대를 걸다 (上)
[기사요약]
개선된 쿡스토브(Improved Cookstoves), 연료 효율 높이고 연기 배출 줄여 건강과 환경에 긍정적 영향 주는 기술
전통 화덕의 낮은 효율성과 산림 파괴 등 해결하는 데 기여.. 특히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널리 보급
감축량 측정 어려움(MRV), 사용 지속성 저하, 과장된 탄소배출권 산정 등으로 신뢰성 논란 발생.. 그 한계 명백히 드러내..
정부에서도 관련 사업의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 인정 여부 두고 고민해온 바 있어..
다양한 에너지·환경 정책이 도입되고 시행되면서 과거와 달리 관련 분야의 일선 기업들이 민간부문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도 기후변화 및 에너지 변혁의 시대를 맞아 관련 분야를 찾고 있지만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어떤 프로젝트가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지 옥석 가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ESG 금융의 물꼬를 제대로 된 수요처로 초기부터 잘 잡아 기업과 투자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본 시리즈를 기획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2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무나 숯과 같은 전통적인 고체 연료로 취사를 하고 있다.
흔히 돌 세 개를 받침으로 놓고 냄비를 올려놓는 이른바 ‘쓰리-스톤 방식’은 구조적으로 열 손실이 많아 효율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요리할 때마다 많은 양의 나무나 숯을 태워야만 하고, 연소 과정에서 나온 연기는 주거 공간 안에서 심각한 실내 공기오염을 초래한다. 특히 이렇게 발생한 연기와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며, 장기적으로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뿐만 아니라, 연료인 숯을 만들거나 땔감을 확보하기 위해 숲에서 나무를 무분별하게 채취하다 보니, 산림이 황폐화되는 환경적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 개선된 쿡스토브, 연소 효율 극대화해.. 기후변화 대응에도 효과 탁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바로 ‘개선된 고효율 쿡스토브(Improved Cookstoves)’다. 개선된 쿡스토브는 연소 효율을 극대화해 같은 양의 연료로 더 많은 열을 얻으면서도 연기 배출량은 획기적으로 줄이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금속이나 열에 강한 세라믹을 사용해 연소실을 둘러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공기의 흐름과 배기가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굴뚝 설계 등으로 연료가 최대한 완전하게 연소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고효율 쿡스토브를 활용하면 전통 방식 대비 연료 소모가 평균 30~60% 정도 감소한다. 이는 똑같은 양의 요리를 하는 데 필요한 나무나 숯의 양이 크게 줄어들게 되어 산림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와 미세먼지가 감소함에 따라 실내 공기의 질이 개선되어 주민들의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을 준다.

쿡스토브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기술이다. 언뜻 보면 단순히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연기를 줄이는 조리기구로 여겨지지만,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상당히 감축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나무를 태우는 것은 단지 연기를 내보내는 것 이상의 환경적 악영향을 초래한다. 숲에서 연료로 쓸 나무를 무분별하게 채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산림이 파괴되며, 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의 기능을 상실하게 만든다.
또한, 나무가 제대로 연소하지 않으면 ‘블랙카본’이라 불리는 그을음 입자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데, 이 블랙카본은 지구의 대기 중에서 태양열을 강력히 흡수해 지구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전 세계 블랙카본 배출량의 약 4분의 1이 일반 가정에서 취사나 난방, 조명용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할 정도로 전통적인 조리방식은 심각한 기후변화 유발 요인이다.
고효율 쿡스토브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연료 소비가 크게 줄어 숲에서 벌목해야 할 나무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연료가 효율적으로 완전 연소되면서 블랙카본뿐 아니라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량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결국, 개선된 쿡스토브의 도입은 가정 내 온실가스를 줄이고, 숲을 보호하며, 주민들의 건강까지 지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 사업 실행에 한계점도 있어.. 감축량 측정과 검증 어려움, 제품 고장과 유지보수 미흡 등
그러나 이렇게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쿡스토브 사업이 실행되는 과정에서는 몇 가지 현실적인 비판과 한계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문제가 바로 ‘감축량 측정과 검증(MRV)’의 어려움이다.
쿡스토브 보급 사업은 보통 수만 가구, 많게는 수십만 가구에 이르는 대규모로 추진된다. 그런데 각 가정에서 실제로 연료를 어느 정도 절약했는지 개별적으로 일일이 확인하고 검증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조리기구가 각각의 가정에 분산되어 있어, 사업 관리자가 대표적인 표본 가정을 정해 설문 조사나 현장 방문 등 제한된 방식으로 사용 현황과 연료 절약량을 추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오차가 발생할 수 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감축량을 더 낙관적으로 추정해 실제보다 더 많은 배출권을 얻으려는 유혹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기존에 사용하던 전통 화덕의 연료 사용량을 실제보다 높게 가정하거나, 보급된 쿡스토브가 100% 사용된다고 전제하면 계산상으로는 탄소 감축 효과가 크게 부풀려지게 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새로 보급된 조리기구가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거나, 여전히 기존 화덕을 병행해서 사용하는 사례들이 많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모니터링과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보고된 탄소 감축량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개선된 쿡스토브 사업이 추진되었으나,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우선 쿡스토브의 지속적 사용 여부에 관한 문제가 가장 두드러졌다. 많은 지역에서 초기에 무료로 배포된 개선형 조리기구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쓰이지 않고 방치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일부 사용자들은 익숙한 전통 방식과 함께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거나, 문화적 요인 또는 기존의 요리 방식과 맞지 않아 개선형 스토브 사용을 꺼리기도 했다.
또한, 보급된 제품들이 단기간 내 고장 나거나 부식이 심해지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사업 운영 주체가 후속 관리와 유지보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주민들이 결국 다시 기존의 비효율적인 화덕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
결국 현장에서 충분한 교육과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사업의 장기적 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교훈이 남게 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탄소배출량 산정 및 인증 과정에서의 부정확성과 과장이었다.
앞서 언급된 관리와 모니터링의 어려움과 실제 사용률 저하가 겹치면서, 일부 사업자들이 실제 달성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보다 훨씬 부풀려진 수치를 보고하고 이에 따른 탄소배출권을 발행하는 사례들이 나타났다. 일부 쿡스토브 사업에서는 실제로 이루어진 감축량 대비 최대 8배나 높은 탄소배출권을 발행한 경우도 발견되었다.
이러한 잘못된 배출권 발급은 탄소시장 전반의 신뢰성을 저하시켰으며,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실질적 감축 효과가 없는 가짜 탄소상쇄 사업”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예컨대 인도에서 추진된 대규모 쿡스토브 프로젝트에서는 주민들의 스토브 사용률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쳐 실질적인 감축 효과는 미미했지만, 서류상 계산된 탄소배출권은 지나치게 높게 산정되어 발행된 바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은 탄소시장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배출권 품질 관리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한계점과 비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개선된 쿡스토브 사업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한국 환경부에서도 해당 사업을 외부 감축사업으로 인정할지를 두고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유종민(Yu, Jongmin) ▶ 미국 일리노이대 응용경제학 박사 /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 겸임교수 / 환경부 배출권 할당심의위원회 위원 / 한국수출입은행 외부사업 자문위원 /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전)한국은행 조사역 / (전)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 (전)기획재정부 뉴딜실무지원단 자문위원 / (전)환경부 중앙정책심의위원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