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탄소 중립 (23)] 탄소 배출 감축을 넘어 제거로.. ‘직접 공기 포집 및 저장’에 주목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5.05.08 00:30 ㅣ 수정 : 2025.05.08 00:30

[기사요약]
기후 변화 대응 위한 기술로 DACCS(직접 공기 포집 및 저장)가 주목받고 있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해 지하에 영구 저장하는 방식, 고체 필터나 액체 용액 활용한 다양한 방식 존재
낮은 CO₂ 농도와 높은 비용, 기술 미성숙 등으로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
배출권거래제에서 제외된 이유 - 제도 설계의 한계, 측정 신뢰도 부족, 도덕적 해이 우려 때문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 수단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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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에너지·환경 정책이 도입되고 시행되면서 과거와 달리 관련 분야의 일선 기업들이 민간부문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도 기후변화 및 에너지 변혁의 시대를 맞아 관련 분야를 찾고 있지만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어떤 프로젝트가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지 옥석 가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ESG 금융의 물꼬를 제대로 된 수요처로 초기부터 잘 잡아 기업과 투자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본 시리즈를 기획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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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arbonfuture]

 

[뉴스투데이=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를 직접 제거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만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이미 대기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려는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직접 공기 포집 및 저장(Direct Air Capture and Carbon Storage, 이하 DACCS)’이다.

 

말 그대로 대기에 퍼져 있는 이산화탄소를 기계장치로 빨아들여 분리·포집한 뒤, 이를 지하 깊은 곳에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아직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여러 선진국에서는 DACCS를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삼고 연구·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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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CS의 작동 원리 [출처=airbus]

 


• 대기로 배출된 CO₂ 회수하려는 기술, DACCS에 주목.. 고체 필터, 액체 흡수 등 다양한 방식 존재

 

그렇다면 DACCS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것일까?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거대한 공기청정기를 떠올리면 된다.

 

우리가 방 안에서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작동시키듯이, DACCS 장치는 대기의 공기를 흡입해 특정 화학 필터를 통해 그중 CO₂만을 선택적으로 포집한다.

 

이 필터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이산화탄소를 붙잡는데, 포집이 완료된 후에는 열을 가해 CO₂를 분리해 낸다. 이는 스펀지를 짜서 물을 모으는 과정과 유사하다.

 

이러한 방식은 주로 고체 흡착제를 사용하는 기술로,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사가 대표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이슬란드에 컨테이너 형태의 모듈식 DACCS 설비인 ‘Orca’를 설치했으며, 해당 장치는 얼핏 보면 산업용 냉방 장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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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기업 클라임웍스가 운영하는 Orca 플랜트 [출처=dezeen]

 

한편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액체 흡수 방식을 채택한 기업들도 존재한다. 이 방식은 일종의 ‘공기 세척’과도 같은데, 대형 탑 구조물 내에 화학 용액(예: 수산화칼륨 용액)을 흐르게 하고 그 안으로 공기를 통과시켜 이산화탄소를 흡수시키는 방식이다.

 

CO₂가 용액에 녹아들면, 다시 고체 물질과 반응시켜 고온(약 600℃)으로 가열하는 과정을 통해 순수한 CO₂를 분리해 낸다. 이는 소금물을 끓여 소금 성분만 남기는 방식이나, 커피 원두를 볶아 향을 뽑아내는 과정에 비유될 수 있다.

 

이러한 액체 방식은 대형 공장형 설비에 적합하며, 캐나다의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사가 이를 상용화하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에 건설 중인 대형 DACCS 시설에도 해당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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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arbonengineering]

 

이 외에도 다양한 응용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스타트업 헤얼룸(Heirloom)은 산화칼슘 성분을 가진 돌가루를 대기에 노출시켜 자연적인 탄산화 반응을 유도한 뒤, CO₂를 흡수한 돌가루를 가열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해내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인위적으로 가속화해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기술의 방식은 다르지만 핵심 목적은 동일하다. 대기 중에 널리 퍼진 이산화탄소 분자를 포집하고 농축해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 대기 중 CO₂ 농도 매우 낮아.. 희박한 기체 포집하는 일이 관건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의 CO₂ 농도는 약 0.04%에 불과하다. 즉 1만개의 공기 분자 중 고작 4개 정도만이 이산화탄소인 셈이다.

 

이처럼 희박한 기체를 포집하는 일은 마치 건초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어렵다.

 

이러한 까닭에 DACCS는 종종 희석된 탄산음료에서 탄산만을 뽑아내는 데 비유되기도 한다. 방대한 양의 공기를 처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연에서도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긴 하지만, DACCS는 훨씬 더 짧은 시간에 집중적인 제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양의 CO₂를 제거할 때 필요한 면적은 DACCS가 나무를 심는 방식보다 100배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사막이나 해상 같은 유휴 공간에 DACCS 시설을 설치하면, 조밀한 숲과 유사한 수준의 탄소 흡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에 필요한 전력과 에너지 인프라는 반드시 함께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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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7일, 클라임웍스는 두 번째 상업용 DACCS 시설을 준공했다.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매머드(Mammoth) 시설은 이전 시설보다 약 10배 더 크다. [출처=climeworks]

 


• 지금까지 배출권 거래제에서 제외 - 제도 설계의 한계, 측정 신뢰도 부족, 도덕적 해이 우려 때문

 

이 기술은 겉보기에 다소 공상과학적인 상상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상업적 실증이 시작된 단계다. 그렇다면 DACCS가 왜 지금까지 배출권 거래제(ETS)와 같은 제도적 틀 안에서 감축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했을까?

 

첫째, 제도 설계의 한계 때문이다. 기존의 탄소배출권 제도는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대기 중에 흩어진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제거’ 행위는 원천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정책적 관점에서는 배출을 줄이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DACCS와 같은 제거 기술을 기존 제도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둘째, 측정 신뢰도 문제도 작용했다. DACCS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으며, 포집량과 제거 효과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제거된 탄소의 양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 장기적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기반이 부족했기 때문에 제도권에서 인정하기 어려웠다. 관련 인프라 역시 미비하며, 무엇보다도 기술 단가가 매우 높다는 점도 걸림돌이 되었다.

 

셋째, 도덕적 해이와 시장 교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감축보다 제거가 더 용이하거나 값싼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일부 기업이 실질적인 감축 노력을 기피하고 제거 기술에만 의존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탄소시장 전체의 신뢰성과 효과성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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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freethink, climeworks]

 

비록 현 단계에서는 DACCS의 기술 비용이 높고 처리량도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운영 단가가 하락한다면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전략의 주요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이 기술이 배출 자체에 대한 면죄부처럼 오용되어선 안 된다. “나중에 쓰레기를 주울 테니 지금 당장 아무데나 투기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궁극적으로는 배출량 자체를 과감히 줄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잔여 배출량을 보완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DACCS가 활용되어야 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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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종민(Yu, Jongmin) ▶ 미국 일리노이대 응용경제학 박사 /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 겸임교수 / 환경부 배출권 할당심의위원회 위원 / 한국수출입은행 외부사업 자문위원 /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전)한국은행 조사역 / (전)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 (전)기획재정부 뉴딜실무지원단 자문위원 / (전)환경부 중앙정책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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