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5.07.10 05:55 ㅣ 수정 : 2025.07.10 05:55
고(故) 김진호 대장, 합참의장과 한국토지공사 사장 그리고 재향군인회장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우여곡절 겪어 합참의장의 고별방문 행사를 통해 요란하고 화려함보다 실질적이며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확행(小確幸)이 더 소중함을 느끼게 만들어
2000년 제2야전군사령관으로 취임한 김인종(육사24기) 대장과 2008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에 참석했던 김진호(학군2기)와 김인종 예비역 대장 [사진=김희철/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합동참모의장 고(故) 김진호 대장의 고별방문은 바로 다음 날부터 시행되는 `99독수리연습 준비로 바쁜 상황이었으나 김선필 사단장의 따뜻한 배려로 정성껏 준비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작전참모로 보직되어 1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필자는 합동참모의장 고별방문에 이어 `99독수리연습을 시작으로 새롭게 취임한 김인종 군사령관(육사24기)의 이화령 초도순시와 계속 이어진 대대 전술훈련 평가(ATT), 민방위 날 시범, 다음연도 사업계획 및 교육훈련 지침 작성, 연말 지휘관회의 준비 등의 업무가 폭주(暴注)하는 가운데 신임 참모장 손명조 대령 부임으로 혼이 빠질 정도였다.
폭주하는 업무 속에서 합동참모의장 고(故) 김진호 대장의 고별방문은 소확행(小確幸)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고(故) 김진호 대장은 합참의장으로 멋있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군생활을 마치고 2001년부터 4년간 한국토지공사 사장을 지냈고 잠시 공백기를 지냈다. 2017년에는 재향군인회장으로 선출되어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들을 겪으면서 어렵고도 화려한 인생의 마지막 멋을 즐겼다.
위키백과 자료에 따르면 재향군인회는 6.25남침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 임시수도 부산에서 제대군인 3만명을 대상으로 설립되어 발전했으며, 2022년 4월 대의원 선거에서 선출된 37대 회장 신상태(3사 6기, 전 서울시 회장 및 전체 부회장 역임)까지 73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국고보조 형태로 매년 200억원대의 예산을 지원받아 약 700만 예비역 회원과 산하에 중앙고속 등 4개 기업의 거대 조직을 거느리면서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산을 운용한다. 하지만 이를 운용하면서 부적절하게 발생한 각종 비리들로 큰 논란이 이슈거리가 되었다.
제29~30대를 역임한 이상훈 회장 재직시에 무분별한 PF 투자로 1,474억의 손실이 발생했고, 제33~34대 박세환 회장 때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부채가 4,348억원으로 급증하여 한때는 7000억원에 이르렀으나 박 회장이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일부 해결하여 현재는 5,500억이 남았다고 위키백과는 제시하고 있다.
또한 2015년부터는 회장 선거를 두고 후보끼리 금품선거와 외유 등의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경쟁이 가열되자 감독기관인 보훈부는 회장을 직무정지 시킬 권한이 없다는 회피성 해명을 하였고, 재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선자의 자진사퇴와 보궐선거, 군납비리 등에 관련해서 부패가 매우 심각하다는 인식이 널리 회자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재향군인회 제36대 김진호(예비역 대장) 회장과 윤석열 정부의 재향군인회 제37대 신상태(예비역 대위) 회장 [사진=김희철/연합뉴스]
■ 겉은 화려했지만 속으로는 혼돈에 빠져 초라해진 일생을 보면서 안분지족(安分知足)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떠올라
재향군인회법 제3조에 의해 재향군인회는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으나 보수적인 일부 장성 출신들을 주축으로 우익 정치세력의 의견을 대변하는 정치집회 등을 활발히 진행한 적도 있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우파 성향으로 이에 반발한 일부 군인 등이 ‘평화재향군인회’를 세우기도 했는데 육사출신 표명렬 육군 준장이 창립해 2017년 기준으로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故) 김진호 예비역대장은 합참의장을 끝으로 멋있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군생활을 마치고, 한국토지공사 사장을 역임했으며 잠시 공백기를 지낸 이후 2017년에는 재향군인회장으로 선출되었으나, 재임기간에 정치적 동원와 비리 관련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안타까운 인생의 종지부를 찍었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다. 화려하기만 했던 그의 삶 중에 재향군인회라는 마지막 보직에서 큰 고비를 맞이했는데 나무위키 자료에 의하면 우선 전임자가 투자했던 워터파크가 망하자 투자금 600억을 회수하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김진호 회장(본인은 서울사람으로 말했으나 사실은 호남 출신)은 문재인 정부와 비밀리에 협조해 남북회담 때 재향군인회를 동원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그리고 향군상조회를 라임자산운용에 졸속 매각하면서 향군회장단의 비리가 의심되어 실제로 재판을 받다가 회장 바로 직속 향군부회장이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다.
결국 재향군인회는 김진호 회장을 퇴임시키며 후임을 뽑기 위해 2022년 4월 정기전국총회를 개최하였고, 서울시향군회 회장 및 전체 향군회 부회장으로 재직해 실무 경험을 했지만, 처음으로 장군이 아니고 대위 출신인 신상태(삼사6기)가 70.19%의 지지를 받으며 제37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현재 신 회장은 향군의 재정위기를 조기 극복과 정의롭고 화합된 문화 창출을 위해 잘하고 있다는 평이다.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재향군인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5개월만에 지병 악화로 운명했던 상황을 고려 시에 심적으로 많이 안타깝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라 여겨진다. 고(故) 김 회장의 일생을 보면서 안분지족(安分知足)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푸른제복에 감사함을 느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도 다지는 기회가 됐던 10급 군무원 선발 면접심사에서 사법, 회계, 경영학 등이 전공해 실력있고 유능한 4년제 학사출신들이 월 70만원 박봉의 10급 군무원 취직시험을 치러 왔다는 것이 안타깝고 미안함이 앞섰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그들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폭주(暴注)하는 업무 속에서 작전참모로 앞만 보고 정신없이 바쁘게 달려서 얻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요란하고 화려함보다 실질적이며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확행(小確幸)이 더 소중함을 느끼게 만드는 이임과 전역식을 앞둔 합참의장의 고별방문 행사였다.
◀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